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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7 대책 역효과 … “투기지역은 집값 오른다” 공인해준 셈

“호가(부르는 값)가 더 올랐어요. 정부가 인기 지역이라고 공인해준 것으로 보는 것 같아요.”
 
30일 서울 동작구 흑석동의 흑석한강센트레빌2차 단지 내 상가. 중개업소마다 전화벨 소리가 울려댔다. 대부분 집주인 전화였다. 이들은 미리 내놓은 매물 가격을 올리거나 가격 추이를 물었다. 이 아파트 84㎡(이하 전용면적) 호가가 지난주 12억원이었는데 현재 12억5000만원에 나온다. 명문센트레빌공인중개업소 임계선 대표는 “투기지역으로 지정됐는데도 매도자 기세가 꺾이지 않아 집값이 내려갈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찾은 경기도 광명시 철산동의 한 중개업소. 가격 협상 중이던 40대 주부는 “84㎡ 아파트를 8억원대에 사려고 했는데 ‘9억원 아니면 안 판다’는 통에 포기했다”며 “당분간 시장 동향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8·27 부동산 대책에도 규제 지역으로 지정된 곳의 과열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여전히 매물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호가는 꿈쩍 않고 있다. 오히려 규제를 호재로 받아들여 가격을 더 올리는 집주인도 있다. 매수세는 달라지는 분위기다. 일부 매수 희망자는 가격 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며 눈치 보기에 들어갔다.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서울 동작·종로·동대문·중구 주택시장은 규제를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이미 투기지역 지정을 예상했기 때문이다. 지난주 12억원을 호가했던 종로구 ‘대장주’ 아파트인 경희궁자이 59㎡는 이날 12억5000만원에 매물이 나왔다. 주민 김모(39)씨는 “투기지역으로 지정돼도 ‘주택담보대출 가구당 1건 제한’ 정도 추가될 뿐”이라며 “집값이 오를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투기과열지구로 묶인 경기도 광명·하남시도 상황은 비슷하다. 2072가구 규모 대단지인 광명시 철산래미안자이를 통틀어 매물이 1~2개뿐이라고 중개업소들은 전했다.
 
조정대상지역으로 선정된 구리시와 안양시 동안구, 광교신도시에서도 가격 흔들림이 없다. 하지만 없던 규제가 생긴 터라 매수 희망자가 부담을 느끼기도 한다. 이곳에선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가 중과되고 대출 땐 주택담보대출비율(LTV) 60%, 총부채상환비율(DTI) 50%가 적용된다. 구리시 인창동 아파트를 사려던 직장인 안모(35)씨는 “대출액이 주는 데다 양도세 비과세를 위해 2년 이상 실거주해야 해 살지 말지 망설여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집값이 내리면 사겠다는 대기 수요가 여전해 가격 조정을 많이 받진 않을 것이라는 게 중개업소들의 공통된 얘기다.
 
시장의 관심은 정부가 내놓을 추가 규제 카드로 쏠린다. 이날 당·정·청에선 부동산 시장을 겨냥한 강성 발언이 쏟아졌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투기 수요를 규제하되 필요하다면 강력한 대책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3주택 이상이거나 초고가 주택에 대해 종합부동산세를 강화하는 것을 정부가 강력히 검토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종부세율이 현재 정부 제출안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한편으론 1주택자에 대한 장기보유 특별공제가 강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남수 신한은행 도곡PWM센터 PB팀장은 “현재 1주택자가 집을 10년 보유하면 양도세를 80%까지 깎아주는데, 정부가 보유 기간을 늘리거나 감면 폭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일시적 2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비과세 기간을 3년에서 2년으로 줄이거나, 재개발 사업에 재건축과 비슷한 수준의 규제를 도입하는 방안 등도 거론된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청와대까지 나서서 규제 시그널(신호)을 계속 주고 있는 만큼 일시적인 관망세는 나타날 수 있다”며 “그러나 저금리로 인한 풍부한 유동성, 8·2 대책 후 학습효과 등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커 집값을 잡기엔 역부족일 것”이라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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