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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 지분 20%면 규제 대상, 19.9%면 사각지대?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지난 24일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기업을 대폭 확대한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데 이어 28일엔 서울 종로구 SK그룹 본사 현장조사를 벌였다. 내부거래 비중이 큰 대기업들은 긴장하고 있다. 총수 일가에 부당이득을 안겨주는 사례가 근절되지 않는 건 사실이지만, 규제대상 확대는 “미꾸라지를 잡겠다고 저수지 전체에 그물을 치는 것”이라며 비판한다.
 
공정위 기업집단국은 SK그룹 현장조사에서 부당 지원행위 및 특수 관계자 부당이익 제공 등을 확인했다. 주 타깃은 지난해 LG로부터 인수한 반도체용 웨이퍼 업체 SK실트론이다. 공정위는 최태원 회장이 29.4%의 지분을 총수익스와프(TRS) 방식으로 간접 인수한 것이 그룹 총수의 ‘사익편취’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기업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기업

SK그룹 측은 “두 차례에 걸쳐 3분의 2 지분을 인수했고 채권단이 잔여지분 처리를 원해 매각주간사가 두 차례나 공개매각 공고를 했지만 인수자가 나서지 않아 부득이하게 최 회장이 간접 인수하게 된 것”이라며 “부당한 이득을 주기 위한 목적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에서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을 확대했다. 기존엔 총수일가 지분이 상장사는 30%, 비상장사는 20% 이상인 기업 대상이었지만 개정안에선 상장에 상관없이 20% 이상 기업과 이들이 50% 이상 지분을 가진 자회사로 확대했다. 대상기업 수도 231개에서 607개로 늘었다.
 
재계에선 이번 규제가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 제기된 대기업 몇 곳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SK그룹 외에도 현대차그룹·GS그룹 등이 거론된다.
 
현대차그룹은 2015년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시행되자 현대글로비스·이노션 등 계열사의 총수일가 지분율을 29.9%로 낮췄다. 하지만 공정위가 다시 20%로 기준을 낮추면서 규제 대상이 됐다. 그렇다고 총수일가가 지분을 무작정 낮추기도 쉽지 않다. 현대글로비스가 그룹 지배구조개편의 키를 쥔 핵심 계열사여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지배구조개편과 규제 해소를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GS그룹은 용역회사인 엔씨타스를 청산하는 등 일감 몰아주기 해소에 나섰지만 새 법이 시행되면 규제 대상 계열사가 14개에서 29개로 늘어난다. GS그룹 측은 “LG그룹과 분리 과정에서 총수 일가의 개인 사업체들이 그룹에 묶이면서 숫자가 많아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단체와 학계 등에선 전면적인 규제가 자칫 기업활동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중소기업 업종에 뛰어들어 총수일가에 이익을 주거나 시장을 교란하는 행위는 규제해야 하지만 기업경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활동까지 규제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상장사 30% 규제를 만들 때도 왜 30%여야 하느니 설명이나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며 “지분율을 29%로 낮췄더니 ‘사각지대’라고 비판하는데 20%로 규제가 확대된 뒤 19.9%로 낮추면 또 사각지대라고 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다른 경제단체 관계자도 “기업 입장에선 규제 대상이 된 것만으로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기업 입장에선 총수 일가 지분율을 낮추자니 ‘꼼수’로 의심받을까 걱정이 되고 청산을 하자니 경영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어 고민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준길 법무법인 지평 고문은 “재벌들의 사익편취는 근절돼야 하지만 공정거래법으로 풀 문제인지는 의문”이라며 “기업집단에 대한 특례법이나 상속법 등으로 해결하는 것이 입법목적에 맞다”고 지적했다.
 
정창욱 공정위 기업집단정책과장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는 규제대상이 된다 해서 무조건 위법이 되는 게 아니라 부당 거래행위가 입증될 때 이뤄지는 사후규제”라며 “정상적인 거래를 하는 기업들은 규제대상이 됐다 하더라도 전혀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동현·윤정민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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