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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 시계 오후 9시 … 호황의 끝물, 경기 둔화 시그널

미국 경제가 절정이다. 미 상무부는 “경제가 올 2분기에 4.2%(연율) 성장했다”고 29일 수정 발표했다. 한달 전 내놓은 예비치는 4.1%였다. 2014년 3분기 이후 3년여만의 최고 수준이다. 경기가 2009년 6월 저점을 지난 뒤 110개월째 상승하고 있다. 전후 최장 확장 기간은 120개월이다.
 
경기의 숙명이다. 정점에서 약점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경고음도 울리기 시작한다. 투자은행 JP모건 제이미 다이먼 회장은 “미 10년만기 국채 금리가 연 5%에 이를 전망”이라고 경고했다. 현재는 3%를 밑돌고 있다. 5%를 넘어서면 양적 완화(QE) 시대 빚을 끌어다 쓴 기업 경영자들엔 죽음 같은 고통이 엄습한다. 다이먼의 경고가 현실이 될까. 중앙SUNDAY는 이런 궁금증을 품고 영국에 머물고 있는 매튜 킹 시티그룹 채권투자전략부문 글로벌 헤드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거대한 세계 채권시장의 돈 흐름을 독창적인 ‘레버리지(차입) 시계’ 모델로 분석해 주목받고 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신흥시장은 이미 오후 9시 지나가
 
다이먼이 음울한 이야기를 했다. 실제 미 10년만기 국채 금리가 연 5%에 이를까.
“다이먼의 예측이나 경고에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의 말 자체가 요즘 글로벌 채권시장이 얼마나 불확실한지를 보여준다. 변동성이 커진다는 말은 아니다. 가격 변동성은 낮지만 시장을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경우도 많다. 시장 참여자들, 특히 전통적인 가치 평가 모델을 믿는 사람들이 아주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불확실하다는 말이 무슨 뜻인가.
“QE 때문에 국채-우량채-비우량채 사이 금리차가 역사적으로 줄었다. 그런데 미 연준(Fed)이 긴축을 시작하면서 채권 서열간 금리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앞으로 어느 정도 벌어질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황이어서 불확실하다.”
 
킹은 QE 때문에 레버리지 시계 바늘이 3시 방향에서 6시 방향으로 움직이는 게 지연된 것으로 본다. Fed뿐 아니라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은행(BOJ), 영란은행(BOE)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국채와 장기주택담보대출채권(모기지), 일부 회사채 등을 사들였다. 시중은행과 투자은행, 펀드 등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헐한 선진국 우량 회사채, 신흥국 국채 등을 사들였다. 오랜 기간 채권 가격이 강세였다.
 
레버리지 시계에서 미 경제는 어디 있나.
“많은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 상황이 좀 독특해서다. 기업의 실적 측면에서 보면, 미 경제는 9시 언저리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00년 3월과 비슷한 상황일 수 있다(미 경제성장률은 높았지만, 닷컴 거품이 꺼지기 시작한 시점). 채권과 주식 가격이 부정적으로 반응해야 할 때다. 이미 신흥시장의 채권과 비우량(하이일드) 채권 시장은 이미 이 단계를 지난 듯하다.”
 
현재 상황이 독특하다는 뜻이 무슨 말인가.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빚을 내기 시작한 시점은 몇년 전이다. 회사채 공급이 늘었으니 그때 국채-회사채의 금리차가 벌어졌어야 했다. 하지만 금리차가 최근에서야 벌어지기 시작했다. 금융시장 측면에서 보면 현재가 6시인 듯하다. 하지만 기업의 실적 등의 측면에서 보면 9시다. 이런 독특한 현상은 모두 중앙은행 QE 탓이다.”
 
내년 미 기업이 빚을 내 빚을 갚아야 하는(리파이낸싱) 규모가 3조 달러(약 3360조원)라고 들었다. 금리가 오르면 이자부담이 가파르게 늘어날 듯하다.
“Fed가 긴축하고 있다. 시장 금리가 올라간다. 미 회사들이 빚을 갚기 위해 회사채를 발행해 돈을 조달해야 한다. 내년 미 기업이 갚아야 할 빚이 3조 달러라는 사실 자체가 큰 문제가 될지는 아직 알 수는 없다.”
 
