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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준 “통계는 아는 만큼 보여…잘 모르니 문제 삼는 것”

[김동호의 직격 인터뷰] 논란의 가계동향조사 설계한 유경준 전 통계청장
유경준 전 통계청장은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한국의 고용구조에서 최근 고용·분배 지표 악화에 최저임금의 영향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경제 전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우상조 기자]

유경준 전 통계청장은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한국의 고용구조에서 최근 고용·분배 지표 악화에 최저임금의 영향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경제 전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우상조 기자]

소득주도 성장 논란이 통계청장 교체 사태까지 불러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6일 황수경 청장을 해임하고 후임에 강신욱 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을 발탁했다. 강 신임 청장은 가계동향조사의 소득부문 통계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청와대에 보고한 장본인이다. 야당은 “소득주도 성장의 실패를 통계 분식으로 덮으려 한다”며 즉각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 기획재정부는 통계청의 내년 가계동향조사 예산을 159억4100만원으로 편성한 것으로 확인했다. 이번에 황 청장 경질의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이는 가계동향조사의 표본 변경을 비롯해 새로운 통계를 만들기로 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통계 기준을 빈번하게 바꾸면 통계청의 독립성·중립성·객관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통계에 조금이라도 개입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번에 청와대를 곤혹스럽게 한 가계동향조사의 소득통계를 직접 개편했던 유경준(57) 전 통계청장을 만났다.
 
통계청장이 13개월 만에 바뀔 자리인가.
“그럴 자리가 아니고, 그럴 사유도 없다. 황수경 청장은 오랫동안 알고 지낸 후배다. 30년이다. 공대 출신인데 학창 시절부터 데모를 많이 했고 노동 전문 매체의 기자를 하다 숭실대와 미국 뉴욕대에서 노동경제학을 전공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을 거쳐 한국개발연구원(KDI)으로 옮겨와서도 노동과 분배를 연구했다. 강직하고 뚝심이 세다. 야당 의원이 고용 전망을 묻자 ‘내가 점쟁이가 아니라서 모르겠다’고 하질 않았나. 정무감각이 부족하다 볼 수 있지만 통계청장으로는 적격이다.”
 
그러나 청와대에서 흘러나오는 말은 “표본설계에 대한 대응이 부실했다. 통계가 뭔가 이상하다. 소득주도가 문제가 있는 게 아니고 현실을 잘 반영하지 못하는 통계에 문제가 있다”는 식이다.
“전혀 그렇지 않다. 공식 통계를 왜곡하기는 불가능하다. 신임 강신욱 청장도 살펴보겠다고 했지만 ‘표본설계서’라는 게 있다. 표본 설계의 방법은 바꾸기 어렵고 일부 바꾼다고 해도 추이가 바뀌지 않을 것이다. 현재의 분배 악화는 구조조정·경기침체가 복합된 결과지만, 한국은 영세한 자영업자 비중이 높아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이 클 수 밖에 없다.”
 
황 전 청장은 이임식에서 눈물을 흘리며 “통계청의 독립성·전문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중심을 잡으려고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왜 이런 발언이 나왔을까.
“청와대는 소득주도 성장을 열심히 했으니까 결과가 좋게 나올 것으로 봤는데 더 나빠졌다. 그와 관련해 홍장표 경제수석이 경질됐고, 결과가 나빠지는 데 대해 이해가 되지 않으니 통계 논란이 시작된 것이다. 혹시 표본에 문제가 없느냐는 청와대의 문제 제기에 황 청장은 ‘문제가 없다’고 답했을 것이다. 그러니 황 청장이 ‘윗선 말은 잘 듣는 편이 아니었다’고 하질 않았겠나. 통계의 정치 도구화를 막아야 한다.”
 
결국 통계청장 교체 사태는 소득주도 성장의 질주에서 비롯된 것 아닌가.
“취업한 임금근로자는 임금이 오르나 무직자·실직자·영세자영업자는 취업·영업에 곤란을 겪으니까 지표가 안 좋아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2016년부터 제조업 구조조정이 시작됐고 중국과의 ‘사드’ 갈등이 시작됐다. 또 기초노령연금으로 대표되던 공적부조 지급의 기저효과가 2015년 이후 없어지고, 경기 불황으로 소득마저 감소하던 시기에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리니 임금근로자는 임금이 올랐지만 자영업자는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선진국은 자영업자 비중이 10%에 그치지만 한국은 25%에 달해 구조 자체가 다르다. 이에 대한 깊은 연구와 고려가 없었다. 결국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니 분배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재임 중 소득통계는 왜 바꾸었나.
“가계동향조사는 원래 소비지출 전용조사다. 가계부 기장 방식이라고 해서 매달 가구를 찾아가 매일 지출을 기록해달라고 한다. 여기에 소득조사는 부수적으로 한다. 1963년부터 시작됐는데 시간이 갈수록 무응답 가구가 늘었다. 특히 서울 압구정 현대아파트 같은 부유층이 사는 곳에 가면 문을 안 열어준다. 그래서 조사방법을 바꾸고 표본을 재설계하되 소득부문의 발표는 지난해부터 중지하려고 했다. 원래 조사 목적인 소비지출 조사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런데 표본은 왜 재설계했나.
“발표는 안 하지만 그래도 조사는 계속해서 연구용이나 참조용으로 필요한 곳에 제공하려 했다. 지역, 가구주 연령·학력, 주거 형태 등을 모두 현실에 맞추고 표본 수도 최소한으로 해 2016년 8500에서 2017년부터 5500가구로 줄였다. 2016년 이전 표본은 ‘2010년 인구조사’를 기반으로 설계돼 있었다. 2017년 이후의 표본은 2015년 인구조사가 바탕이 됐다. 그 사이에 1인 가구가 급증하고 고령화가 심화하는 인구사회학적 변동 사항이 반영된 것이다. 현재 1인 가구 비중은 29%에 달한다. 2018년부터는 더 자세히 보겠다고 해서 표본만 5500에서 8000가구로 다시 확대했다 한다. 비례적으로 확대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통계청이 확인했다.”
 
