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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통계청장의 바른 태도

고정애 중앙SUNDAY 정치에디터

고정애 중앙SUNDAY 정치에디터

역할극이다. 당신의 상사 C와, 우군이라고 보기 어려운 K가 충돌했다. K는 당신이 만든 자료를 들고 있다. 생산가능인구(15~64세) 추이다.
 
▶K=“생산가능인구가 지난해 1만 명 줄었고 올해 말까지 5만 명 준다고 돼 있다.”
 
▶C=“당신이 가진 건 (생산가능인구가 아닌) 인구 추계다. 정확하게 말하겠다. 올 7월 7만5000명 감소했다.”
 
몇 합을 겨룬 후에도 팽팽했다. 첫 충돌로부터 6시간여 흘러 K가 당신에게 시선을 돌리곤 물었다. “누구 말이 맞느냐.” 어떤 선택을 하려 하는가. 한 손을 들어줄 터인가, 얼버무릴 것인가.
 
이윽고 K와 둘이 있게 됐다. “어떻게 된 거냐.” 이번엔 어떻게 답할 텐가.
 
‘당신’으로 지칭했지만 운명적 질문을 마주한 인물이 누군지 짐작할 수 있을 게다. 황수경, 그러니까 전임 통계청장이다. 22일 낮부터 23일 0시 직후까지 국회 예결위장 안팎에서의 상황이다. C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K는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이었다.
 
황 전 청장은 “둘 다 맞다”고 했다. 권 의원이 언급한 데이터는 통계청의 지난달 발표였다. 장 실장이 인용한 수치도 지난해 7월과 올 7월의 차이였으니 틀리진 않았다. 황 전 청장은 회의장 밖에서도 유사하게 말했다고 한다. 그래선지 권 의원은 자정 이후 “밖에서 통계청장에게 확인했다”며 “장 실장이 통계를 보는 방법을 모른다”고 꼬집었다.
 
황 전 청장의 ‘황희’적 접근에도 논쟁의 패자는 분명했다. 장 실장이다. 끝내 자신만 맞는다고 주장했다. 당일 오후 4시부터 시작해 8시간여 시간이 있었고 고갯짓만 해도 조력받을 수 있었는데도 그랬다. 이로 인해 J노믹스의 핵심인 그가 통계를 모르는 이가 됐다. 과연 그가 이 문제에만 그랬을까. 또 과연 그만 그럴까.
 
권력은 황 전 청장을 내쳤다. 통계에 대한 불만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문재인 정권의 공직사회를 향한 메시지는 더욱 분명해졌다. 적폐 청산을 이유로 실무선도 징벌했던 탓에 “다음, 다다음 정권과도 일해야 할 국·실장 아래는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지시를 다 녹음한다”(고위 공직자)던 분위기였다. 이젠 정권이 주시하는 분야에서 자리를 보전하려면 다른 소리를 내선 안 된다는 데까지 나아갔다. 아무리 말한들 소리가 달팽이관을 통과할지언정 대뇌에 이르지 않는다는 것도 드러났다. 우군(황수경)에게도 가차 없었다. 이러는 사이 내부의 편향 동화는 더 심해지고 여론과는 더 멀어질 텐데 말이다. 고언도 어렵겠다.  
 
고정애 중앙SUNDAY 정치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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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