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김학범·박항서, 잡초인생 두 감독의 아름다운 포옹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한국=베트남의 준결승전이 29일 인도네시아 보고르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열렸다. 박항서 베트남 감독이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보고르=김성룡 기자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한국=베트남의 준결승전이 29일 인도네시아 보고르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열렸다. 박항서 베트남 감독이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보고르=김성룡 기자

 
29일 인도네시아 보고르 치비농의 파칸사리 스타디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한국-베트남 4강에 앞서 애국가가 울려퍼졌다. 사진 기자들이 박항서(59)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 앞에 모여들었다. 노란색 상의를 입은 박항서 감독은 오른손을 왼쪽 가슴에 그려진 베트남 국기 위에 대고 태극기를 향해 서서 애국가를 따라 불렀다.
 
애국가 연주가 끝나고 박항서 감독은 김학범(58) 한국 대표팀 감독과 환한 미소를 지으며 포옹했다. 한국 코치진과 벤치에 앉아 있던 선수들에게도 일일이 인사를 건넸다. 
 
“조국 한국을 사랑하지만 베트남 감독으로서 책임을 다하겠다”던 박항서 감독의 도전이 조국 한국에 의해 멈췄다. 베트남이 한국에 1-3으로 무릎을 꿇었다. 
 
29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보고르 치비농의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준결승 한국과 베트남의 경기. 베트남 박항서 감독(왼쪽)이 경기 시작 전 애국가가 나오자 태극기를 향해 가슴에 손을 올리고 있다.[보고르=연합뉴스]

29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보고르 치비농의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준결승 한국과 베트남의 경기. 베트남 박항서 감독(왼쪽)이 경기 시작 전 애국가가 나오자 태극기를 향해 가슴에 손을 올리고 있다.[보고르=연합뉴스]

 
이날 경기는 베트남 현지 시간으로 오후 4시에 킥오프됐다. 다수의 베트남 기업과 공장들이 자국축구대표팀을 응원하기 위해 1~2시간 단축근무를 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대한민국이 광화문을 붉게 물들인 것처럼, 9000만명 베트남 국민들은 길거리로 쏟아져나와 단체응원을 펼쳤다.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4강을 직관하고 싶은 축구팬들이 급등하자, 베트남항공은 이날 특별기 3편을 띄웠다. 박항서 감독을 응원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경기는 '축구계 비주류'로 잡초 같은 축구 인생을 산 두 감독의 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김학범 감독은 한 때 축구의 길을 접고 은행원으로 일했지만, 축구를 포기하지 못하고 지도자로 변신했다. '학구파 지장' 김 감독은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이끌었던 명장 알렉스 퍼거슨의 이름에서 따온 '학범슨'이란 별명으로 불린다.
 
박항서 감독은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코치로 거스 히딩크 감독을 보좌하면서 4강 신화를 썼다. 하지만 그해 아시안게임 감독을 맡아 4강에서 탈락하자 경질됐다. 이후 K리그 경남·전남·상주 감독을 지냈지만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지난해 베트남에 온 박 감독은 '쌀국수'와 '히딩크'의 합성어인 '쌀딩크'로 불린다. 
 
베트남은 이번 아시안게임 5경기에서 8골을 터뜨리면서 단 한 점도 내주지 않은 짠물 수비를 자랑했다. 하지만 한국의 창 끝이 베트남의 방패보다 강했다. 김학범 감독은 공격수 황의조-손흥민-이승우-황희찬을 아시안게임에서 처음으로 동시에 선발 출전시켰다. 박항서 감독이 준비한 파이브백(수비 5명)도 소용없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한국=베트남의 준결승전이 29일 인도네시아 보고르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열렸다. 경기 끝난 뒤 한국 팬들에게 인사하는 대표팀. 보고르=김성룡 기자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한국=베트남의 준결승전이 29일 인도네시아 보고르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열렸다. 경기 끝난 뒤 한국 팬들에게 인사하는 대표팀. 보고르=김성룡 기자

 
선수들을 아들처럼 챙기는 '파파 리더십'으로 유명한 박 감독은 후반 25분 프리킥 골을 넣은 쩐 민 브엉을 불러 뺨을 어루만져줬다. 김학범 감독은 경기 내내 벤치에 앉아 차분히 경기를 지켜봤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고 베트남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박항서 감독은 김학범 감독을 향해 박수를 치며 다가가 먼저 악수를 청했다. 그리고 선수 한 명 한 명의 손을 잡으며 위로했다. 
 
박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한국에 대한 질문에 "우리 선수들이 강팀 한국을 만나 초반부터 위축된 경기를 했다. 초반에 실점하면서 대량 실점으로 이어졌다"며 "한국팀에 축하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하지만 나는 베트남 감독이다. 더 이상 한국에 대해 할 이야기가 없다"고 말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한국=베트남의 준결승전이 29일 인도네시아 보고르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열렸다. 후반 경기 지켜보는 김학범 감독. 보고르=김성룡 기자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한국=베트남의 준결승전이 29일 인도네시아 보고르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열렸다. 후반 경기 지켜보는 김학범 감독. 보고르=김성룡 기자

 
8강전에서 우즈베키스탄을 물리친 뒤 인터뷰 도중 눈물을 흘린 김학범 감독은 이날 밝은 표정으로 인터뷰했다. 김 감독은 "우리가 이겨서 박항서 감독님께 우선 죄송하다"며 "양 팀 모두 좋은 경기를 했다"고 말했다. 
 
이날 2골을 넣은 이승우는 "우리 감독님(김학범 감독)이 한국 감독님(박항서 감독)과 대결이라 부담이 많으셨을 거라 생각했다. 선수들끼리 오늘은 우리 감독님을 위해 뛰자고 했다. 선수들이 한 마음이 돼 이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보고르=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