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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클래식의 어제와 오늘이 벌이는 궁극의 협연

정경화 & 조성진 듀오 콘서트 
ⓒHarald Hoffmann DG(조성진 사진) ⓒSim JuHo (정경화 사진)

ⓒHarald Hoffmann DG(조성진 사진) ⓒSim JuHo (정경화 사진)

가을의 문 앞에 선 9월,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70)와 피아니스트 조성진(24)이 한 무대에 오른다. 이번 듀오 콘서트 소식에 에드워드 카의 명언이 떠올랐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다.” 언제 들어도 근사하다. 이번 만남은 한국 클래식 음악에서 과거와 현재의 협연이라 할 만하다. 한 음 한 음이 역사가 되는 현장이다.  
 
ⓒNCPA

ⓒNCPA

1948년 서울에서 태어난 정경화는 일찌감치 미답지를 밟았다. 약관의 나이로 1960년대 한국 연주가가 갈 수 있었던 가장 먼 곳까지 나아갔다. 한국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란 자부심은 가슴 속에 접어둔 채 세계의 출중한 기량들이 무섭게 충돌하던 줄리아드에서 경쟁했다. 기꺼이 뉴욕의 이방인이 돼 언어의 장벽과 동양인의 편견을 넘고 재능의 칼을 벼렸다. 스파르타를 연상시킬 정도로 엄격한 이반 갈라미언은 자신을 혹독하게 연마하는 정경화에게 잘 맞는 스승이었다. 
 
냉전이 한창이라 출전 여건이 안 됐던 차이콥스키 콩쿠르 대신 나간 레벤트리트 콩쿠르, 아이작 스턴의 후원을 받던 강력한 우승 후보 핀커스 주커만과 연장까지 가는 악착같은 접전 끝에 정경화는 공동 1위에 올랐다. 세계적인 음반사 데카와 계약하고 70~80년대를 숱한 명반들로 장식했다. 88년 이후 EMI와 워너 레이블에서 오늘날까지 녹음을 계속하고 있다.  
 
ⓒ크레디아

ⓒ크레디아

94년 서울 태생인 조성진은 6세에 피아노를 시작해 11세 때 공개 연주회에서 연주했다. 14세 때 ‘피아노 잘 치는 소년’으로 이미 소문이 자자했다. 2008년 모스크바 국제 청소년 쇼팽 피아노 콩쿠르 1위에 이어 2009년 하마마쓰 피아노 콩쿠르에서 1위에 올랐다. 2011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3위, 2014년 아르투르 루빈스타인 국제 피아노 콩쿠르 3위에 오르며 세계 피아노계의 메인 스트림으로 떠올랐다. 대망의 2015 바르샤바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을 거머쥐며 ‘조성진 신드롬’을 낳았다. 
 
자신의 음악에 귀 기울이며 연주하는 젊은 피아니스트의 실루엣은 세계인의 감성에 어필했다. 도이치그라모폰에서 나온 콩쿠르 실황앨범, 쇼팽 협주곡 1번과 발라드, 드뷔시 앨범 등 프랑스 계열의 레퍼토리들은 좋은 평을 얻으며 조성진의 강점으로 자리매김했다. 베를린 필 협연이나 BBC프롬스, 베르비에 페스티벌 등 큰 무대에서 그의 연주를 듣는 건 이제 일상이 됐다.  
 
자신을 지독하게 채찍질하며 세계로 나아간 정경화의 원심력과 자신의 연주에 귀 기울이며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킨 조성진의 구심력은 한국 클래식 음악의 존재감을 떠받치고 있는 양대 축이다. 정경화의 오랜 음악적 파트너이자 최근 앨범 ‘아름다운 저녁’을 함께 녹음한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는 1990년 쇼팽 콩쿠르 1위 없는 2위 수상자인데, 조성진은 “쇼팽 콩쿠르 직전 케너의 레슨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정경화와 조성진의 듀오 콘서트는 슈만 바이올린 소나타 1번으로 시작된다. 정신병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작곡가의 출구 없는 고통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격정적이며 서정적인 1악장과 간주곡 풍의 2악장, 무시무시하게 격렬한 3악장에 이르기까지 정경화의 노련한 관록과 조성진의 젊은 격정이 부딪치는 깊이 있는 해석을 기대한다.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는 5번 ‘봄’과 9번 ‘크로이처’가 유명하지만 8번과 더불어 그에 버금가는 명곡이 소나타 7번이다. 1악장의 베토벤적인 긴장이 2악장에서 꽃처럼 아름답게 피어난다. 가볍고 장난스런 3악장을 지나 4악장에서는 다시 긴장 속에서 절도 있고 진지하게 곡을 마무리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하는 곡은 프로그램 마지막, 세자르 프랑크의 바이올린 소나타다. 정경화가 라두 루푸와 데카에서, 케빈 케너와 워너에서 두 차례 녹음했다. 지난 6월 롯데콘서트홀 리사이틀에서 케너와 연주했던 곡이다. 절치부심의 강한 정신력과 희로애락을 연주에 담는 관록 있는 거장의 백열적 연소를 보여줬다. 벨기에 출신이지만 파리에서 활동한 프랑크와 프랑스 레퍼토리에 강한 조성진의 피아노가 그날의 기억을 웃도는 감동을 선사하지 않을까 한다.  
 
가을을 열어젖히는 클래식 공연의 빅카드답게 불꽃 튀는 예매전쟁을 치렀다. 티켓을 구한 이들은 운이 좋은 분들이다. 한국 클래식 음악계를 견인하는 선후배 스타의 만남은 과연 어떤 케미스트리를 보여줄 것인가. 9월 1일 고양아람누리를 시작으로 2일 구리, 4일 울산, 5일 진주, 6일 여수, 8일 강릉을 찍고 12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피날레를 장식한다. 
 
글 류태형 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음악 칼럼니스트   사진 예술의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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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