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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 경영] "미래 먹거리 찾아야 산다" … 기업들은 지금 '연구·개발 중'

위기 탈출 해법, 왜 R&D 인가
GS칼텍스 연구원들이 대전 중앙기술연구소에서 바이오부탄올 시료를 분석하고 있다. 바이오부탄올은 화장품·헬스케어·농약 등에 쓰이는 친환경 소재로, 이 회사는 2016년 9월 500억원을 투자해 전남 여수에 시범공장을 착공했다. [사진 GS칼텍스]

GS칼텍스 연구원들이 대전 중앙기술연구소에서 바이오부탄올 시료를 분석하고 있다. 바이오부탄올은 화장품·헬스케어·농약 등에 쓰이는 친환경 소재로, 이 회사는 2016년 9월 500억원을 투자해 전남 여수에 시범공장을 착공했다. [사진 GS칼텍스]

 
미국과 중국 간 무역 전쟁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9월 말께 중국산 수입품 2000억 달러어치에 관세 10~25%를 매기겠다”고 발표했다. 중국도 맞불을 놓고 있다. 미국산 600억 달러에 보복 관세를 부과할 방침이다. 관세가 높아지면 글로벌 교역량이 줄어든다. 성장세도 꺾일 수 있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전 세계 무역량은 2015~16년 1.3% 감소했다. 그 바람에 세계 경제 성장률은 2.7%에서 2.5%로 0.2%포인트 낮아졌다.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통상 분쟁이 있을 때마다 촉각을 곧추세울 수밖에 없다. 특히나 국내 기업들은 세계 최대 교역국인 미·중 간 통상 마찰을 초조하게 지켜보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미·중 무역 분쟁에 따른 국가별 국내총생산(GDP) 영향 비교’ 보고서에서 두 나라의 무역 갈등으로 한국의 GDP가 한해 0.018%(2억3600만 달러)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과 중국의 GDP가 각각 0.1%, 0.2% 줄어든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여기에다 중국의 ‘기술 굴기’로 한국 수출에는 비상이 걸렸다. 한국과 중국 기업 간 기술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고 있어서다.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한·중 수출구조 변화 비교와 시사점’ 리포트에 따르면, 한·중 기술수준 격차는 2014년 1.4년에서 2016년 1.0년으로 줄어들었다. 특히 전자·정보·통신 분야는 0.3년 줄었고 의료는 0.5년, 바이오는 0.2년 축소됐다.
 
이럴 때 강조되는 미래 성장 모멘텀이 신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연구개발(R&D)과 선제적인 투자 활성화다. 기업들이 갖가지 난관 앞에서도 조기에 투자를 집행하고, 당초 계획보다 투자 규모를 확대하는 이유다.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차·친환경차 등장이라는 자동차 산업계의 거대한 물결을 R&D 투자로 극복한다는 전략이다. 미래 자동차의 핵심 기술을 내재화하는 것은 물론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과 손잡고 자율주행 및 커넥티드카 상용화에 신발 끈을 죄고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는 커넥티드 및 차세대 수소연료전지 기술이 적용된 넥쏘·제네시스G80 기반의 자율주행차를 시연하면서 주목받았다. 정몽구 회장은 “수소전기차를 기점으로 시장 선도적인 친환경차를 적극 개발해 2025년까지 38개 차종을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SK그룹은 투자·조직 문화의 근본적인 혁신을 강조한다. 향후 3년간 ▶반도체·소재 ▶에너지 신산업 ▶헬스케어 ▶차세대 ICT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 80조원을 투자하는데, 국가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면서 사회적 가치를 담아야 한다는 주문이다. 이는 연초 최태원 회장이 제시한 ‘딥 체인지(Deep Change)’ 메시지에서 비롯된다. 최 회장은 “SK는 여전히 ‘올드 비즈니스’를 열심히 운영하거나 개선하는 수준에 안주하고 있다. 미래 생존이 불확실한 ‘서든 데스(Sudden Death)’ 시대에서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딥 체인지’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LG그룹은 인공지능(AI)과 자동차전자부품·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분야에서 미래 먹거리 발굴에 나서고 있다. TV와 냉장고·에어컨 등 주요 가전제품에 AI를 탑재하는 것을 비롯해 초프리미엄 브랜드 ‘시그너처’ 제품군을 늘리고 있다. 이 같은 투자는 성과로 이어졌다.
 
LG전자는 올 상반기 TV를 포함한 가전부문에서 12.4%의 영업이익률을 올렸는데, 이는 주요 가전업체 평균의 3배가 넘는다. 이 밖에도 오스트리아 조명부품 업체인 ZKW 인수, VC(전장부품)사업부 투자 확대 등을 통해 전장 부문을 강화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중국 광저우 OLED 공장 건설 등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주도권을 늘려가고 있다. LG화학은 시설 투자에만 4조원을 집행해 2015년까지 ‘글로벌 5’ 진입을 목표로 제시했다.
 
GS는 그룹 차원에서 에너지·유통·건설 등 주력 사업의 경쟁력 강화와 인수합병(M&A) 및 신사업 진출을 통한 신성장 동력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GS칼텍스는 바이오케미컬·복합소재 분야를 개척하고, GS건설은 선진국형 발주 방식인 ‘프리콘’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뉴 비즈니스 발굴에 적극적이다.
 
포스코는 지난 7월 최정우 회장 취임 이후 ‘새로운 가치’를 강조하고 있다. 최 회장은 “철강 사업은 세계 최고 수준의 프리미엄 제품·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제품 개발과 원가절감 기술을 중심으로 R&D를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포스코 기술연구원과 포스텍,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을 3대 거점으로 삼아 유기적인 산학연 R&D 시스템을 갖췄다.
 
두산은 과감한 사업 개편과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에너지·건설장비·부품 제조 등 기간산업 중심으로 변신했다. 1992년 문을 연 두산기술원에서는 보일러·발전소 이산화탄소 포집·저장 기술, 친환경 발전 설비, 수처리 분야에서 확보한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부가가치를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국내뿐만 아니라 영국·체코·사우디아라비아 등에 글로벌 R&D 센터를 설립하고 글로벌 기술 역량 결집에 주력하고 있다.
 
효성은 1990년대 집중 투자를 통해 스판덱스·타이어코드 시장에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효성의 스판덱스는 베트남·중국 등에 구축한 생산 네트워크와 함께 끊임없는 기술 혁신을 통해 차별화된 기술과 품질 확보에 성공했다. 섬유에서 축적된 기술 개발 노하우는 아라미드·탄소섬유 등 고성능 특수섬유를 개발할 수 있는 바탕이 됐다.
 
현대백화점은 첨단 기술을 활용한 ‘리테일테크’ 분야에서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5월 중국 뷰티 전문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APP·앱) 업체인 ‘메이투’와 제휴를 맺고, 공식 온라인 쇼핑몰 ‘더현대닷컴’에 가상 메이크업 서비스를 도입했다. 온라인 쇼핑몰에 증강현실을 이용한 메이크업 시연 서비스를 도입한 것은 이 회사가 처음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고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미래 시장을 읽는 안목과 선제 투자, 인재 양성, 규제 혁신 등 4박자가 필요하다”며 “이 중에서도 적극적 R&D 투자가 성과 개선·신규 채용 등으로 이어지는 핵심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이상재 기자 lee.sangja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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