또 다른 이유는 없나.
“근본적인 이유인데 소득불평등 과소 집계 문제가 있었다. 앞서 말한 대로 가계동향조사는 가구 방문 방식인데 압구정 아파트 같은 곳에선 문을 잘 안 열어준다. 지니계수는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도가 높은데 가계동향조사는 0.30이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중간쯤 된다. 이는 한국은 소득불평등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이는 오래전부터 학계에서 잘못된 것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그래서 소득전용 지표를 개발한 것이 가계금융복지조사이다. 이 기준으로는 0.34여서 OECD 기준으로 소득불평등이 높은 국가라는 얘기다.”
 
분배 및 복지 정책의 방향을 좌우할 만큼 큰 차이 아닌가.
“그래서 좀 더 타당한 것으로 소득불평등 통계 기준을 바꿨어야 했는데 가계동향조사는 오래 전부터 써오던 거라 아무도 안 했다. 그래서 2017년부터는 표본이라도 바꾸는 것이 당연했다. 당시 야당인 현 여당도 틀린 통계를 폐지하라고 난리였는데 지금은 입을 꼭 다물고 있다.”
 
그래서 지난해부터 가계동향조사의 소득통계 발표를 안 하려고 했던 것인가.
“당초 그렇게 돼 있었다. 표본의 전면 개편으로 2016년과 2017년은 비교가 불가능했다. 그러나 2017년 추석이 10월에 있어 일시적으로 4분기 소득분배 지표가 좋은 것으로 나오자 청와대와 기획재정부가 약속을 깨고 언론에 공개해버렸다. 통계청은 울며 겨자 먹기로 언론에 공식 보도자료가 아니라 수치로만 제공하게 됐다. 이때부터 상황이 엉켰다. 분기 자료를 계속 발표했는데 웬걸, 기대와 달리 1·2분기 내리 지표가 악화한 것이다.”
 
이번에 청장이 교체되면서 소득통계를 재검토하겠다는 것 아닌가.
“신임 강 청장이 표본을 재검토한다고 하는데 오차 허용범위를 넘어설 만큼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저출산·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 추세가 급격한데 이 같은 인구와 가구의 사회학적 요인을 반영해서 2017년 조사를 설계하고 2018년에도 표본을 비례적으로 늘렸으니 노인층과 저소득층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표본 바꿔서 문제 생긴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한 모양이다. 그렇다고 표본을 건드리면 막장으로 가서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 그걸 가장 잘 아는 곳이 통계청이다.”
 
청장을 바꾼다고 무엇이 달라지겠나.
“청장은 조사 발표 이틀 전 정도에 보고받는다. 청와대와 기획재정부는 공표 하루 전 낮 12시에 받는다. 정책 방향이나 리뷰할 시간을 주는 것이다. 2015년 통계법에 규정한 절차다. 통계청 직원도 사전 발설하면 통계법 위반이다. 황 청장도 엄격하게 지켰을 것이다. 사전에 결과를 알면 증권투자를 할 수도 있고 정부 부처가 ‘마사지’나 장난을 하려 할 수 있다.”
 
소득통계가 사실상 두 개라는 얘긴가.
“정부는 당초 계획대로 소득통계의 기준을 분기별 가계동향조사에서 1년 단위의 가계금융복지조사로 단일화해야 한다. 분기별로 소득통계를 발표하는 나라는 없다. 매달마다 와서 소득 묻고 하면 누가 좋다고 답을 하겠나. 이제는 빅데이터 시대이다. 행정 빅데이터인 국세자료·건강보험·사회보험을 재구성하면 임금과 소득의 추이를 파악할 수 있다. 이미 통계청에서 시작됐다. 가계조사를 부활한다면 두 개 이상의 소득불평등 지표가 통계청에서 생산돼 어느 것이 진짜인지에 대한 논쟁이 또 시작될 것이고, 매달 조사하는 가계소득조사는 표본의 문제가 계속 되풀이될 것이다. 이런 혼란을 피하려면 경솔한 결정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
 
자의적 통계 해석도 심각해 보인다.
“통계는 아는 만큼 보인다. 다만 한계를 알고 쓰는 게 중요한데, 모르고 써서 문제가 생긴다. 통계가 거짓말이라고 하는 것은 모르고 쓰거나 의도적으로 써서 그렇다. 고용률이 높아졌다고 했는데 7월에는 0.2%포인트 떨어졌고, 국민총소득(GNI)에서 기업소득 비중만 늘어났다고 했는데 기업GNI에서 감가상각비를 빼면 노동소득분배율도 줄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유경준은 …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고용노동·소득분배 분야에 전념한 노동경제학자다. 한국노동연구원을 거쳐 미국 코넬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재정복지 부장과 수석이코노미스트를 거쳤다. 고용노동부장관 자문관, 최저임금심의위원회 공익위원으로 활약하다 2015년 5월 통계청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7월까지 재임하면서 통계청의 독립성 강화와 통계 현실화에 앞장섰다. 지금은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소득 불평등을 줄이려면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고용을 증가시키고 성장률 자체를 높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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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