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박현영의 글로벌 인사이트] "집값 너무 올라” … 공장·기숙사 내몰리는 지구촌 2030

홍콩은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벼룩 아파트’로 불리는 18~20㎡짜리 초소형 아파트가 들어섰다. 이마저도 가격이 오르자 일부 20~30대는 거주가 금지된 공장 건물 한 쪽에 불법 입주하고 있다. [홍콩 AP=연합뉴스]

홍콩은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벼룩 아파트’로 불리는 18~20㎡짜리 초소형 아파트가 들어섰다. 이마저도 가격이 오르자 일부 20~30대는 거주가 금지된 공장 건물 한 쪽에 불법 입주하고 있다. [홍콩 AP=연합뉴스]

#홍콩에서 포토그래퍼로 일하는 와리(32)는 시 외곽에 있는 한 공장 건물에 세 들어 산다. 건물에는 한방 약초 창고와 육류 가공식품 공장이 있다. 가끔 녹물이 나오고 전기가 나가지만 그에겐 더없는 안식처다. 
 
세계에서 가장 집값이 비싼 홍콩에서 그가 월세를 감당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부엌과 화장실이 딸린 92㎡ 공간의 한 달 임대료는 1만1000홍콩달러(약 155만원)다. 룸메이트와 나눠 낸다. 비슷한 규모 아파트 월세의 절반 수준이다.
 
인근 다른 공장 건물에 사는 팅리(23)는 월세 5000홍콩달러(약 70만원)를 남자친구와 같이 낸다. 월세는 두 사람 소득을 합친 금액의 15%쯤 된다. 일반 아파트라면 소득의 40%를 주거비로 써야 한다. 팅리는 “주택가에서 사람들과 섞여 살면 좋겠지만, 우리에겐 너무 비싸다”라고 말했다.
 
한 시민단체에 따르면 공업용 건물에 사는 홍콩인은 약 1만2000명으로 추산된다. 홍콩법에 따르면 공업용 건물에 사는 건 불법이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을 감당하지 못하는 홍콩 청년들이 불법 주거로 내몰리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최근 보도했다.
 
관련기사
 
비싼 집값 때문에 청년들이 일상적인 주거공간을 포기하는 것은 홍콩뿐 아니라 뉴욕·샌프란시스코·런던 등 세계 주요 도시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미국 통신회사 버라이즌의 샌프란시스코 매장에서 일하는 카를라 쉬버(38)는 연봉 8만5000달러(약 9400만원)를 받는다.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고물가로 악명 높은 이 도시에서 집을 구하려면 소득의 절반을 주거비로 써야 할 판이다. 
 
쉬버는 집을 얻는 대신 사설 기숙사를 선택했다. 침대와 작은 탁자, 의자 하나가 있는 방 사용료는 월 2200달러(약 243만원). 화장실과 부엌은 공동으로 사용한다. 패션업체·광고회사·서점·레스토랑에서 일하는 평범한 20~30대 직장인들이 주요 고객이다. 
 
이곳을 운영하는 기업 스타시티는 “입주 대기자가 8000명을 넘었다”고 밝혔다. 제법 소득이 있는 직장인도 비싼 집값을 감당하지 못해 사설 기숙사에 입주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최근 보도했다.
 
세계 주요 국가 집값 추이

세계 주요 국가 집값 추이

 
세계 주요 도시 집값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청년들이 주거 문제 해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집을 살 엄두를 내지 못할 뿐 아니라 살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소득이 없는 학생이거나 실업자 얘기가 아니다. 홍콩과 샌프란시스코 사례처럼 번듯한 직업이 있고 소득이 웬만한데도.열악한 주거 환경으로 내몰리고 있다.
 
미국 서부와 호주·뉴질랜드에서는 임대료를 내지 못해 쫓겨난 청년들이 캠핑카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에서 생활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스타시티 같은 기업형 기숙사 또는 셰어하우스도 확산 중이다. 홍콩에선 18~20㎡(약 5~6평) 크기의 초소형 아파트 ‘마이크로 플랫’이 등장했다. 너무 작아 ‘관(棺) 아파트’ ‘벼룩 아파트’로도 불린다.
 
