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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에 떨어진 사과 팔아줍시다' 캠페인 벌인 시민들

기자
김성주 사진 김성주
[더,오래] 김성주의 귀농귀촌이야기(28)
태풍 '솔릭'이 지나가고 나서 생긴 낙과와 쓰러진 벼에 1999년의 태풍 '올가'가 생각난다. 99년도 태풍 '올가' 때문에 비닐하우스가 물에 잠기고 비바람에 과일이 떨어지는 등 태풍 피해가 컸다. [중앙포토]

태풍 '솔릭'이 지나가고 나서 생긴 낙과와 쓰러진 벼에 1999년의 태풍 '올가'가 생각난다. 99년도 태풍 '올가' 때문에 비닐하우스가 물에 잠기고 비바람에 과일이 떨어지는 등 태풍 피해가 컸다. [중앙포토]

 
엎친데 덮친 건가. 태풍 솔릭이 그냥 그냥 넘어간다 싶었는데, 폭우가 몰아쳤다. 기록적인 폭염을 견디었나 했지만, 비바람에 낙과가 생기고 벼가 쓰러진다. 지금부터가 문제다.
 
1999년이 생각난다. 당시에도 태풍이 몰아쳤다. 이름이 하필 올가였다. 유기농을 뜻하는 오가닉과 이름이 비슷한 이 태풍은 농작물에 큰 피해를 끼쳤다. 비바람에 과일이 떨어지고 비닐하우스가 물에 잠겨 농민의 속을 꽤 썩였다.
 
시민들이 나서서 낙과 구매 캠페인 
그런데 사람들은 농산물값만 걱정했다. 이런 와중에 감동을 준 농가가 있었다. 경북 봉화의 한 사과농장이었다. 땅에 떨어진 사과는 물론 나무에 붙어 있는 사과도 품질이 좋지 않아 모두 폐기하기로 했단다. 이를 안 어느 방송국이 농장주에게 전화를 걸어 피해 상황을 물어보며 아깝지 않냐는 질문을 던지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아깝지만 할 수 없죠. 질이 낮은 사과를 소비자에게 팔 수 없습니다. 망가진 사과를 먹는 모습을 생각하면 지금 이 사과는 절대 팔 수 없습니다.”
 
그의 한마디에 가격만 걱정하던 사람들이 마음을 돌렸다. 자식 같은 농작물이 자연재해에 떨어졌으니 얼마나 가슴이 아프겠냐며 낙과 팔아주기 캠페인을 벌인 것이다. 10여년이 지난 2012년 볼라벤과 덴빈이라는 태풍이 일주일 간격으로 연달아 한반도를 강타했을 때도 같은 캠페인이 벌어졌다. 이후 재해를 입거나 이상 기온으로 상품 가치가 떨어진 농산물을 시민들이 나서서 사주는 운동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올해도 그럴 것으로 보인다.
 
생산자의 어려움을 공감해 소비자가 나서 구매해 주는 일은 마케팅의 관점에서 보면 매우 좋은 일이다. 소비자가 제품의 가치를 인정해 주고 좋은 제품이 생산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야말로 지속가능한 경영을 가능케 한다. 그리고 품질이 좋지 않아 판매하지 않겠다는 것은 책임 있는 생산자의 행동이다. 우리는 이런 농가에 대해 ‘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y)’을 다했다고 말한다.
 
CSR의 뜻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라는 뜻으로 기업이 가져야 하는 중요한 가치이고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한 조건이다. 지금 전 세계에서 우수한 기업들은 모두 CSR을 실천하고 있다고 한다. [중앙포토]

CSR의 뜻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라는 뜻으로 기업이 가져야 하는 중요한 가치이고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한 조건이다. 지금 전 세계에서 우수한 기업들은 모두 CSR을 실천하고 있다고 한다. [중앙포토]

 
우리가 CSR이라고 부르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기업이 가져야 하는 중요한 가치이고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한 조건이라고 한다. 기업은 경제적 책임과 법적 책임, 윤리적 책임, 사회공헌 책임을 가져야 하며 지금 전 세계에서 우수한 기업들은 모두 CSR을 실천하고 있다고 한다.
 
경제적 책임은 고용증대·수출증대· 주가 상승이고, 법적 책임은 정직한 납세와 투명경영을 말한다. 그리고 윤리적 책임은 환경보호와 건강과 안전을 책임지는 제품의 생산이다. 마지막으로 사회공헌 책임은 공익사업, 기부, 후원, 자원봉사 활동이다. 그러나 요즘 한국 기업들은 눈앞의 이익을 위해 사회적 책임을 지지 않는 모습을 자주 보게 돼 안타깝다. 오로지 경제적 책임만이 있고 나머지는 모른 체하니 이러고도 세계적인 기업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농민들도 건강한 먹거리 만들기 힘써야
많은 농민이 자기가 생산한 농산물을 먹는 소비자를 위해 무농약과 유기농으로 농사를 지으려고 노력한다. 농약을 쓰더라도 법적으로 허용된 양 만큼만 쓰려고 하지 과거처럼 지나친 사용은 억제한다. 게다가 생산된 농산물과 축산물도 품질이 좋지 않으면 스스로 출하를 거두기도 한다. 윤리적 책임을 지는 것이다.  귀농·귀촌한 농민은 환경 보호를 보다 철저하게 지키는 편이다.
 
지역마다 설치된 '로칼푸드 판매장'.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해 품질관리를 하며 자신의 실명을 내걸고 판매 활동을 한다. 이것이 경제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들고 먹거리의 안정성을 높인다. [중앙포토]

지역마다 설치된 '로칼푸드 판매장'.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해 품질관리를 하며 자신의 실명을 내걸고 판매 활동을 한다. 이것이 경제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들고 먹거리의 안정성을 높인다. [중앙포토]

 
지역마다 설치된 ‘로컬 푸드 판매장’의 회원 농가들은 조합을 결성,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해 품질관리를 하며 자신의 실명을 내걸고 판매 활동을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경제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들고 먹거리의 안정성을 높인다.
 
각종 마을 사업과 협동조합 사업은 지역민의 결속을 다지고, 오래전부터 내려온 농업 문화를 계승해 미래에도 지속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산업화 시대에 사라진 우리의 전통문화는 지금 여러 시골 마을에서 다시 살아나고 있다. 대도시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른바 ‘도시 재생’ 사업은 농촌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도시는 농촌 지역 커뮤니티의 영속성을 배우고 있다.
 
몇해 전 일본에 태풍이 몰아쳤을 때 사과나무에서 떨어지지 않고 남아 있던 사과들을 잘 포장해 절대 떨어지지 않는 사과라며 수험생에게 인기리에 팔았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 사과는 맛 말고도 무언가 가치가 있었던가 보다. 우리도 그 가치를 알아야겠다.
 
김성주 슬로우빌리지 대표 sungz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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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