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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쾅' 소리, 집 무너지는 줄"…가산동 땅꺼짐 아파트 가보니

서울 금천구 가산동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땅꺼짐 때문에 주차장 일부가 가라 앉았다. 나무 뒷편에는 아파트 울타리와 폭 4m의 일방통행로가 있었지만 6m 아래로 주저 앉았다. 땅꺼짐 현상과 가장 가까운 동은 10m도 떨어져 있지 않은 상태다. [연합뉴스]

서울 금천구 가산동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땅꺼짐 때문에 주차장 일부가 가라 앉았다. 나무 뒷편에는 아파트 울타리와 폭 4m의 일방통행로가 있었지만 6m 아래로 주저 앉았다. 땅꺼짐 현상과 가장 가까운 동은 10m도 떨어져 있지 않은 상태다. [연합뉴스]

31일 새벽 자신의 집인 가산동 아파트에서 잠을 자던 장석진(76)씨는 '쾅'하는 소리에 번쩍 눈이 뜨였다. 장씨는 "트럭에서 철근 무더기가 쏟아지는 소리가 갑자기 들렸다. 마치 대포 소리 같기도 했다"면서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나서 밖으로 나와보니 관리사무소에서 '대피하라'는 방송을 했다"고 말했다. 소리의 원인은 아파트 단지와 10m 가량 떨어진 오피스텔 공사장 사이 도로의 땅꺼짐. 장씨는 주민들과 함께 집으로 들어갈 엄두를 못내고 있다.
 
서울 금천구 가산동의 한 아파트에서 땅꺼짐 현상이 발생하면서 주민들이 불안감에 떨고 있다. 이날 사고는 오전 4시38분쯤 발생했다. 이로인해 주민 150여 명이 대피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은 단지 내 노인정 등에 대피소를 마련했지만 불안한 주민들 대부분은 사고 현장 주변에서 사고 수습 과정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날 오전 10시쯤 찾은 아파트 단지는 불안감이 가득했다. 장씨가 사는 A동(19층 규모) 뒷편 주차장 일부와 아파트 단지를 따라난 일방통행로(폭 4m)는 6m 아래로 주저 앉아 있었다. 단지 울타리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공사장 펜스도 내려 앉은 채 기울어져 있었다. 전체 땅꺼짐 규모는 가로 30m, 세로 10m 규모였다. "도대체 무슨 일이냐"며 불안한 눈으로 사고 현장을 서성대는 주민들과 소방당국, 금천구청 관계자들이 뒤엉켜 사고 현장은 북적였다.
 
코앞에서 사고를 겪은 A동 주민들은 땅꺼짐 상황이 끝났지만 집에 돌아갈 수 없는 상태다. 건물 붕괴 등 2차 피해에 대한 안전성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전문가들이 건물안전진단을 하고 있는 상태다. 이 때문에 동 앞 공동출입문에는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었다.
 
현장 브리핑에서 이수권 건추구조기술사는 "건물이 5도 기울었다는 얘기도 나오는데 말이 안된다. 아직 붕괴 위험 징후는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도 "몇 가지 조사를 더 해봐야 정확한 결과를 내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 중에는 사고에 앞서 '전조 현상'을 목격했다는 경우도 있었다. A동 주민 박모(64·여)씨는 "30일 오전 10시쯤부터 밤새도록 인근 공사장 쪽에서 철근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떻게 밤에도 공사를 하냐'고 생각하며 공사업체가 예의가 없다고만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그러다 오전 4시45분쯤 갑자기 철근이 '와자작' 떨어지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집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금천구 가산동의 한 아파트 단지를 따라 난 일방통행로(폭 4m)가 내려 앉았다. 길이가 30m에 이른다. 아파트에 인접한 공사장의 펜스도 휘어지거나 기울어졌다. [연합뉴스]

금천구 가산동의 한 아파트 단지를 따라 난 일방통행로(폭 4m)가 내려 앉았다. 길이가 30m에 이른다. 아파트에 인접한 공사장의 펜스도 휘어지거나 기울어졌다. [연합뉴스]

놀라서 찾아온 아들·딸과 함께 대피소 근처에 있던 A동 주민 김모(79·여)씨는 "30일 오후 7시쯤 사고 현장 주차장 분리석과 아스팔트 사이에 꽤 넓은 틈이 벌어진 걸 봤다"며 "불안한 마음에 잠을 설쳤는데 새벽에 화물차에서 철근이 떨어지는 생전 처음 들어보는 소리가 나 집 밖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사고가 있기 전 이 아파트 주민들과 공사업체 간에는 갈등이 심각한 상황이었다. 이를 보여주듯 A동 벽면에는 '내 집 30미터 앞에 20층 초고층 오피스텔(1454실)이 웬말이냐. 금천구청은 주민들 생지옥으로 몰아넣는 공사 당장 중지시켜라'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금천구청에 따르면 이 공사는 올 1월부터 시작됐다. 지하 3층, 지상 20층 규모다. 지하 골조 공사 중이었다. 터파기 공사 이후 작업이다. 한 주민은 "한 여름에도 소음·먼지 때문에 창문을 열 수 없었다. 집회하고 불만을 토로해도 바뀐 게 없었다"고 토로했다.
 
금천구 건축과 관계자는 "공사업체에서 15m 정도 굴토를 한 상황에서 사고가 발생해, 안전을 위해 다시 10m 가량 흙으로 채우고 있다"며 "각종 조사를 거쳐 오후 5시쯤 주민 재입주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인근 중학교·경로당에 협조를 구해 대피소를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주민 장모(여)씨는 "구청에서 재입주 여부를 발표할 때까지 현장 근처 놀이터에서 계속 기다리고 있다"며 한숨 지었다.
 
조한대 기자 cho.hand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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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