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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붉은깃발’ 유전자 치료연구 규제, 끝내 못 풀었다

정부가 암,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 등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으로 제한돼 있는 유전자 치료 연구를 모든 질환에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끝내 무산됐다. 대통령 직속 국가생명윤리심의원회는 29일 오후 회의를 개최하고 이런 내용의 개선안을 심의한 결과 “사안의 중대성을 생각해 재심의 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유전자 치료는 유전 물질을 인체에 주입해 유전자 변이를 일으켜 질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것을 말한다. 지금은 유전자 치료 연구를 할 수 있는 질환을 엄격하게 제한한다.  ▶유전질환·암·에이즈 등 생명을 위협하거나 심각한 장애를 일으키는 질병 ▶치료법이 없거나 다른 치료법보다 현저히 우수한 경우에만 가능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특히 체내에서 유전적 변이를 일으켜 치료하는 체내 유전자 치료는 두 요건을 다 충족해야 연구할 수 있다. 이러한 규제 때문에 선진국에 뒤쳐진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지난 1월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규제혁신 토론회’에서도 “연구 허용 범위 자체가 좁다보니 혁신적인 유전자 치료제가 나오기 힘들어 관련 산업 활성화를 저해한다”는 불만이 나왔다. 토론회 이후 정부는 전문가들의 심의를 거쳐 현재의 조항을 삭제하고,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모든 질환에 유전자 치료 연구가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을 강력하게 추진했다. 또 국가 차원의 전문심의위원회를 만들어 유전자 치료 연구 계획을 검토하는 개선안을 도입하려 했다. 지금은 연구 대상 질환에 들면 ‘연구기관 생명윤리위원회(IRB)’ 심의를 통과하면 연구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 규제 완화에 나섰지만 끝내 ‘붉은 깃발법’ 처지가 됐다.
 
한국처럼 유전자 치료 연구 대상 질환을 제한하는 나라는 별로 없다. 미국·유럽연합(EU) 등은 연구 범위를 제한하지 않되 국가 전문위원회에서 연구 안전성 등을 검토한다. 일본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심각한 유전질환·암·에이즈 등의 질환으로 연구 대상을 제한했지만 2015년 삭제했다. 대신 후생노동성 산하에 심사위원회를 두고 연구 계획을 검토해 연구 기관에 자문 의견을 전달한다.
 
이날 위원회에서는 유전자 검사 업체가 의료기관을 거치지 않고 소비자의 의뢰를 받아 직접 유전자 검사를 실시하는 DTC 유전자 검사 제도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도 논의했으나 역시 결정을 다음으로 미뤘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지금은 질병의 진단·치료와 크게 관련 없는 12가지 항목 46개 유전자를 검사할 수 있다. 체질량지수·콜레스테롤·혈압·혈당·모발굵기·탈모·피부 노화·피부탄력 등이 대표적이다. 이 안에 들면 검사업체가 신고하고 시행하면 된다. 전문가위원회는 유방암·난소암·치매·파킨슨병 등 구체적인 질병의 예방·예측과 관련되는 검사도 대폭 허용해야 한다는 개선안을 냈다. 또 유전자 검사 업체 인증제를 도입해 항목별로 안전성·정확도 검증을 받은 업체만 유전자 검사를 할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미국은 DTC 유전자 검사를 통해 질병 위험도를 예측하는 서비스를 허용하고 있다. 다만 FDA 인증을 받은 업체에 한해 정확성·효과성이 검증된 50개 질병으로 제한한다. 일본은 아무런 규제가 없다. 당뇨병·비만 등 만성질환, 95세까지 살 가능성, 수면의 질, 운동 효과, 식품 반응 등 300여가지 유전자 검사가 가능하다.
 
위원회는 “윤리적으로 민감한 사안이 다수 포함돼 있어 심도 깊은 논의를 거쳐 결정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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