청년층의 주택 소유 비율은 대폭 줄었다. 영국 정부에 따르면 영국 밀레니얼 세대(25~34세)의 자가 비율은 30여년 만에 반 토막이 났다. 1984년에는 런던 외곽에 사는 25~34세 세대주 53%가 주택을 소유했으나, 지난해는 16%로 줄었다. 
 
미국 어반연구소에 따르면 미국 밀레니얼 세대의 37%가 주택을 소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비붐 세대(54~72세)와 X 세대(38~53세)가 그 나이에 주택을 소유한 비율(45%)에 못 미친다.
 
밀레니얼 세대가 이전 세대보다 주택 소유 비율이 낮은 이유는 집값과 임대료는 빠르게 오르는 데 비해 소득 증가는 더디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상당수 국가에서 주택 가격이 소득 상승분보다 빠르게 오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경우 최근 집값 상승세가 임금 성장 속도보다 두 배 정도 빠르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각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실시한 양적 완화로 인해 세계 부동산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유럽중앙은행(ECB) 등 주요 중앙은행이 돈을 풀고 초저금리를 지속하면서 주택 가격이 급등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주택 가격 지수를 산출하는 세계 44개 도시 가운데 지난해 35곳 집값이 2008년 이전 수준을 넘어섰다. 지난해 홍콩 집값은 2000년보다 164% 올랐다. 같은 기간 한국 집값은 30% 뛰었다. 영국은 82% 올랐다.
 
하지만 임금은 몇 년째 제자리걸음이다. 그러다 보니 임금과 집값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1980년에는 20대 부부가 3년간 저축하면 집 계약금을 마련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19년이 걸리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전했다. 
 
홍콩 평균 집값은 연 소득 중간값의 19.4배에 이른다. 홍콩인을 소득에 따라 한 줄로 세웠을 때 한가운데 있는 사람이 받는 연봉의 19배 이상을 줘야 집을 살 수 있다는 뜻이다. 집값 비싸기로 이름난 로스앤젤레스(9.4배), 샌프란시스코(9.1배), 오클랜드(8.8배), 런던(8.5배), 싱가포르(4.8배)보다 격차가 크다.
 
외국 자본 유입을 집값 상승 주범으로 보고 제한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호주·뉴질랜드가 대표적이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외국 투기 자본이 집값을 끌어올려 젊은 키위(뉴질랜드인)들이 집을 살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1991년 절반에 이르던 뉴질랜드인의 주택 소유 비율은 최근 4분의 1로 떨어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뉴질랜드 집값은 60% 이상 올랐다. 최대 도시 오클랜드 집값은 2007년 이후 두 배로 뛰었다. 
 
현지 언론은 “지난 2분기 오클랜드 주택의 20%를 외국인이 사들였는데, 대부분이 중국인”이라고 전했다. 
 
뉴질랜드 의회는 지난 15일 외국인의 주택 구입을 금지하는 법안을 의결했다. 외국인이 주택을 사려면 사전에 해외투자청(OIO) 승인을 받도록 했다. 호주는 외국인이 주택을 사들인 경우 6개월 이상 빈집으로 두면 처벌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영국 왕립경제학회에서 발표된 논문은 “외국인의 투자가 없었다면 2014년 영국 평균 집값은 실제보다 19% 낮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집값이 오르는 직접적인 요인은 수요 증가다. 이코노미스트는 “도시 내 땅 면적은 한정됐는데 도시화, 글로벌화 영향으로 유명 도시에 살고 싶은 사람은 점점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드니는 이민 증가로 인구 유입이 늘면서 홍콩 다음으로 소득 대비 집값이 비싼 도시가 됐다. 집값이 연봉의 12.9배다.
 
하지만 몇 년간 가파르게 오른 뉴욕·런던·베이징 등 주요 도시 주택 가격은 최근 하락세를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1일 세계 주요 도시 주택시장이 동시다발적으로 침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소득에서 주거비로 쓸 수 있는 금액은 한계가 있다”며 “집값 상승이 소득을 과도하게 추월하면 그 가격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런던·시드니·오클랜드에서 집값이 조금씩 내려가기 시작했다.
 
박현영 글로벌경제팀장 hypark@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