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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컨드 하우스는 노는 집

일러스트레이터 밥장의 통영놀이 
2016년 11월 친구와 함께 통영 당동에 오래된 집을 샀다. 친구가 공간 디자이너라 석 달 넘게 직접 고쳤다. ‘믿는구석통영’이라고 이름 붙인 뒤 지난해 5월 집들이를 했다. 그 뒤로 시간 날 때마다 서울과 통영을 오갔다. 동네 구석구석을 둘러보며 새로운 친구들을 만났다. 미술 축제에도 참여했고 골목길 안전을 지키는 캐릭터도 만들었다. 시민단체에 가입해 포스터나 홍보물에 필요한 그림도 그려주었다. 한 달에 한번 과학자를 초대해 통영 시민들에게 별과 물리와 진화에 양자역학의 세계까지 선보였다. 통영을 더 알려고 이리 저리 뛰어다녔고 사람들과 친해지려고 시키지 않아도 먼저 나섰다. 한번 움직인 물체는 여간해서 멈추지 못하듯 통영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당동에 이어 미륵도 봉수골에 두 번째 집을 마련했다.  
 
시내와 미륵도 사이로 운하가 가로지른다. 배들이 섬을 돌아가지 않고 곧장 바다로 빠져나가게끔 일제강점기에 만들었다. 이때 해저터널도 함께 개통되었다. 통영대교나 충무교를 건너면 금세 봉수골에 이른다. 전혁림 미술관부터 길이 끝나는 용화사까지 언덕길 양쪽으로 벚나무들이 넉넉히 그림자를 드리운다. 조용한 동네인데 몇 년 전 ㅂ책방을 열면서 애써 찾아오는 관광객들도 생겼다. 아구나 꽃게찜을 팔며 오래된 입맛을 지키던 골목에는 드립커피와 마들렌을 파는 카페가 자리 잡았다. 며칠 전에는 일본식 튀김을 파는 덮밥집까지 문을 열었다. 전혁림 미술관과 ㅂ책방 옆 2층 주택으로 계약했다. 
 
믿는구석통영에 머물며 이른바 ‘통영 오지라퍼’로 살다 보니 공간이 더 필요했다. 친구들에게 정보를 얻고 부동산을 들락거리며 집을 알아보았지만 위치나 크기·가격이 맞지 않았다. 무엇보다 ‘나를 반기는 집’이 아니었다. 1년 반 동안 그렇게 발품을 팔아도 찾지 못했는데 한 달 전에 느닷없이 나타났다. 집 주인은 통영에서 나고 자란 화가로 새우를 그린 작품으로 무척 유명했다. 집을 지은 뒤 무려 40년을 살았지만 나이와 건강 때문에 할 수 없이 아파트로 옮기면서 급하게 내놓게 되었다. 친구가 먼저 찾아가 스마트폰으로 마당을 찍어 보냈고 곧바로 결정했다. 그토록 찾아 헤매던 나를 반기는 집이었기 때문이다.
 
차 한 대가 겨우 들어가는 골목엔 담벼락을 따라 능소화가 활짝 피었다. 얕은 담장 너머 마당 한 편에 작은 연못이 있다. 짙은 녹색 물 아래로 붉은 잉어들이 꿈틀거렸다. 손바닥 만한 개구리 한 마리가 물빛에 몸을 숨긴 채 연못가에 매달렸다. 작은 거실은 벽지 대신 나무로 마감했고 천정까지 이어져 답답하지 않았다. 2층으로 올라가는 나무 계단은 얼마나 오래 다녔는지 대리석처럼 반질거렸다.  
 
몇몇 이웃들은 어떻게 알았는지 계약한 사실부터 잔금 치르는 날짜까지 훤히 꿰고 있었다. 40년 넘은 집을 사서 도대체 뭘 하려는지 무척 궁금해 했다. “사는 집은 있으니까 이제 노는 집을 만들어야죠”라고 웃으며 대꾸하였다. 앞으로 어떤 공간이 될지 머릿속으로 천천히 그려본다. 어제 그린 그림은 언제나 오늘과 다르다. 내일은 또 어떤 그림이 나올지 벌써 설렌다. 통영 사는 사람들에겐 더 넓은 세상을, 놀러온 사람들에겐 오래된 통영을 보여주고 싶다. 1박2일이면 충분히 둘러보는 관광 도시가 아닌 오래도록 살기 좋은 동네로 바꿔보고 싶다. 
 
작가ㆍ일러스트레이터ㆍ여행가. 회사원을 때려치우고 그림으로 먹고산 지 10년이 훌쩍 넘었다. 『호주 40일』『밤의 인문학』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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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