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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 부실공사, 구청 늦장대응에 생긴 인재"…주민들 분통

'땅꺼짐' 사고가 발생하기 전날인 30일 한 주민이 찍은 아파트 주차장의 균열. 균열이 발견된 장소는 다음날 새벽 내려 앉았다. [피해 아파트 주민 제공]

'땅꺼짐' 사고가 발생하기 전날인 30일 한 주민이 찍은 아파트 주차장의 균열. 균열이 발견된 장소는 다음날 새벽 내려 앉았다. [피해 아파트 주민 제공]

31일 6m 깊이의 ‘땅꺼짐’ 피해를 겪은 서울 가산동의 아파트 주민들이 “이번 사고는 업체의 ‘부실 공사’와 구청의 ‘늦장 대응’이 불러일으킨 인재(人災)”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고가 발생한 아파트 단지 울타리와 주차장 등에서 균열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업체는 이미 알고 있었고, 구청에는 민원까지 보냈지만 별다른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주민들이 첫번째로 지적하는 건 업체의 ‘부실공사’ 의혹이다. 조석현 입주자대표회장은 “어제(30일) 사고 현장을 찾아가보니, 업체가 공사장 펜스 아래부분을 시멘트로 메운 흔적이 있었다. 펜스 맞은편 단지 울타리는 도로와 손가락이 들어갈 정도의 틈이 벌어져 있었다”며 “업체가 균열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임시 조치만 한 채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30일 오후 서울 가산동 아파트 주변에서 '땅꺼짐'이 발생하기 전 모습. 왼쪽 사진을 보면 아파트 울타리와 바닥 사이에 손가락이 들어갈 정도의 손이 보인다. 오른쪽 사진은 공사장 펜스 아래를 시멘트로 메운 모습. [피해 아파트 주민 제공]

30일 오후 서울 가산동 아파트 주변에서 '땅꺼짐'이 발생하기 전 모습. 왼쪽 사진을 보면 아파트 울타리와 바닥 사이에 손가락이 들어갈 정도의 손이 보인다. 오른쪽 사진은 공사장 펜스 아래를 시멘트로 메운 모습. [피해 아파트 주민 제공]

중앙일보가 확보한 사진을 보면, 사고 발생 전 펜스 아래에 시멘트가 메워진 흔적이 보인다. 사진 속 맞은편 단지 울타리에는 손이 들어갈 정도의 틈이 있었다. 조 회장은 “너무나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땅을 판 후 ‘흙막이 공사’를 할 때 주민이 살고 있는 아파트 쪽은 더 신경 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업체 측 관계자는 “펜스 아래 부분 바닥이 정확히 수평을 이루지 못해 틈이 벌어질 수밖에 없고, 먼지가 나온다는 민원 때문에 메운 것일 뿐이다. 붕괴 조짐을 미리 알고 있었다면 어떻게든 조치를 취했을 것”이라며 “정확한 입장은 안전진단 등 원인 조사를 해봐야 내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구청에 대한 질책도 쏟아냈다. 사고 당일 낮 12시쯤 현장 브리핑에서 금천구청 건축과 관계자는 “주민들의 (균열) 민원서가 어제 퇴근 무렵에야 건축과에 도착했다”고 했다. 이에 브리핑 자리에 모여 있던 주민들은 “22일에 보냈잖아요. 왜 거짓말 해요”라며 거칠게 항의했다.
 
아파트관리사무소에 따르면, 20일 주민이 주차장에서 바닥 균열을 발견해 사무소에 신고를 했고, 사무소가 22일 구청에 민원서(‘위험요소 파악 및 공사중단 요청 민원’)를 보냈다. 수신자명은 금천구청장(참조 환경과장)이었다. 하지만 발송 후 9일째 사고가 날 때까지 구청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게 주민들 주장이다.
30일 땅꺼짐 피해를 입기 전, 서울 가산동 아파트의 주차장 내 대리석과 바닥 사이에 틈이 벌어진 모습. [피해 아파트 주민 제공]

30일 땅꺼짐 피해를 입기 전, 서울 가산동 아파트의 주차장 내 대리석과 바닥 사이에 틈이 벌어진 모습. [피해 아파트 주민 제공]

주민 김하신(57)씨는 “민원을 넣었을 때 구청이 바로 확인해줬으면 이렇게까지 됐겠나. 빨리만 확인해줬으면 이런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어제 무너진 곳 주차장의 분리석과 바닥 사이에 손이 들어갈 정도의 틈을 발견해 추가로 민원을 넣으려던 참에 사고가 나고 말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건축과 관계자는 “이른 오전부터 사고 현장에 나와 있는 상태라 민원서가 퇴근 무렵에 도착했다는 사실만 직원을 통해 확인했을 뿐 어떤 내용인지는 파악하지 못했다”며 “현재는 사고 수습에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석현 회장은 “구청이 주관해 주민·전문가와 업체 관계자로 구성된 협의체를 만들어 진상 파악을 해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그 이후 안전 대책 수립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한대 기자 cho.hand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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