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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드레 김의 화이트 vs 이신우의 블랙

롯데백화점 롯데갤러리 11개점 동시 주제전 ‘경계 없는 옷장’
2006년 11월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사원에서 열린 앙드레 김 패션쇼에서 화이트 드레스와 연미복을 입고 피날레를 장식한 김희선과 김래원 [중앙포토]

2006년 11월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사원에서 열린 앙드레 김 패션쇼에서 화이트 드레스와 연미복을 입고 피날레를 장식한 김희선과 김래원 [중앙포토]

1979년 개관한 롯데백화점 롯데갤러리가 전국 11개 점에서 처음으로 동시에 같은 주제의 전시를 시작한다. 이름하여 ‘롯데 애뉴얼 아트 프로젝트(LAAP)’다. 올해는 8월 31일부터 9월 30일까지 잠실점 에비뉴엘아트홀·롯데갤러리 잠실점·본점 에비뉴엘 전층·대구점·광복점 등에서 ‘경계 없는 옷장(Boundless Closet)’이라는 주제로 열린다. 아트와 패션의 만남을 표방하며 패션 디자이너 주제전, 패션에서 영감을 받거나 의상을 주제로 작품을 만드는 젊은 아티스트들의 작품전을 지점별로 준비했다.  
 
디자이너 고 앙드레 김

디자이너 고 앙드레 김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잠실점 에비뉴엘아트홀에서 열리는 ‘더블 엣지(Double Edge): 앙드레 김 & 이신우’전이다. 전시를 기획한 김홍기 패션 큐레이터는 “우리나라에서 라이프스타일이라는 개념이 처음 등장한 80년대와 90년대, 서로 다른 관점과 방법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낸 두 명의 디자이너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이 둘은 여러가지 면에서 대척점에 있다. 남성 디자이너 앙드레 김(1935~2010)이 ‘오직 한 벌의 옷’을 오랜 시간 공들여 만드는 오트 쿠튀르를 지향했다면, 여성 디자이너 이신우는 패션 민주화를 외치는 기성복의 옹호자라는 설명이다. 또 앙드레 김이 여성의 아름다움을 탐미적으로 표현할 때, 이신우는 변화하는 남성성의 의미를 의상으로 구현했다.  
김민형 작가의 ‘또각또각-하이힐이 말이 돼?’(2008)

김민형 작가의 ‘또각또각-하이힐이 말이 돼?’(2008)

 
이를 보다 선명하게 드러내기 위해 김 큐레이터는 앙드레 김의 백색과 이신우의 검정색에 초점을 맞췄다. “화이트는 완벽주의자인 앙드레 김의 삶과 미학을 반영하는 색입니다. 화이트 월에 놓인 8벌의 흰색 드레스를 통해 그가 구현한 백색의 섬세함을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가 하면 이신우의 검정은 디자이너가 40대가 되어 삶의 목적에 의문을 던지면서 사용한 색으로, 디자이너의 성찰과 깨달음의 상징입니다.”  
 
이신우의 1990년대 컬렉션

이신우의 1990년대 컬렉션

앙드레 김의 화이트를 강조하기 위해 김 큐레이터가 눈여겨본 것은 자수다. 앙드레 김은 한국산 실크 위에 정월의 매화와 봄날의 벚꽃, 가을의 국화 등 계절감을 드러내는 꽃, 잉어나 용 같은 상서로운 동물을 자수로 놓아 그래픽 아트의 차원에서 동양적 아름다움을 극대화했다. “산호와 잉어가 같이 있는 문양을 통해 동양과 서양의 오묘한 조화를 드러낸 것이 앙드레 김의 패션 세계”라는 설명이다. 특히 일곱 겹의 레이어드로 된 옷을 하나하나 벗으며 무대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칠갑산’에 대해 “조선시대 공주의 결혼 예복인 대례복에서 영감을 얻은 칠갑산은 삶의 무게를 하나씩 벗어 공(空)으로 돌아간다는 앙드레 김의 불교적 심상이 농축된 퍼포먼스로, 삶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디자이너 이신우

디자이너 이신우

 
한국 디자이너로서는 처음 파리 컬렉션에 나갔던 디자이너 이신우는 ‘이신우 옴므’ 등으로 국내 최대 디자이너 토털 패션 브랜드를 구축했으나 98년 사업 실패로 브랜드가 채권단에 넘어가는 아픔을 겪었다. 현재 여러 곳에서 팔리는 ‘오리지널 리’나 ‘ICINOO’라는 브랜드는 그의 옷이 아니다. 2006년 ‘CINU’라는 브랜드로 재기에 나선 그는 디자이너 인생 50주년을 맞아 열리는 이번 전시가 더욱 뜻깊다. 지난달 27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회사가 넘어간 뒤 명동 커피숍에서 앙드레 김 선생님을 만났다. 갑자기 뚜벅뚜벅 내 쪽으로 걸어오시더니 갑자기 포옹을 하며 ‘이 선생님, 재기하세요’라고 말씀해주셨다.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 만남이었다. 그렇게 따뜻한 분이셨다”고 회상했다.  
 
성낙진 작가의 스카프 작품 ‘블루’(2018)

성낙진 작가의 스카프 작품 ‘블루’(2018)

이번 전시에서는 94년 파리 프레타 포르테 컬렉션에서 선보인 드레스를 현대적으로 재작업한 드레스를 내세웠다. 고구려 고분 벽화의 일신과 월신을 응용한 프린트로 파리지엥의 마음을 빼앗았던 바로 그 옷들이다. 이 디자이너는 “당시 국내에서 열린 ‘고구려전’에 사용될 의상을 만들어달라는 의뢰를 받고 고구려 벽화를 찾아보다가 그 선명한 색감과 문양에 반했다”며 “고구려 벽화와 삼족오, 식물 무늬를 천연소재인 한지에 프린트해 하이테크 소재와 회화적으로 합성한 것이 프랑스에서 화제가 됐고 주문도 600벌이 넘게 받았다”고 술회했다. 이신우의 대표적인 드레스를 오마주한 김태곤 작가의 광섬유 드레스도 볼 수 있다.
이신우 디자이너가 고구려 벽화 문양을 차용해 파리 컬렉션에 선보였던 의상을 이번에 재작업해 선보인다.

이신우 디자이너가 고구려 벽화 문양을 차용해 파리 컬렉션에 선보였던 의상을 이번에 재작업해 선보인다.

 
이와함께 현대미술에서 바라본 몸과 옷에 대한 해석을 다룬 ‘코드 스티치’(청량리점·안양점), 전통 미술을 패션으로 승화시킨 작품을 모은 ‘해일&헤리티지’(대전점), 한국패션을 사진에서 해석한 ‘패션, 너의 곁에서’(대구점), 청바지 브랜드 게스의 협찬으로 10명의 아티스트가 작품을 만든 ‘잇 스타일’(영등포점·잠실점·일산점), 패션 소품으로 삶을 말하는 ‘원데이, 아트 맷 패션’(광복점), 업사이클링 패션에 주목한 ‘프롬 업사이클, 투 패션’(광주점) 등이 펼쳐진다. 앙드레김 드레스 입어보기, 디자이너 자녀들의 토크쇼(9월 15일 오후 6시) 등 이벤트도 여럿 준비돼있다.  
 
글 정형모 기자 hyung@joongang.co.kr  사진 롯데갤러리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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