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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국 경제, 침체의 덫에 빠져들고 있다

한국 경제가 덫에 빠질 위기다. 기업이 투자해야 생산이 일어난다. 생산이 늘어야 종업원의 소득이 증가하면서 소비도 확대된다. 그러면 기업이 투자를 추가로 늘리고 생산을 확대하는 등 선순환이 일어난다. 이게 경제 성장의 일반 공식이다. 최근 발표된 핵심 지표를 보면 한국 경제는 이런 선순환이 아니라 악순환에 빠지는 형국이다. 투자·고용·소비심리 등 모든 지표들이 일제히 경기 침체를 예고하고 있다. 정부만 나홀로 “9개월 연속 경기 회복세”라며 소득주도 성장을 고집하고 있다.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7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설비투자지수는 전월 대비 0.6% 줄어 5개월 연속 하락했다.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9월부터 10개월 연속 투자가 준 이래 20년 만에 가장 긴 설비투자 감소다.
 
생산과 소비도 좀체 반등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7월 전산업 생산은 전월 대비 0.5% 늘어 6월(0.7% 감소)보다는 개선됐지만, 여전히 0%대에 머물고 있다. 소매 판매 역시 0.5% 증가에 그쳤다.
 
경기 흐름을 보여주는 지표도 좋지 않다. 현재 경기상황을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보다 0.3포인트 하락한 99.1로 지난 4월 이후 4개월 연속 감소했다. 향후 경기 흐름을 보여주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0.2포인트 하락해 99.8을 기록했다. 이 숫자가 기준선인 100 미만이면 경기가 나쁘다는 의미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런 경제 환경을 반영해 어제 9개월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반면 미국은 “경제가 완벽한(perfect) 모습”이라며 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한미 기준금리 역전 폭은 이미 0.5%포인트나 돼 자본유출이 우려되는 국면이다. 그런데도 금통위는 경기 침체와 고용 부진 등의 이유를 들어 금리를 동결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저금리로 인해 1116조원이 넘는 시중 유동자금은 부동산 시장에 몰려 집값만 달군다.
 
이렇게 금융 정책이 옴짝달싹 못 하자 정부는 나랏돈을 푸는 카드만 뽑아 든다. 내년 예산(총지출)을 올해보다 9.7% 증가한 470조5000억원 규모로 짰다. 초(超)슈퍼 예산이다. 이미 2년간 54조원이나 나랏돈을 풀었는데도 고용을 개선하지 못한 정부가 여전히 ‘재정 중독증’에 빠져 있다.하지만 재정을 들여 고용을 늘리고 경제를 떠받치는 건 지속 가능하지 않다.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에 피가 돌고 살이 붙게 하는 핵심 주체는 기업이다. 민간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투자와 생산이 늘고 종업원의 소득이 올라간다. 그나마 문재인 대통령이 규제 혁신 1호로 추진한 인터넷 전문은행 특례법은 여당 일부 의원과 시민단체 등의 반대로 국회에서 발이 묶였다. 대통령의 규제 개혁과 혁신 성장 동력이 벌써 사그라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이 어제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을 만나 경제 정책의 전환을 건의했다고 한다. 그는 지난 5월 “한국 경제가 침체 국면의 초입에 들어섰다”며 비상벨을 울렸다. 하지만 정부는 이를 무시했다. 한국 경제가 불황의 덫에 갇히지 않으려면 이런 고언을 반영해 시장에 활력을 주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틀어야 한다. 부작용이 속출하는 소득주도 성장을 고집하는 건 덫에 단단히 빠지는 꼴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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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