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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있는 평화" 김정은 노림수…북·미 대화 불씨 이어갈까

Focus 인사이드 
 
종전선언은 문자 그대로 ‘정치적 선언’에 불과한 것이다. 북한도 종전선언이 정치적 선언에 불과한 것으로 치부하고 있는 듯하다. 18일자 노동신문에서 “(미국 내) 반대파들이... 대통령(트럼프)이 약속한 한갓 정치적 선언에 불과한 종전선언 마저 채택 못하게 방해하고 있다”고 언급한 것이 이를 잘 말해 주고 있다. 그동안 북한은 미국에 대해서 단순한 정치적 선언이 아닌 법적 해결을 포함하는 불가침 협정, 잠정협정, 평화협정 체결 등을 통한 ‘조선반도 평화보장 문제’ 해결을 직접적으로 요구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북한이 갑자기 미국에 대해 ‘한갓 정치적 선언’에 불과한 종전선언을 들고 나선 것은 다소 이외로 받아들여진다.
 
댄 스캐비노 백악관 소셜미디어 국장이 24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이날 오전 백악관 오벌 오피스(대통령 집무실)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방북 취소 결정에 앞서 열린 핵심 참모들과의 북한 관련 회의 관련 사진을 게시했다. 왼쪽부터 트럼프 대통령, 앤드루 김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 센터장,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 폼페이오 국무장관, 성김 주필리핀 미국대사, 마이크 펜스 부통령.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전화로 합류했다. [사진 연합뉴스]

댄 스캐비노 백악관 소셜미디어 국장이 24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이날 오전 백악관 오벌 오피스(대통령 집무실)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방북 취소 결정에 앞서 열린 핵심 참모들과의 북한 관련 회의 관련 사진을 게시했다. 왼쪽부터 트럼프 대통령, 앤드루 김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 센터장,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 폼페이오 국무장관, 성김 주필리핀 미국대사, 마이크 펜스 부통령.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전화로 합류했다. [사진 연합뉴스]

 
종전선언 문제는 판문점 선언에서 공식적으로 표출되었다. 판문점 선언에서 남북 정상이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시대가 열렸음”을 천명하였고 “남과 북은(...)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ㆍ북ㆍ미 3자 또는 남ㆍ북ㆍ미ㆍ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합의하였다. 남북한의 종전선언 합의가 북한의 미ㆍ북 종전선언 요구를 이끌어 낸 형국이다.
 
불행하게도 북한의 종전선언 요구는 미국의 미온적 반응으로 벽에 부딪히고 있다. 미국은 ‘선비핵화조치 후종전선언’ 방식을 고수하고 있어서다. 남북한은 종전선언과 같은 선조치를 통해 비핵화로 나갈 것을 미국에 기대하고 있지만 쉽게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이 비핵화 관련 북한의 실질적인 조치가 나올 때까지 북한을 압박할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에 종전선언은커녕 한반도의 긴장고조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역사적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지난 6월 회담장인 카펠라 호텔에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을 위해 만나고 악수를 나누고 있다. [싱가포르 통신정보부 제공]

역사적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지난 6월 회담장인 카펠라 호텔에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을 위해 만나고 악수를 나누고 있다. [싱가포르 통신정보부 제공]