무슨 말인가.
“내년에 큰 문제가 발생할지 여부를 현재로선 말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다만, 미 기업들이 빚을 갚기 위해 빚을 낼 때 이전보다 많은 이자를 내야할 것이다. 최근 몇년 새에 선진국과 신흥국 기업들이 많은 빚을 냈다. 중앙은행의 QE(국채 매입) 덕분에 투자자들이 왕성한 식욕을 발휘해 회사채를 사들일 수 있었다. 그런데 요즘 중앙은행 국채 매입이 줄어들고 있다. 투자자들이 QE 시절처럼 회사채를 사들이기는 어려울 듯하다. 또 몇몇 기업은 이자 부담이 늘어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대형금융그룹 이익단체인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내년 상환 예정인 회사채 3조 달러 가운데 절반 정도가 신용등급 BBB+에서 BBB- 사이다. 킹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고 말하지만, 경영 실적이 조금만 나빠져도 투자 부적격 등급이 될 한계 기업들이 많은 점도 사실이다.
 
 
내년 미국 기업들 3조 달러 갚아야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이 참에 레버리지 시계를 공부해보자. 첫 단계는 어디인가.
“레버리지 시계에서 출발점은 3시 방향이다. 이때는 기업이 벌어들이는 순이익이 빚보다 빠르게 증가하니 경영자는 행복할 수밖에 없다. 주식과 채권 시장은 모두 호황을 보인다. 기업의 현금 흐름이 좋아져 대차대조표가 개선된다. 내가 보기엔 2009년 3월 전후 시기가 3시 방향과 같다.”
 
실제 미 실물경제가 저점에 이른 시기는 2009년 6월이다. 킹이 말한 금융시장 흐름이 실물보다 석 달 정도 빠른 셈이다. 미 실물 경제는 저점에 이른 뒤 느리지만 완만하게 확장해 현재에 이르렀다. 확장 시기가 110개월에 이른 가장 큰 요인은 QE라는 게 킹의 설명이다.
 
그럼 6시 방향에선 무슨 일이 일어날까.
“6시 방향으로 가면, 채권시장 호황이 저물어간다. 각종 펀드 등 채권 투자자들이 회사채 등을 사는 식욕을 잃기 시작한다. 자연스럽게 회사채 가격이 떨어진다. 시장 금리가 오른다는 얘기다. 국채-회사채 사이 금리차가 눈에 띄게 벌어진다. 다만, 주가는 여전히 오르곤 한다. 최고경영자(CEO)가 높은 실적을 달성하기 위해  기꺼이 큰 위험을 감수하며 인수합병(M&A) 등을 해서다. ”
 
 
채권·주식 떨어지면 실물경제 둔화
 
레버리지 시계에서 9시 방향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좀 더 자세히 살펴봐야 할 듯하다.
“일반적인 의미에서 금융시장 9시엔 투자자들이 채권과 주식을 나란히 팔기 시작한다(가격 동반 하락). 이런 금융시장 흐름은 실물 경제에도 영향을 미쳐 기업의 순이익과 대차대조표 상황이 나빠진다. 일부 기업에선 일시적으로 돈 줄이 막혀서 발생하는 위기(유동성 위기) 수준이 아니라 아예 갚을 능력이 없어지는 위기(Insolvency, 지불능력 위기) 가능성이 나타난다.”
 
최근 미 기업의 실적이 아주 좋다. 미 상장 기업 세후 이익 증가율이 5년 최고 수준이다.
“기업 실적이 좋게 나올 수는 있다. 이런 실적을 보면 주가는 훨씬 좋아야 하는데도 그렇지 못하다. 앞서 오른 주가와 견줘 최근 순이익이 시원찮아 보여서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매튜 킹

매튜 킹

매튜 킹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을 졸업 한 뒤 투자은행 JP모건의 리서치 부문에서 채권전략을 담당했다. 씨티그룹에서는 글로벌 채권투자전략 부문을 이끌고 있다. 그는 주가와는 달리 대중의 눈에 선뜻 들어오지 않는 글로벌 신용(Credit)의 흐름을 분석해 투자 방향을 제시한다. 그가 개발한 레버리지 시계는 실물 경제보다 앞선 금융, 특히 자금시장 흐름을 읽을 수 있어 유명 펀드매니저들이 선호하는 분석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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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