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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압력에 직장 잃었는데 생활지원금 받은 게 화해의 뜻?"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사진 Pixabay]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사진 Pixabay]

1978년 방직 회사에서 노동조합 활동을 시도하다가 해고된 A씨. 당시 중앙정보부(현 국가정보원) 압력으로 회사에서 쫓겨난 그는 이 같은 이력 때문에 이후에도 변변한 직장을 구하지 못했다.
 
시간이 흘러 2000년이 돼서야 민주화보상법이 만들어졌고 A씨는 국가로부터 금전적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후 2010년 6월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A씨의 해고에 대해 “위법한 공권력 행사”라고 결정했다. A씨는 이 결정을 근거로 국가를 상대로 배상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하지만 판결은 A씨 뜻대로 나오지 않았다. 법원은 A씨가 정부에서 생활지원금을 받는 데 동의한 점을 근거로 “국가와의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민주화보상법에 따른 보상금 지급결정에 동의한 것은 그 피해에 대한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본다’는 법 조항이 그 근거였다. A씨는 “생활지원금은 궁핍한 민주화운동 관련자의 생활을 보조하기 위한 지원금일 뿐 국가가 배상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면서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는 규정”이라며 헌법재판소에 위헌소송을 냈다.
 
헌재는 30일 A씨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헌재는 “민주화보상법에 규정된 보상금 등에는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이 포함되지 않았다”며 “이에 대한 적절한 배상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정신적 손해에 관한 국가배상청구권마저 금지하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한 제재”라고 판단했다.
 
이진성 헌법재판소장(오른쪽 부터), 안창호, 김이수 헌법재판관이 3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긴급조치 국가배상 부정' 재판 등과 민주화운동 보상법 사건·과거사사건 국가배상청구 소멸시효 사건 선고 등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진성 헌법재판소장(오른쪽 부터), 안창호, 김이수 헌법재판관이 3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긴급조치 국가배상 부정' 재판 등과 민주화운동 보상법 사건·과거사사건 국가배상청구 소멸시효 사건 선고 등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판관 7 대 2 의견으로 해당 법 조항이 위헌 결정이 나면서, A씨와 같은 이유로 억울함을 주장했던 사람들은 이 결정에 따라 국가배상을 받을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1980년대 국가의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보상을 청구하는 시한(3년ㆍ소멸시효)을 둔 과거사정리법 조항에 대해서도 이날 재판소는 6대 3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국가기관이 국민에게 누명을 씌워 불법행위를 자행하고 사후에도 조작ㆍ은폐함으로써 오랜 기간 진실규명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았다”며 “피해 사실에 대한 조작ㆍ은폐를 통해 피해자의 권리를 장기간 저해한 사안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소멸시효 법리를 도출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날 헌재에 대한 또 다른 관심사는 확정판결에 대한 재판 취소가 가능해지는 길이 생기는지 여부였다.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이 “긴급조치 당시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을 인정하지 않은 법원 확정 판결을 취소해달라”며 낸 헌법소송에 대해서다.
 
이에 대해 헌재는 재판관 7대2 의견으로 각하 결정했다. 각하는 “헌법재판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사건”이라는 뜻이다. 헌재는 “‘헌재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하지 않은 법원의 재판은 헌법소원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결정을 2016년 4월 내린 바 있다”며 “이 사건 대법원 판결들은 위헌으로 결정된 법령이 아닌 대법원의 해석에 따른 것으로 헌법소원의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최선욱ㆍ조소희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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