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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이고 잘 들리기만 해도 치매 확률 떨어진다

안티에이징
역사적으로 보면 ‘항노화(抗老化)’의 선구자는 중국 진시황일 것이다. 늙지 않고, 영원히 살겠다는 의지로 2200여 년 전에 서복이라는 신하에게 불로초를 구하라는 명을 내렸다고 한다. 서복이 많은 사람을 데리고 우리나라에 불로초를 찾으러 왔다는 이야기가 전해지지만, 진짜 불로초를 구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건강과 영생을 기원한 사람들의 마음은 2200년 전이나 지금이나 하나인 것 같다.
 
노화란 무엇일까? 노인의학 교과서에 의하면, 노화란 건강한 청년이 나이를 먹음에 따라 점차 생리적인 적응도가 떨어지는 노인이 되어 질병이나 사망의 위험도가 증가하게 되는 과정이라 정의한다. 노화를 억제하거나 노화를 역행하도록 하는 것이 항노화다.
 
많은 연구에도 불구하고 아직 노화를 역행하는 확실한 방법이 알려져 있지는 않다. 그렇지만 노화를 유발하는 인자나 노화에 의해 발생하는 다양한 질병 혹은 장애의 위험도를 높이는 기전을 알게 되면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뇌의 건강한 노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뇌 기능 저하되면 인지기능에 이상
 
나이가 들면서 점차 뇌 기능의 저하가 진행된다. 이와 같은 변화는 인지 기능의 이상으로 나타난다. 시각·청각·후각 등 다양한 감각 기능의 저하가 연령의 증가와 함께 나타나며, 운동 기능 저하가 동반되면서 인지기능 저하가 더욱 악화한다. 감각과 운동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지속적이면서 충분한 자극이 인지기능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실제로 많은 연구에서 청력 저하가 인지기능 저하의 위험성을 높이는 것으로 지적됐다. 노인이 돼서 청력 이상이 있는 경우 정상인보다 치매 발생의 위험성이 2~5배 정도 더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달팽이관 이식과 같은 방법으로 청력 기능을 호전시켜주면, 인지기능의 향상이 이루어진다.
 
뇌의 건강과 노화방지를 위한 운동과 식이요법

뇌의 건강과 노화방지를 위한 운동과 식이요법

시력이 좋은 노인이 그렇지 않은 노인에 비해서 치매 발생 위험도가 63% 낮다는 보고가 있다. 백내장이 있는 노인은 알츠하이머병 발생 위험도가 1.4배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한쪽만이라도 백내장 수술을 한 경우 인지기능의 향상이 있다는 보고가 있다. 청력 향상을 위한 시술이나 시력 저하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으로도 우리 뇌의 건강한 노화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치아 결손으로 인한 스트레스 증가, 삶의 질 저하도 인지 기능 저하에 영향을 준다고 한다. 적절한 의치를 가지고 있는 경우에 치아의 기능 호전뿐만 아니라 인지 기능의 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고 한다.
 
경도 인지 장애를 가지고 있는 노인의 경우 운동이 보행이나 평형기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인지 기능 유지에도 도움이 된다는 보고가 있다. 하루 1시간, 일주일 3회, 6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운동하면 도움이 된다고 한다. 유산소·근력·심신 운동 모두 좋다.
 
수명 연장의 꿈을 위해 가장 먼저 시도되었던 것은 식이 조절이다. 식이 조절은 무조건 적게 먹어서 칼로리 함량을 줄이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영양소별로 균형을 갖춘 식사를 하는 것이다.
 
건강한 뇌를 위한 식이 원칙은 다음과 같다. 첫째는 소식(小食)이다. 과다한 칼로리 섭취를 피해야 한다. 둘째는 단백질·탄수화물·지질·비타민·미네랄 섭취를 균형되게 하라는 것이다. 셋째는 당 지수가 낮은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다. 통곡류를 권장한다. 넷째는 포화지방 혹은 트랜스지방의 섭취를 줄이는 것이다. 다섯째는 식품 첨가제, 조미료 등의 섭취를 제한하는 것이다. 여섯째는 유기농 채소나 제철 과일을 섭취하는 것이다. 일곱째는 단백질 섭취 시 콩과 같은 식물성 단백이나 생선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충분한 수분 섭취를 권한다.
 
 
호르몬의 변화, 신경질환 발생에 영향
 
여러 종류의 뇌신경질환을 진행시키는 기전들이 뇌 노화와 관련되어 발생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 기전을 조절할 수 있는 치료법이 개발된다면 다양한 뇌질환의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노화과정에서 나타나는 호르몬의 변화는 뇌의 구조적, 기능적 변화를 일으키고 신경질환 발생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된다. 당뇨와 같은 질환의 경우 몸의 대사 장애를 일으키거나 혈액 순환의 장애를 초래하여 뇌에 나쁜 영향을 주기도 하며, 치매의 발생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인슐린 및 성장인자 등이 노화와 관련이 깊은 것으로 생각된다.
 
유전체의 불안정성 및 염색체의 변화도 주목해야 한다. 유전 정보를 가지고 있는 DNA의 손상이 장기적으로 축적되어 노화를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포 노화학에서는 염색체의 양쪽 말단에 존재하는 텔로미어(teleomere)가 분열할 때마다 조금씩 짧아져서, 어느 단계에 가서는 세포분열이 중단된다. 이와 같은 세포의 노화는 정상세포가 암세포로 발전되지 않게 하는 데 기여를 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런 기전이 너무 빨리 진행이 된다면 노화나 퇴행성 변화가 빠른 속도로 일어나게 되거나 퇴행성 질환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이런 기전을 잘 조절할 수 있게 되어, 세포가 악성 세포로 바뀌지 않고 정상세포로 계속 기능을 할 수 있다면 세포노화 및 퇴행성 질환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다.
 
 
뇌질환, 진행성으로 악화할 수도
 
퇴행성 뇌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나 보호자들이 흔히 하는 질문 중 하나는 ‘이제 약을 먹으면 이 병이 나을 수 있나요’다. 퇴행성 뇌질환의 가장 큰 특징은 진행성으로 악화하는 것인데, 이런 퇴행성 질환의 진행을 막을 수 있다면 인류의 꿈이 실현될 것이다.
 
그와 같은 목표로 20여 년 전에 비타민 E와 B형 단가아민 산화효소 억제제인 데프레닐이라는 약물이 신경계 퇴행성 질환 중 하나인 파킨슨병 진행을 늦출 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연구가 있었으나 긍정적인 결과를 얻지 못했다. 그 이후에도 다양한 약물에 대한 신경보호 효과에 대한 연구들이 진행되었으나 아직 확실한 효과가 입증된 약물이 등장하지 않았다.
 
왜 그러면 이와 같은 임상연구가 실패한 것일까? 겉으로 나타나는 병의 모습은 비슷하지만 자세히 보면 환자 개인마다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있다. 병이 발생한 원인 및 과정이 다르기 때문에 병의 모습은 비슷하지만 하나의 약에 의한 반응은 반드시 같은 모습만 보이는 것은 아니라는 거다. 환자들에게 투여되거나 연구 단계에 있는 약물에 대하여 무조건적인 긍정이나 부정은 옳지 않다고 생각된다.
 
병의 발생을 미리 알고 발병 전에 예방하고, 건강한 뇌를 유지할 수 있는 미래가 하루빨리 찾아오기를 기대한다.
 
고성범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신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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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