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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넛 모양 애플 본사, 소통으로 ‘제3의 자본’ 키운다

[SPECIAL REPORT] 사회자본 높이려면
한국 사회자본의 현황과 사회자본을 기반으로 한 경제의 확장 전략을 조언한 KDI 측 공동기획 참여 연구원들. 왼쪽부터 김정욱·김희삼·김용성 연구위원과 김태종 교수. [프리랜서 김성태]

한국 사회자본의 현황과 사회자본을 기반으로 한 경제의 확장 전략을 조언한 KDI 측 공동기획 참여 연구원들. 왼쪽부터 김정욱·김희삼·김용성 연구위원과 김태종 교수. [프리랜서 김성태]

‘협력하는 괴짜’. 이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 것으로 기대되는 대표적인 인재상이다. 미래형 인재 혹은 미래형 경제를 논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협력·연대·신뢰·관용 등 ‘사회자본’ 항목이다. 사회자본은 1980~90년대만 해도 사회 구성원들이 상호 이익을 올릴 수 있는 좋은 관계 정도로 생각됐다. 그러나 21세기 초반부터는 ‘거래 비용과 경제 불확실성 감소에 기여하는 무형의 인프라’ 등으로 시장의 확장과 곧바로 연결되는 주요 자본으로 대우받기 시작했다.
 
실제로 2000년대 초반부터 서구 자본주의 사회는 ‘사회적 연대’ ‘사회 통합’ 등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시작했다. OECD도 사회연대 지표를 조사하면서 시민사회 확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회보장제도’가 계층 간 소득 불평등을 완화하는 역할은 하지만 시민들의 자발적 돌봄과 사회적 이타심 증가에 한계를 보여 사회 통합에 별 도움이 안 된다는 각성에서였다. 또 이민자 문제로 갈등이 높아졌던 유럽에서도 사회적 연대를 높이는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유럽평의회와 EU는 2008년부터 유럽에 시민사회가 연대하는 형태의 도시개발 프로그램을 마련해 지원하기 시작했다. 이미 각국 정부들과 세계 일류기업들도 신뢰와 인간관계의 회복, 존중과 소통 등 사회자본을 끌어올리는 환경을 만드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중앙SUNDAY와 KDI 공동기획팀은 외국 사례들을 통해 우리나라 사회자본을 끌어올리기 위한 4대 우선 과제를 찾았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①수월성·경쟁보다 협력에 보상하라
 
세계경제포럼(WEF)이 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2016)에 따르면 미래 일자리는 비정형적이고 추상적인 작업이 증가하고, 가장 필요한 역량은 문제 해결 능력이 될 것이라는 답변(36%)이 가장 많았다. 20세기형 일자리는 ‘성과를 내는-전문성 있는-경쟁력 있는’ 인재를 요구했다면 21세기형 일자리는 통합적인 문제 해결 능력이 있는 인재를 원한다는 것이다.
 
문제 해결 능력은 직장 내 교류, 동료 간 협력 등 사회자본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러나 OECD의 국제 성인역량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 성인들의 문제 해결 능력은 4점 만점에 2.53으로 터키(2.24)·일본(2.45)에 이어 꼴찌에서 세 번째다. 또 직장 내 교류는 조사 결과가 있는 22개국 중 17위, 동료 간 협력은 1.93으로 조사국 중 유일하게 1점대를 기록하며 꼴찌를 했다.
 
그러나 긍정적인 면도 있다. 외국 학자들도 한국인의 성향은 지표만큼 비협력적이라고 단언하기엔 미스터리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이는 2002년 월드컵의 질서있는 응원, 태안반도 기름 유출 당시 대대적인 청소, 촛불시위 등에선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협력과 질서를 만들고 실제로 마음먹으면 할 수 있다는 ‘효능감’은 다른 나라와 비교할 수 없이 높은 성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결국 수월성에 보상하던 경쟁사회가 협력을 저해한 원인이 됐을 수도 있다. 협력에 보상하는 체제가 구축된다면 한국인의 높은 효능감과 맞물려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다.
 
 
②홍콩 교육개혁 12년을 벤치마킹하라
 
사회가 지향하는 목표, 노동시장과 산업구조 요구 등까지 종합해 계획 설계된 독일 교육, 낙오자 없는 맞춤형 협력 교육을 실현한 핀란드 교육은 가장 성공적 교육 모델로 평가된다. 우리나라도 이들을 벤치마킹한다며 많은 노력을 했다. 그러나 성과가 없다. 문화와 역사적 맥락이 달라서다. 이런 점에서 가장 현실적인 교육개혁 모델로 꼽을 수 있는 곳이 홍콩이다. 홍콩은 교육열이 높은 학벌 위주 사회로 피말리는 대입전쟁이 벌어졌고, 사교육 망국론이 나왔던 곳으로 우리와 비슷했다.
 
