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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나이들어도 아버지는 남자, 어머니는 여자

기자
이한세 사진 이한세
[더,오래] 이한세의 노인복지 이야기(21)
존 그레이의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남녀 사이의 언어와 사고방식이 다를 수밖에 없으니 서로 이해하고 소통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중앙포토]

존 그레이의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남녀 사이의 언어와 사고방식이 다를 수밖에 없으니 서로 이해하고 소통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중앙포토]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는 존 그레이의 작품으로 1992년 미국에서 출간해 한국에서도 화제를 모았다. 책의 내용은 남자와 여자는 각자 고향인 화성과 금성을 떠나 지구라는 낯선 곳에서 살고 있다는 것이 골자다. 따라서 남녀 사이의 언어와 사고방식이 다를 수밖에 없으니 서로 이해하고 소통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연세가 지긋한 부모와 장성한 자녀는 가족으로서 잘 소통할까. 남녀 사이에 다른 언어와 사고방식으로 인해 소통의 어려움이 있는 것처럼 ‘화성에서 온 부모 금성에서 온 자녀’는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화성에서 온 부모, 금성에서 온 자녀’
성인 자녀는 부모를 정작 남들보다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부모를 독립적인 존재로 받아들이기보다 부모의 역할로만 바라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아버지와 어머니가 ‘김성수’와 ‘박인순’이라는 이름을 가진 남자와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중성인 ‘부모’의 틀 안에 가두어 바라보려고 한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는 적어도 서로가 남자와 여자임을 인지하고 있다. 그런데 자녀가 부모를 중성으로 여긴다면 부모와 자녀는 화성과 금성보다 더 먼 외계의 별에서 온 사이가 될 수 있다.
 
어머니는 희생의 아이콘이다. 자녀가 어렸을 때 진자리, 마른자리, 먹거리 등을 다 마련해 준 사람이다. 자녀가 결혼해 분가해도 남편과 손주들 신경 쓰느라 막상 본인의 관심사는 뒷전이기 일쑤다. 자녀는 이런 어머니에 대해 늘 나를 도와주고 아이들을 챙겨주는 ‘부모’로만 기억하기 쉽다. 그러다 어머니가 나이가 들면 여자로 인정하지 않거나, 간혹 어머니가 여성성을 보이면 불편해 외면하는 경우가 많다.
 
어머니가 아무리 나이 들어도 여자는 여자
그러나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어머니가 여성성을 잃어버린 것은 아니다. 나에게 소중한 아들이 다른 사람에게 더 관심을 보이면 무의식적으로 질투심도 느끼고 자기를 배려하지 못하는 남편에게는 화도 낸다. 이러한 모습은 가족관계 안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아들을 중간에 놓고 며느리와 고부갈등을 겪거나, 은퇴한 게으른 남편에게 부쩍 잔소리가 심해지는 경우가 여기에 속한다.
 
이럴 때는 ‘어머니가 속 좁게 왜 저러시나’라고 짜증을 내기보다 여자로서 어머니의 마음을 헤아려볼 필요가 있다. 어머니도 연약하고, 보호받고 싶고, 젊어 보인다는 말을 듣고 싶어하는 여자이다.
 
나이가 들어도 부모는 부모이기 전에 하나의 독립된 존재이므로 자식 뿐만 아니라 누군가에게 여성으로서, 남성으로서의 존재감을 인정받는다면 기분이 좋아질 것이다. [사진 pixabay]

나이가 들어도 부모는 부모이기 전에 하나의 독립된 존재이므로 자식 뿐만 아니라 누군가에게 여성으로서, 남성으로서의 존재감을 인정받는다면 기분이 좋아질 것이다. [사진 pixabay]

 
어머니가 70~80대 다소 고령자라 하더라도 일부러  여자임을 일깨워 주는 칭찬을 해 주면 좋을 것이다. ‘요즘 얼굴이 더 밝아지고 예뻐지셨다’, ‘입고 있는 옷이 잘 어울리신다’ 같은 말만으로도 어머니를 환하게 웃게 할 수 있다. 
 
어머니가 이해 못 할 짜증을 내면 사랑하는 사람의 고민을 들어주듯 공감해 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한발 더 나아가 기분전환을 위해 어머니를 모시고 분위기 있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셔본다면 금방 기분이 좋아진 어머니는 이런저런 속마음을 자녀에게 모두 털어놓을 것이다.
 
어머니가 여자인 것처럼 아버지도 남자다. 남자는 직장에서 은퇴하면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많이 위축된다. 그런데도 본능적으로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하며, 부모와 자식 간에도 이러한 현상이 자주 나타난다.
 
예를 들어 성인 자녀가 몸담은 직장이나 조직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조언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정치 현안에 대해서는 마치 십 대에 훈계하듯 이 본인의 생각을 늘어놓기도 한다. 일본의 독도 문제가 불거지면 항일투사가 되며, 요즘 젊은 세대에 대해서는 걱정을 한가득 가진 교육자가 되기도 한다. 그것도 한 번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만날 때마다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아버지의 이야기를 가로막거나 잔소리라고 귓등으로 듣기보다 ‘아버지가 얼마나 남자임을 인정받을 곳이 없으면 저러실까’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아버지는 본인의 말 내용대로 자녀가 행하는 것까지 바라는 것은 아니다. 어차피 이야기 대부분이 원론적이며 피상적이어서 특별히 행동으로 옮겨야 할 내용도 없다.
 
진지하게 듣고 긍정해주면 아버지는 기분 좋아져
자녀는 부모를 독립된 존재로 인정하고 이해한다면 부모와 자녀는 더이상 화성과 금성에서 온 이방인이 아닐 것이다. [사진 pixabay]

자녀는 부모를 독립된 존재로 인정하고 이해한다면 부모와 자녀는 더이상 화성과 금성에서 온 이방인이 아닐 것이다. [사진 pixabay]

 
아버지는 무의식적으로 자녀에게라도 남자의 존재감을 인정받고 싶은 것이다. 자녀가 진지하게 듣고 긍정해 주는 것만으로도 아버지는 자식에게 인정받았다는 만족감에 기분이 좋아질 수 있다. 설혹 중요치 않은 내용이라 하더라도 ‘정말 좋은 말씀입니다’, ‘아버님 말씀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라고 치켜세우면 세상에 부러울 것 없는 만족한 표정을 짓는 것이 아버지다.
 
우리의 부모도 남자와 여자로 만나 사랑하고 결혼했듯이 연로했다고 남자와 여자의 본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자녀가 부모의 남성성과 여성성을 부성애와 모성애의 그늘 밑에서 보지 못하고 있었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남자와 여자의 본성을 가진 독립적인 존재로 이해한다면 부모와 자녀는 더는 화성과 금성에서 온 이방인이 아닐 것이다.
 
이한세스파이어리서치&컨설팅 대표 justin.lee@spireresearc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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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