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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편집국장레터]제1야당 예비경제부총리는 있는가

‘야당은 집권 정부를 비판할 뿐만 아니라 믿을만한 대안을 제시하기도 한다. 또 야당도 '재야 내각(Shadow Cabinet)'이라 하여 정부ㆍ여당과 똑같은 행정 조직체를 가지고서, 그들 나름대로 정책을 펴 나간다. 결국, 야당은 또 하나의 정부처럼 보이는 것, 행정부의 모든 취약점을 활용하는 것, 그리고 정부의 활성도나 인기를 잃을 때 지지를 얻을 수 있도록 스스로 입지를 구축하는 것 등의 활동을 취한다.’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과 김성태 원내대표가 2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소상공인 생존권 운동연대 주최 ‘최저임금 제도개선 촉구 국민대회’에서 우의를 입은 채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과 김성태 원내대표가 2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소상공인 생존권 운동연대 주최 ‘최저임금 제도개선 촉구 국민대회’에서 우의를 입은 채 참석하고 있다. [뉴스1]

 
VIP독자 여러분, 중앙SUNDAY 편집국장 박승희입니다.
『영국사』라는 책에 규정된 ‘야당의 역할’로 이번 주 레터를 시작합니다. 영국의 제1야당 노동당에는 정부 부처에 해당하는 잠재장관들이 정해져 있습니다. 대부분 의원입니다. 언제라도 현 정부의 장관을 대체할 수 있는 더 유능한 인물이 있음을 유권자들에게 부각하기 위해서입니다. 최근 보리스 존슨 외무장관의 세금 낭비를 공격한 사람도 야당인 노동당의 예비내각재무장관(Shadow Chancellor of the Exchequer)인 존 맥도넬 의원이었습니다.
 
지금 소득주도성장으로 대표되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놓고 시끄럽습니다. 그렇다면 김동연 경제부총리ㆍ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을 대체할 수 있는 자유한국당의 ‘예비경제부총리ㆍ예비청와대정책실장’은 누굴까요? 있기는 한 걸까요?
야당의 존재 이유는 견제와 대체입니다. 집권당보다 더 나을 수 있다는 기대를 유권자들에게 심어줄 때 집권할 수 있어서입니다. 유감스럽게도 자유한국당의 사정은 궁핍합니다. 인재가 없어서 궁핍하고, 철학이 없어서 궁핍하고, 비전을 보여주지 못해서 곤궁합니다. 문제는 온 국민이 알고 있는 이 사실을 자유한국당 사람들은 잘 모르는 것 같다는 겁니다.
 
한국갤럽이 오늘(31일) 8월5주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지방선거 직후인 6월 둘째주와 비교해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79%에서 53%로 26%p 급락했습니다. 정당 지지율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통령 지지율 못지않게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도 6월 둘째주 56%에서 8월 다섯째주 40%로 16%p 하락했습니다. 소득주도성장으로 대표되는 경제 이슈가 불거지면서 SNS나 포털 정치기사 댓글에 정부에 비판적인 내용들이 눈에 띄게 늘어난 이유들입니다. 이 정도만 보면 자유한국당에 희망이 존재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선지 지방선거 참패 뒤 페이스북 정치를 끊겠다고 했던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가 멀리 미국에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정부여당을 공격하기 시작했습니다. 9월 중순 귀국한 뒤 여차하면 정치 재개를 선언할 거라는 소문도 있습니다. 어디 그 뿐입니까.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한 김문수 전 의원도 김병준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장을 비판하며 슬금슬금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김성태 원내대표도 투박하고 세련되지 못한 말 펀치가 잦아졌습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 떡 줄 사람은 생각도 하지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는 격입니다. 갤럽 조사에는 이런 함의도 담겨 있습니다. 민주당 지지율이 6월 둘째주보다 16%p 하락했는데 자유한국당 지지율도 14%에서 12%로 2%p 빠졌습니다. 그러면 민주당에서 빠져나간 지지율은 어디로 갔을까요. 이 기간 중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는 무당파들이 16%에서 28%로 12%p 상승했습니다. 정의당 지지율도 2%p올라갔고요. 결과적으로 민주당이 싫지만, 그 표들이 온전히 한국당으론 가지 않았다는 얘기입니다. 이유는 분명합니다. 대안세력이 되지 못하고 있어서입니다. 지방선거 패배 뒤 2달동안 김병준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비대위가 활동을 시작해 안정감을 주고는 있지만 정권의 대안ㆍ대체 세력으로는 아직 국민의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자유한국당이나 야당에 예비경제부총리, 예비산업부장관 등이 넘쳐나야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 실망하고 등을 돌린 표들을 끌어모을 수 있습니다. 그걸 ‘안 하고’, ‘못할 땐’ 정치 혐오층들이 늘어날지언정 야당을 대안세력으로 지지하는 흐름은 만들어지지 못할 겁니다. 
희망은 실망을 대체할 수 있을 때 의미가 있습니다. 지금 야당은 실망을 대체할 수 있을만큼 충분히 반성하고, 아파하고, 성숙하고 있습니까.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총선은 연방제 통일 프레임이 될 수도 있다"는 내용의 게시글을 올렸다. [홍준표 페이스북 캡처]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총선은 연방제 통일 프레임이 될 수도 있다"는 내용의 게시글을 올렸다. [홍준표 페이스북 캡처]

 
중앙SUNDAY는 이번 주 조금 생소한 주제로 스페셜리포트를 만들었습니다. ‘사회자본’ 얘기입니다. 토지,노동,자본 같은 전통적 개념의 생산요소보다 신뢰, 그리고 네트워크 같은 사회자본이 21세기의 성장을 주도할 수 있다는 문제 제기입니다. 저물어가는 아시안게임 얘기 중에선 축구팀 김학범호의 희망이 된 황의조 선수와 손흥민 선수의 브로맨스를 읽을 거리로 담았습니다. 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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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