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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언의 시선] 문 대통령도 ‘홍군’을 만들어 보세요

이상언 논설위원

이상언 논설위원

“자네팀 정보 분석을 레드팀에 맡겼네. 빈 라덴 확률 40%, 마약상 확률 35%, 쿠웨이트 무기상 확률 15%, (빈 라덴의) 친척 확률 10%일세.” 미국의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작전을 다룬 영화 ‘제로 다크 서티’에 등장하는 미 국가안보국(NSA) 간부의 대사다.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이 찾아낸 빈 라덴 은신 추정 가옥에 실제로 그가 있을 가능성을 ‘레드팀(Red Team)’이라는 조직이 따져 보니 아닐 확률이 더 크다는 결과가 나왔다는 뜻이었다.
 
미 해군 특수부대는 2011년 5월 2일 파키스탄 아보타바드 지역에 있는 그 집을 급습해 빈 라덴을 사살했다.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백악관 상황실에서 군 장성 옆에 웅크리고 앉아 위성으로 중계된 작전 상황을 지켜본 그 날 일이다. 훗날 확인된 바에 따르면 실제로 레드팀 분석은 세 차례 이뤄졌고, 최종적으로 계산된 빈 라덴 은신 가능성은 50%였다. CIA 전문가들이 제시한 확률 평균은 80%, CIA 현장 요원 의견은 95%였다.
 
빈 라덴 습격은 아바타보드 의심 가옥 발견으로부터 9개월 만에 이뤄졌다. 그사이 이런 분석과 작전 준비가 진행됐다. 50%의 가능성은 위험한 수치임이 분명하지만 이전에 다른 의심 지역 분석 결과보다는 월등히 높은 확률이었다. 세 번에 걸친 레드팀 분석은 오바마의 신중함을 상징했다. 이런 과정은 만약 그곳에 숨어 있던 이가 빈 라덴이 아니었을 경우 쏟아질 국내·외 비난에 ‘성급하게 내린 결정이 아니었다’는 반박의 근거로 사용될 수도 있었다.
 
레드팀은 ‘반대편’ 입장에서 계획의 허점을 분석하는 조직이다. 정책이나 작전을 만들고 집행하는 측을 ‘청군(Blue Team)’이라 가정하고, 그들이 세운 계획의 문제점을 들춰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만드는 ‘홍군’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교황청에서 유사한 제도를 발견할 수 있는데, 2001년 9·11 테러 뒤 미국 군사·안보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했다. 최근엔 기업이나 국제구호기구도 활용한다.
 
[일러스트=김회룡 aseokim@joongang.co.kr]

[일러스트=김회룡 aseokim@joongang.co.kr]

“(7월 1일부터) 시행해 보고 보완할 부분이 있으면 보완하고 이렇게 메워나가면 된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6월 6일에 기자들 앞에서 ‘주 52시간 근로제’에 대해 한 말이다. 기업들이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달라고, 업종의 특수성을 반영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을 때였다. 그런데 김 장관은 근로자들의 임금, 기업 생산성, 국가 경쟁력이 걸려 있는 이 문제를 놓고 “해 보고 문제가 나타나면 고치겠다”고 했다. 그 뒤 이낙연 국무총리가 6개월 처벌 유예를 선언하며 급한 불을 막았고,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조정 검토를 공언했지만 아직까지 말뿐이다.
 
최저임금 인상도 ‘일단 가즈아~’였다. 경고등을 무시했다. 미국 시애틀에서 2015년에 시작한 15달러(1만6600원)까지의 최저임금 인상 정책 때문에 1년 반 새 저임금 노동자의 6.8%가 일자리를 잃는 ‘고용 쇼크’가 발생했다는 워싱턴주립대 분석이 있었다. 시애틀 시장이 직원 500명 이상 직장에서는 4년에 걸쳐, 나머지 일터에선 6년에 걸쳐 도합 4~5달러를 단계적으로 인상(한 해 5~10% 수준)하는 방법을 썼는데도 그런 결과가 나왔다. 일자리 감소, 자동화 가속화, 경비직 대량 해고, 자영업자 소득 급감 등 지금 한국에서 나타난 최저임금 16.4% 인상 후유증들은 예고된 것이었다. 지난해 가을 중앙일보 기획물 ‘7530의 역습’에 모두 들어있다. 젊은 기자 대여섯이 일주일 동안 취재한 결과였다. 경제·산업 전문가가 아닌 아마추어 레드팀도 예측했던 사태다.
 
레드팀 활용은 새로운 아이디어가 아니다. 지난해 봄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산하 ‘국민의 나라 위원회’가 만든 보고서에 포함돼 있다. ‘외부자 시선으로 정책을 검증하는 레드팀 프로세스 도입’ ‘위기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레드팀을 활용해 외부 시각과 비판을 전달하는 전담부서 신설’이라고 적혀 있다. 검찰에는 최근 범죄 첩보의 신뢰성과 수사 효과를 검증하는, 레드팀과 유사한 조직이 생겼다.
 
문재인 대통령은 여름 휴가 때 세 종류의 책을 들고 떠났다. 각기 광주민주화항쟁, 구한말 민초들의 고단한 삶, 북한의 변화를 소재로 삼았다. 그가 평생 소중하게 간직해 온 가치와 관련된 서적들이다. 그의 주변에는 온통 비슷한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포진해 있다. 레드팀 역할을 할 수 있는 정부의 각종 위원회 상황도 비슷하다. 국가정보원 기능을 축소하는 바람에 광범위한 민심 동향을 보고하는 곳도 없다. 받아 적기 바쁜 ‘적자생존’ 공무원 문화도 바뀌지 않았다. 집단적 사고, 확증 편향을 막을 방법이 별로 없다는 얘기다. 이스라엘 정부의 레드팀 명칭은 ‘이프차 미스타브라’인데, ‘정반대가 진실일 수도’라는 뜻이다.
 
이상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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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