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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맥 다시 캤지만... 현주소도 확인한 한국 육상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육상 여자 허들 100m 결승이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 주경기장에서 열렸다. 한국 정혜림 선수가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뒤 환호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육상 여자 허들 100m 결승이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 주경기장에서 열렸다. 한국 정혜림 선수가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뒤 환호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가능성은 봤다. 하지만 높은 벽도 실감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도전한 한국 육상이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 동메달 3개로 마무리했다. 2010년 광저우 대회 이후 8년 만에 금메달이 나왔고, 젊은 선수들의 약진과 한국신기록 작성 등 나름대로의 수확도 있었단 평가다. 반면 메달 수에선 2010년 광저우, 2014년 인천 대회(은4, 동6)에 비해 반토막이 났다.
 
육상 여자 허들 100m에 나선 정혜림(31·광주광역시청)의 금메달은 한국 육상에 한 줄기 빛과 같았다. 앞서 치른 두 차례 아시안게임을 메달없이 마치고 절치부심하던 정혜림은 지난해 아시아선수권 우승으로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이번 대회에서 압도적인 기량으로 아시아의 허들 여왕으로 우뚝 섰다. 결승에서 13초20을 기록했던 정혜림은 "한국 기록에 도전하겠다"면서 한국 선수 첫 이 종목 12초대 진입도 향후 노릴 전망이다.
 
27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주경기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ㆍ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높이뛰기 결승에서 2m28 2차 시기를 성공한 우상혁이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27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주경기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ㆍ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높이뛰기 결승에서 2m28 2차 시기를 성공한 우상혁이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예들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주니어세계선수권 정상을 경험했던 남자 높이뛰기 간판 우상혁(22·서천군청)은 2002년 부산 대회 금메달을 땄던 이진택 이후 16년 만에 이 종목 메달을 땄다. 결승에서 2m28cm를 도약하면서 왕유(중국·2m30cm)에 이어 은메달을 딴 우상혁은 "후회없는 경기를 해 기분이 좋다"면서 "세계선수권, 올림픽을 향한 경험도 생겼다. 올림픽 가서 최초 메달을 따는 게 내 목표"라며 당차게 말했다. 또 남자 경보 50km에선 21살의 주현명(한국체대)이 값진 동메달을 땄다. '극한의 종목'으로 불리는 경보 50km에선 박칠성(36·삼성전자) 이후 후계자를 키우는 게 쉽지 않았지만 주현명의 메달에 반색했다.
 
임은지가 28일 오후 (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AG) 육상 여자 장대높이뛰기 결선에서 3번의 도전만에 4m 20cm의 바를 넘어선 뒤 주먹을 쥐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임은지가 28일 오후 (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AG) 육상 여자 장대높이뛰기 결선에서 3번의 도전만에 4m 20cm의 바를 넘어선 뒤 주먹을 쥐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여자 선수들의 선전도 값졌다. 여자 장대높이뛰기의 임은지(29·성남시청)가 동메달을 따 인천 대회에 이어 두 대회 연속 아시안게임 메달을 땄다. 또 여자 창던지기의 김경애(30·대전광역시청)도 동메달을 목에 걸고 2002년 부산 대회 이후 16년 만에 이 종목 메달을 수확하는 성과를 냈다. 조하림(22·청주시청)은 여자 3000m 장애물 결선에서 10분17초31을 기록해 2010년 신사흰이 세운 종전 기록 10분17초63을 0.32초 앞당긴 새로운 한국 기록을 세웠다. 여자 마라톤에서 4위, 6위를 기록한 최경선(27·제천시청)과 김도연(25·K-water)의 선전과 레이스 뒤 함께 흘린 눈물은 감동을 줬다.
 
가능성을 본 대회였지만 한계도 실감했다. 아프리카 출신 선수들을 대거 수혈해 메달을 다수 따낸 바레인, 카타르 등 이른바 중동의 '머니 파워'에 한국 육상도 된서리를 맞았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 기대를 걸었던 단거리 종목에선 끝내 메달을 따지 못했다. 김국영(27·광주광역시청)이 100m 8위, 200m 4위로 선전했지만, 100m 9초대 진입 목표 달성은 실패했다.
 
29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자 육상 200m 결승전에서 대한민국 김국영과 박태건이 역주하고 있다. 이 경기에서 김국영은 4위, 박태건은 5위를 기록했다. [뉴스1]

29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자 육상 200m 결승전에서 대한민국 김국영과 박태건이 역주하고 있다. 이 경기에서 김국영은 4위, 박태건은 5위를 기록했다. [뉴스1]

 
100m 레이스를 마친 뒤 흘린 김국영의 눈물은 한국 육상의 현 상황을 대변하는 것과 같았다. 김국영은 "나만 강해지는 게 아니라 아시아 육상 전체가 강해지고 있다. 그러나 잘하고 싶어서 노력을 하는데도 잘 안 되는 게 힘들다. 10년 가까이 간판으로 있으면서 많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한 선수의 고군분투에만 의존하기엔 부담도 그만큼 컸단 의미다. 
 
여자 장대높이뛰기 메달을 딴 임은지 역시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면서 '내가 메달을 따면 장대높이뛰기가 한 번 더 관심을 얻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더 열심히 했다"면서 "나는 국내 대회에서도 후배들과 경쟁하는 꿈을 꾼다. 그런데 전에 경쟁하던 후배들도 사라졌다. 장대높이뛰기 선수 자체가 줄었다"며 안타까워했다. 점점 줄어들고 있는 육상 선수들과 그에 대한 고민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20년 도쿄올림픽을 준비하는 일본은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무장해 남자 400m 계주 금메달 등 18개 메달(금6·은2·동10)로 선전했다. 또 개최국 인도네시아는 주니어세계선수권 100m 금메달을 딴 18세 신예 라루 무함마드 조흐리가 100m 결선 진출과 400m 계주 은메달에 기여하면서 자국 최고 스타로 떴다. 김국영의 말처럼 점차 강해지고 있는 아시아 육상계에서 한국 육상의 현주소를 확인하고, 다가올 2020년 도쿄올림픽과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준비해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자카르타=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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