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자신을 위해 남을 돕는다? 이기적 봉사도 OK

기자
한익종 사진 한익종
[더,오래] 한익종의 함께, 더 오래(4)
독거노인 점심식사 배부 봉사를 함께 하고 있는 한익종씨의 학교 후배들. 나눔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모습이다. [사진 한익종]

독거노인 점심식사 배부 봉사를 함께 하고 있는 한익종씨의 학교 후배들. 나눔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모습이다. [사진 한익종]

 
외국의 어느 마을에서 있었던 일이다. 장을 보고 돌아오는 노부인의 눈에 자신의 집 주위를 서성이는 젊은이가 보였다. 행색이 초라한 게 며칠은 굶은 듯해 보였다. 측은한 생각에 장바구니를 보니 빵이 몇 개 눈에 들었다. “젊은이 이 빵 좀 먹어보게나.” 
 
잠시 경계의 눈초리를 보이던 청년은 그야말로 게눈 감추듯 빵 하나를 먹어치우더니 눈물을 글썽였다. 당황한 노부인이 “아니 뭘 빵 한 개 가지고 그러누~” 그러자 그 청년은 “아니에요, 할머니. 제가 조금 전 할머니의 집을 털려고 했거든요.”
 
봉사는 누군가에게 희망을 주는 일이다. 아니, 희망을 잃지 않게 하는 일이다.
 
어떤 일이든 봉사가 되고 봉사는 누구든 할 수 있는 일 
우리는 흔히 봉사는 가진 사람이 못 가진 사람에게 베푸는 시혜쯤으로 여긴다. 나는 별로 가진 것도 없고, 시간도 없으니 봉사는 나하고는 무관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포기한다. 과연 그럴까?
 
어느 날 밤 깜깜한 골목길을 걸어가던 사람이 앞쪽에서 등을 밝히고 오는 사람과 지나치면서 자세히 보니 시각장애인 아닌가? 하도 어이가 없어서 “아니 앞도 못 보는 사람이 왠 호롱불이요?”라고 퉁명스럽게 묻자 그 시각장애인 하는 말이 “내가 보려고 밝히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이 나에게 부딪힐까 봐 불을 밝힌 거요” 탈무드에 나오는 얘기다.
 
누가 보더라도 멀쩡한 사람이 앞 못 보는 이보다는 나은 위치이다. 그렇다면 탈무드는 무엇을 얘기하고 싶었을까? 상대편에 대한 배려가 봉사이고, 그는 곧 자신을 위한 일임을 얘기하고 싶었으리라.
 
봉사는 비단 개인 간에 이익을 나누고 공유하는 일만은 아니다. 봉사는 사회를 유지해 주는 균형추 구실을 한다. 봉사는 상호작용을 한다. 한쪽이 기울면 사회나 국가나 존속이 힘들어지고 그 폐해는 가진 자에게도 돌아간다.
 
옛말에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치 못한다는 말이 있다. 이 얘기는 나라가 아무리 해도 모든 궁핍을 해결해 줄 수 없다는 자조적인 표현임과 동시에 국민이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으리라. 봉사도 마찬가지다. 국민 스스로가 할 수도 있고 민간에서 도울 수 있는 분야가 봉사다. 자원봉사주의(Volunteerism)의 확산이 필요하다.
 
한익종씨의 다친 다리를 치료해 주는 119대원들. 한 쪽이 불편하는 한 쪽이 피해를 입는다는 말은 사회에도 적용되는 말이다. [사진 한익종]

한익종씨의 다친 다리를 치료해 주는 119대원들. 한 쪽이 불편하는 한 쪽이 피해를 입는다는 말은 사회에도 적용되는 말이다. [사진 한익종]

 
누구든지 다른 사람의 이익을 고려치 않고는 자신의 이익도 영구히 누릴 수 없다. 일전에 오른편 다리가 깨진 유리컵에 베이는 사고를 입었다. 걷는데 큰 지장은 없었지만, 걸음걸이가 이상해 지고 급기야는 왼쪽 다리에 무리를 주어 걷기 전체가 불편해졌다.
 
사회도, 모든 인간의 삶도 이럴 것이다. 한쪽이 기울면 다른 한쪽에도 영향을 준다는 것, 이 섭리에서 벗어날 사람은 아무도 없다. 타인에 대한 봉사가 그래서 꼭 필요하다.
 
봉사에 대한 확신, 자기세뇌가 필요하다 
문화 탐방 시 문화 해설사로 봉사하는 한익종씨. 자신의 장점을 이용한다면 어떤 것도 봉사활동이 될 수 있다. [사진 한익종]

문화 탐방 시 문화 해설사로 봉사하는 한익종씨. 자신의 장점을 이용한다면 어떤 것도 봉사활동이 될 수 있다. [사진 한익종]

 
‘나는 봉사를 잘한다. 내 모든 언행은 다른 이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고로 나는 이 사회에, 이웃에 꼭 필요한 사람이다.’ 이 확신은 스스로 다시 봉사에 나설 수 있는 계기를 만들며 봉사의 체득화, 일종의 봉사의 지속적 사이클을 형성하게 된다. 이게 습성화되면 사회에 꼭 필요한 사람이라는 자기 확신이 생기고 이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고 자신을 사랑하게 한다. 이것이 봉사에 대한 자기 세뇌가 필요한 이유이다.
 
자기 세뇌와 확신은 봉사의 지평을 넓혀가게 한다. 직접봉사는 물론 간접봉사까지. 자신이 직접 봉사활동을 하지 않아도 봉사는 가능하다. 일전에 동료들에게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간접 봉사도 훌륭한 봉사가 될 수 있다’ 이 말의 사례가 바로 소방서 야간 위로 방문, 파출소 근무자 위문, 그리고 봉사단체 종사자에 대한 위로 행사 개최 등이었다.
 
남을 위해 음지에서 고생하는 사람을 위로하고 그들에게 봉사하는 일도 훌륭한 봉사가 될 수 있다. 그러니 봉사 아닌 일이 어디 있겠는가?
 
봉사하면서 내게 거는 주문이 있다. 어떤 면에선 계명이다. ‘나이가 들어감에 깨닫지 못한다면 어른이 아니다. 어른이 돼서도 행하지 않으면 참된 어른이 아니다. 참 어른이 돼서도 베풀지 않으면 도로 어린애다.’
 
한익종 푸르메재단기획위원 immagic59@naver.com
 
관련기사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오영환 부소장 : oh.younghwan@joongang.co.kr (02-751-5515)
1988년 중앙일보 입사 이래 북한 문제와 양자 외교 관계를 비롯한 외교안보 현안을 오래 다뤘다. 편집국 외교안보부장ㆍ국제부장과 논설위원ㆍ도쿄총국장을 거쳤고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WCFIA) 펠로우를 지냈다. 부소장 겸 논설위원으로 외교안보 이슈를 추적하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