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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공과 출신이 쓴 인터넷 범죄 추리소설

사람을 죽이는 건 흉기가 아니라 악의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한 여학생(샤오원/어우야원)의 투신 자살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믿기지 않는 동생의 죽음, 그 뒤에 숨겨진 비밀을 파헤치려는 언니(아이/어우야이). 그녀를 도와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나가는 괴짜 사설 탐정(아녜). 인터넷 망 속에 꽁공 숨어있는 범인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인가, 소설 망내인(网内人)이다.  
 
(*소설 도입부에 한해 일부 내용이 스포일 수 있습니다.)
소설 망내인 [사진 바이두 바이커]

소설 망내인 [사진 바이두 바이커]

 
망내인은 홍콩 작가 찬호께이(陳浩基)가 2017년 발표한 추리소설이다. 책의 제목은 ‘인터넷(网망) 안(内내)의 사람(人인)’을 의미한다.  
 
네트워크 안에서 활동하는 이른바 ‘망내인’은 현실 세계의 ‘사람’과는 사뭇 다르다. 모습이 드러나지 않는 네트워크 속 악플과 루머, 신상 털기, 허위사실 유포 등이 셀 수 없이 일어난다.
 
소설의 시작이 되는 여학생 샤오원의 죽음도 한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온 익명의 글이 촉발했다. 글쓴이는 샤오원의 거짓말로 인해 자신의 외삼촌이 억울한 누명을 쓰고 징역살이를 하고 있다고 고발했다. 반년 전, 만원 지하철 안에서 샤오원을 성추행 하다 걸린 피의자가 현장에서 체포됐는데, 그게 사실은 샤오원의 거짓 증언때문이라는 내용이었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게시판 이용자들은 이 게시글을 페이스북 등 자신의 SNS로 퍼날랐고, 해당 글은 삽시간에 인터넷 상에 퍼졌다. 네티즌들은 게시글의 내용을 추적해 샤오원의 신분을 금세 알아차린다. 성추행범을 욕하던 사람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샤오원을 공격하기 시작하고, 인터넷 상에서 샤오원의 신상은 난도질 당한다. 온라인에 올라온 글 하나로 인해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바뀌는 순간이었다.  
 
샤오원의 언니(아이)는 이 사건이 샤오원의 죽음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아차린다. 수소문 끝에 해커 수준의 컴퓨터 실력을 가진 사설 탐정 아녜를 찾아낸 '아이', 그는 아녜에게 전재산을 지불하고 범인 추적에 돌입한다. 게시판에 올라온 글쓴이의 IP는 조작됐다. 아이와 아녜는 샤오원을 죽음으로 몰고 간 범인을 찾아낼 수 있을까?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망내인을 쓴 작가 찬호께이(陳浩基)는 홍콩 중문대 컴퓨터학과 출신으로 대만 추리소설 작가협회 해외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공대생 출신답게 인터넷 네트워크 상에서 이루어지는 IP조작, 해킹, 모바일 앱 개발 등과 관련한 묘사에 자유롭다.  
 
독자들은 찬호께이의 전작 13.67이 홍콩의 과거를 그렸다면, 신작 망내인은 홍콩의 현재를 그리고 있다고 평가한다. 13.67은 타이베이 국제 도서전 대상, 제1회 홍콩 문학 추천상등을 수상했고, 한국을 포함 미국, 영국, 프랑스, 캐나다, 네덜란드 등 10여개 국 언어로 번역돼 출판됐다.
작가 찬호께이(좌), 소설 <13.67>(우) [사진 thescriptroad.org, 더우반]

작가 찬호께이(좌), 소설 <13.67>(우) [사진 thescriptroad.org, 더우반]

 
상당한 책의 두께(한글 번역본은 더 두껍다)와 방대한 양에 시작부터 겁을 먹게 되지만 흥미진진한 전개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된다. 지루한 것은 딱 질색이라는 필자의 지인조차 단숨에 읽어나간 책이다.  
 
매 챕터의 마지막 부분, 범인으로 추정되는 두 명이 주고 받는 메시지는 인터넷 망에 숨어있는 얼굴 없는 용의자의 존재를 실감케하고, 범인의 정체에 대한 궁금증을 더욱 증폭시킨다. 무심코 지나친 요소 하나 하나가 모두 작가의 치밀한 복선, 단서를 통해 범인을 추리해 나가는 재미가 있다.
 
홍콩 곳곳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는 점 또한 망내인을 읽는 재미 중 하나다. 침사추이, 코즈웨이 베이, 몽콕 등 홍콩 내 지명이 곳곳에 등장한다. 홍콩을 가 본 사람이라면 익숙한 이름들에 반가울 것이고, 초면인 사람들은 반대로 홍콩의 명소를 알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사진 바이두 바이커]

[사진 바이두 바이커]

 
소설의 중심을 끌고 가는 샤오원-아이 자매는 홍콩 이주민 3세대로 나온다. 자매의 조부모는 광저우에서 홍콩으로 밀입국한 난민이었고, 1960년대생 부모는 홍콩의 격변기를 살아낸다. 홍콩 경제 부흥기에 기회를 잡아 자수성가한 사람도 있지만, 그 기회를 놓친 자들은 가난으로 인해 도태된 사람들도 있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땅은 좁은데 인구는 많아서 부동산이 금값인 홍콩, 방옥서(房屋署 홍콩에서 공공주택 계획을 수립하고 관리하는 정부 부서)에서 공공주택을 지급받는 저소득층의 삶도 녹여냈다.
 
**우산혁명:
홍콩 행정장관 선거의 완전 직선제를 요구하며 2014년 9월 하순부터 12월 15일까지 약 79일간 이어진 민주화 시위
 
뿐만 아니라 홍콩 주권 반환 이후 영국식에서 지금의 학제로 변화한 홍콩의 교육제도, 2014년 일어났던 우산혁명 등이 소설 중간 중간에 언급돼 홍콩의 격동기를 조금이나마 배우는 기회를 제공한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 속, 홍콩 사람들이 주로 안드로이드폰을 쓰는지 아이폰을 쓰는지 소소한 깨알 정보도 알게되는 재미는 덤이다. 망내인은 홍콩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담고 있다, 동시에 인터넷 망(网) 속에서 제각기 다른 얼굴로 살아가는 우리네 일상을 돌아보게끔 하는 소설이다.
 
 
차이나랩 홍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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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