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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미래] 대기업 없는 과학기술

최준호 과학&미래팀장

최준호 과학&미래팀장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나름 ‘경사스러운’ 소식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2019년 정부 연구·개발(R&D) 예산이 사상 처음으로 20조원을 넘어선다는 얘기였다. ‘경사’를 알리고는 싶은데, 여론의 반응이 우려됐다. 결국 ‘형님 부처’격인 기획재정부가 2019년 전체 예산을 발표하고 나자, 겨우 정부 R&D 예산을 알렸다.
 
이유는 짐작할 만하다. 한국의 국가 R&D는 그간 동네북 신세였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세계 으뜸 수준임에도 제대로 된 성장엔진 하나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 때문이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그래서, 뭐. 어쩌라고’와 같은 볼멘소리가 터져 나올 법하다.
 
정부 R&D 예산이 전년보다 3.7% 늘어나고 사상 첫 20조원을 넘어섰으니 희소식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역시 중요한 건 ‘돈을 어떻게 잘 쓸 것이냐’다. 국가 전체 차원에서 과학기술 발전전략을 짜고, 그 전략에 따라 세부 실천 계획을 세우는 일이다. 그간 수많은 성장전략이 쏟아져 나왔음에도 제대로 된 국가 성장엔진 하나 나오지 못한 건 전략수립과 실천이 심각히 잘못됐다는 얘기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라는 게 있다. 국가과학기술의 혁신을 위해 설치된 대통령 직속기구다. 국가 전체의 과학기술 발전 전략과 주요 정책방향, 제도 개선 등을 대통령에게 자문하고 관련 과기 정책과 사업을 조정·심의하는 것이 그 임무다. 대통령이 국가의 최고경영자(CEO)라면,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는 최고기술경영자(CTO)인 셈이다.
 
어떤 사람들이 여기에 들어와 있을까. 교수와 정부 출연 연구소 연구원들이 대부분이다. 민간기업도 있긴 하지만 중소기업인이 대부분이다. 국가경제를 실제로 이끌어가는 삼성·현대·LG와 같은 대기업의 고위 임원은 눈을 씻고 봐도 없다. 임기도 고작 1년. 이들의 실제 역할이 관료들의 거수기 역할은 아니라고 믿어도 좋을까.
 
선진국은 어떨까. 제조업 혁명을 일으킨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은 민간이 주도했다. 지멘스와 BMW 등 독일을 대표하는 대기업 CTO들이 대거 참여했다. 일본도 우리의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와 유사한 기구에 도요타와 미쓰비시 등 대기업 최고경영진들이 들어가 과학기술 전략을 고민한다.
 
20조원의 정부 R&D가 성장엔진 하나도 못 만들어내고 연구소 서랍 속에서 잠자고 있는 데는 시작부터 꼬여버린 한국 과기계의 시스템에 원인이 있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 대기업 CTO들을 끌어들일 것을 제안한다.
 
최준호 과학&미래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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