이런 홍콩의 교육이 달라진 것은 2000년대 초반부터 12년쯤 걸린 입시개혁 덕분이다. 홍콩에서도 대입은 ‘개천의 용’이 될 수 있는 기회여서 개혁에 대한 저항이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교육과정을 다양화해 성공 경로를 다변화한다’는 애초의 방향을 행정부가 바뀌어도 흔들림 없이 밀고 나가 수능을 선다형에서 논술·서술형으로 바꾸고 점수도 5등급으로만 구분하는 등 개혁에 성공했다. 입시가 바뀐 후 중등학교 교육방식도 바뀌었다. 수업은 토론식, 평가는 논술·서술형이다. 중등학교는 학점제 형식으로 오전 공통수업만 끝나면 오후는 자유 선택한다. 위탁기관 직업훈련도 받을 수 있다. 교육개혁이 사회개혁으로 연결된 큰 규모의 개혁은 아니지만 어쨌든 많은 교육 병폐를 해결한 현실적 모델이다. 이런 성공은 정파를 초월한 일관된 개혁 목표와 함께 한국보다 높은 사회자본 덕분으로 분석할 수 있다. 실제 OECD 조사 중 타인에 대한 신뢰도에서 한국은 27%인 데 비해 홍콩은 48%다.
 
 
③기업, 사람 만나는 환경 만들어야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최근 세계 젊은 세대들의 은어로 ‘구찌’라는 말이 있다. ‘좋다’는 뜻이다. 좋다는 의미의 영어 단어 Good과 Nice를 조합한 것이다. 그런데 구찌가 나온 배경엔 명품 브랜드 구찌의 세대 간 소통 마케팅이 한몫했다. 침체된 명품 브랜드였던 구찌가 2015년 도입한 ‘역 멘토링(Reverse Mentoring)’ 이후 보여준 혁신 덕분이다. 이는 임원들이 신입사원들에게서 배우는 방식으로 젊은 사원들의 의견을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예를 들어 여행을 즐기는 젊은이들에게 인기를 끌었던 구찌의 화보 촬영지 등을 소개한 여행 앱 ‘구찌 플레이스’도 역 멘토링에서 나온 아이디어였다. 이처럼 젊은 세대에게 배우는 브랜드 이미지가 젊은이들을 열광시키며 매출 급증 등 젊은 브랜드로 부활했다.
 
스티브 잡스 애플 설립자의 마지막 유산으로 꼽히는 캘리포니아 쿠퍼타노의 링도넛 모양의 본사 건물 애플파크는 잡스의 인재상을 보여준 건물로 꼽힌다. 잡스의 건축철학은 ‘자연을 거스르지 말라’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이 만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었다. 링도넛 모양의 긴 동선을 걸어서 자기 사무실로 가는 동안 사람들을 만나고, 눈을 맞추고, 인사하고, 사람들을 구경하도록 만든 것이다. 이는 최첨단 IT기업의 인재상이 곧 사람들과 만나고 소통하는 사람임을 드러내는 것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곧바로 자기 자리에 앉아 일하는 건물 구조를 가진 대부분의 기업들이 이런 효율을 통해 미래의 경쟁력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④시장 자본주의에 대한 역발상 필요
 
지금 선진국들에선 사회자본에 기반한 새로운 자본주의 실험이 활발하다.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사회적경제’. 문재인 정부가 지향하는 경제정책에서 비중있게 검토되는 분야다. 이윤 추구와 이익의 극대화를 최고선으로 하는 시장자본주의와 달리 협력과 연대의 전통, 기업가 정신을 결합해 경제 총량을 확대하고 시민경제의 신성장동력을 형성하며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려는 시도다. 세계 자본주의 진영이 고도 성장기를 지나 경제성장이 한계에 도달하면서 공통으로 추진하는 대안적 자본주의 실험이기도 하다. 한국은 물론 다른 나라들도 경제 침체가 가시화된 1990년 후반부터 등장했다.
 
현재 성공적인 사례를 가장 많이 내놓고 있는 곳은 유럽이다. 한 예로 스페인 빌바오의 도시재생은 사회적경제의 가장 긍정적인 벤치마킹 코스가 되고 있다. 이 도시는 중심산업인 조선업의 쇠퇴로 지역경제가 무너졌지만 구겐하임 미술관을 유치하는 등 문화도시로의 재생사업을 통해 부활했다. 이들은 높은 실업률과 극심한 재정난 속에서도 미술관 유치에 1억 달러를 투자하고, 지역민들이 ‘사회혁신’을 선도하며, 사회적기업 인큐베이팅 등에 적극 나서고, 지역 문제를 새로운 주민 협력 형태의 비즈니스로 해결한 대표적 사례다. 실제로 유럽은 신뢰도가 높고 지역민들의 협력·지지와 같은 사회자본이 탄탄하며, 이를 바탕으로 협동조합이나 마을기업과 같은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한 사회경제적 전통이 강한 게 강점이다.
 
양선희 선임기자

◆KDI 공동기획 참여연구원=김용성 공공경제연구부 선임연구위원, 김정욱 규제연구센터소장, 김희삼 경제전략연구부 겸임연구위원(GIST 교수), 김태종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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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