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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 바꾼 헌재 30년 … 호주제·간통죄 없앴다

헌법재판소는 1987년 6·10 민주 항쟁 이후 개헌 과정에서 탄생했다. 기존 입법부·행정부·사법부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독립해 헌법 관련 분쟁을 담당할 곳이 필요했다.
 
헌재가 현판을 건 것은 1988년 9월 서울 정동에서였다. 그해 말 을지로로 청사를 옮겼다. 지금의 위치인 종로구 재동에 자리 잡은 것은 1993년의 일이다.
 
1990년대까지 매년 수백 건 수준이던 위헌법률·헌법소원 사건은 2000년 이후 1000건을 넘어섰다. 지난해 처리된 헌법소원 사건만 2000건을 넘는다. 헌법소원은 헌법정신에 위배된 법률로 기본권을 침해받은 사람이 직접 헌재에 구제를 청구하는 것이다. 헌재 ‘1호 연구관’을 지낸 이석연 변호사(전 법제처장)는 “이전에는 ‘장식 규범’이었던 헌법이 생활 규범화됐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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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헌재에 오는 대다수 사건은 ‘각하’처리된다. 요건을 갖추지 못해 사건이 되지 않는다고 보고 심리를 않는 것이다. 지난해 처리된 사건의 85.1%(2425건 중 2064건)가, 2016년 처리된 사건의 71.8%(1976건 중 1418건)가 각하였다.
 
헌재가 심리 끝에 어떤 결정을 내리는 사건은 적은 편이다. ‘위헌(무효)’이나 ‘헌법불합치(입법보완 필요)’로 판정된 사건은 지난 5년간 163건이었다. ‘합헌’ 결정을 받는 사건들은 한 해 평균 144건 정도다.
 
하지만 한 번의 결정으로 일어나는 사회 변화와 파장은 매우 크다.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결정이 대표적이다. 이 결정은 ‘어떤 대통령도 법 위에 존재할 수 없다’는 선언이었다. 이 사건은 헌재와 네이버와 공동으로 조사한 ‘국민이 뽑은 헌법재판소 결정 30선’ 중 두 번째로 많은 지지(1만5754명 중 3113명이 선택)를 받았다.
 
국민에게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것은 ‘위안부’ 피해자들을 정부가 외교적으로 방치한 것은 위헌이라고 본 2011년 결정이다. 피해자 109명은 “배상청구권을 놓고 한일 간 분쟁이 있음에도 정부가 노력을 하지 않아 기본권을 침해당했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5년간의 고심 끝에 헌재는 우리 정부가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결정 자체로 어떤 제도를 폐지하거나 도입하는 즉각적 변화를 일으킨 결정들도 있다. 헌재는 헌법불합치 또는 위헌 결정으로 영화 사전검열제(1996년)·호주제(2005년)·간통죄(2015년)·인터넷 실명제(2012년)를 없앴다. ‘모든 가정에는 반드시 호주가 존재한다’는 규율이 수십 년 이상 뿌리를 내린 우리 사회에서 호주제를 없애는 일은 반대하는 목소리도 컸다.
 
하지만 헌재는 부계 우선주의·남계 혈통 계승을 하도록 하는 호주제를 전통문화가 아닌 사회적 폐습이라 봤고, 우리 사회의 가족제도와 남성중심 문화는 이 결정 이후 크게 변했다.
 
동성동본간 혼인이 가능해지고, 해가 진 후에도 밖에서 집회를 할 수 있게 된 것도 각각 1997년과 2009년 이전에는 금지되던 것을 헌재가 푼 것이다.
 
한국헌법학회 회장인 고문현 숭실대 교수는 “헌재와 우리 사회는 서로 끌어주고 당기는 상호작용 관계”라면서 “재판관들이 달라진 사회 변화를 읽고 이를 결정에 반영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헌재 결정이 사회 변화를 앞당기는 추동력이 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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