 
북한이 미국과의 종전선언으로 노리는 이유는 다양하다. 보다 직접적으로는 종전선언이 김정은 정권의 정통성 제고를 위한 것일 수 있다. 미국을 반대하는 ‘핵 대전’에서 승리를 쟁취한 ‘김정은 지도자’ 로 부각하는 식이다. 김정은 정권이 집권 초부터 주민들에게 ‘반미 핵 대전’을 펼치고 있다는 선전선동을 강화해 온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언이라는 특성을 최대한 살려 미ㆍ북 평화협정 체결을 압박할 수 있는 ‘선전선동전’을 효율적으로 펼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종전선언은 곧 평화선언인 바, 미국뿐만 아니라 남한 그리고 여타 세계의 대북여론을 ‘평화세력 대 전쟁세력’으로 분열시켜 평화세력의 결집을 유도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게 될 수도 있다. 평화세력의 결집은 대북제재 분위기 완화로 연결되어 북한의 ‘핵 있는 평화’ 정책이 힘을 얻게 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종전선언을 통해 제재완화 분위기 속에서 그들의 핵 관련 협상을 장기화해 나가고자 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은 종전선언 요구로 미국과 진정성을 띤 비핵화 협상이 아닌 정치적 성격을 띤 협상에 매달릴 가능성이 크다. 김정은 정권이 일찍부터 ‘비핵국가화’ 핵협상을 더 이상 벌이지 않겠다고 천명해 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13년 1월 24일 북한의 국방위원회가 ‘나라의 자주권을 수호하기 위한 전면 대결전에 떨쳐나서게 될 것이다’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6자 회담도 9.19 공동 성명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세상에 선포한다”고 천명하였다. 북한이 핵 포기를 전제한 핵협상을 완전히 일축한다는 것을 선언한 셈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가운데)이 지난 4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를 주재하고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 중단을 결정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가운데)이 지난 4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를 주재하고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 중단을 결정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대신 그들은 “미국의 비핵화를 포함한 세계의 비핵화를 완전무결하게 선행해 나갈 때 조선반도의 비핵화”도 있다고 강조함으로써 오히려 핵 국가로서의 지위를 당당히 누리겠다는 점을 암시했다. 미국을 비롯한 핵국가들이 핵위협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더 이상 거론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로부터 약 5년이 지난 2017년 말, 김정은 정권은 강력한 제재를 무릅쓰고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할 정도로 핵무력을 고도화하기에 이르렀다.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전원회의(2018년 4월 20일)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국가 핵무력 건설이라는 력사적 대업을 5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완벽하게 달성했다”고 강조한 것이 그것이다. 이제는 핵무력을 완성했기 때문에 “세계적인 핵 강국, 세계 정치구도의 중심에 서서 핵무기 없는 세계건설”이라는 핵국가로서의 비핵화 즉, 핵군축 조치를 단행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북한은 4월 21일부터 핵실험과 대륙간 탄도 로케트 시험발사를 중지했고, 핵실험장을 폐기한 바 있다. 이를 들어 북한은 “핵실험 중지는 세계적인 핵군축을 위한 중요한 과정”, “핵시험 전면 중지를 위한 국제적인 지향과 노력에 합세할 것” 이라 하여 핵군축 조치와 같은 비핵화에 스스로 앞장서겠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김정은 정권의 ‘핵 있는 평화’ 정책이다. 북한은 핵무기를 보유해 한반도에서 미국과 핵 균형을 이루면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미다.
 
4월 27일 판문점 도보다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대화 중인 문재인 대통령.

4월 27일 판문점 도보다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대화 중인 문재인 대통령.

 
북한의 종전선언 요구도 그들의 ‘핵 있는 평화’ 정책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북한이 ‘세계적인 핵군축’에 적극 나섬으로써 세계 평화정착에 앞서고 있는 만큼 이제 미ㆍ북 간에 적대적 관계를 청산하고 평화정착을 위해 종전선언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의 노동신문이 “종전선언이 채택되면 한반도에 공고한 평화체제가 구축되는 것은 물론 세계의 안전보장에서도 획기적인 전진이 이룩될 것”이라 주장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 같은 북한의 종전선언 요구가 미국의 의도와는 완전 다른 것이라는 데 문제가 있다. 
 
미국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즉, 북한의 완전한 핵포기를 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한 조치로 미국은 북한이 그들의 핵무기 개발계획 중단과 핵물질 해체 등을 바라고 있는 것이다. 북한 비핵화 관련 미북 양국 간 이 같은 자세를 견지하는 한 종전선언은 일어날 수 없는 사안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그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미ㆍ북 평화적 핵협상을 지속하고자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미ㆍ북 종전선언은 여전히 살아있는 불씨다. 지켜 볼 일이다.
 
정영태 동양대학교 석좌교수 겸 통일군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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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중앙일보 입사 이래 북한 문제와 양자 외교 관계를 비롯한 외교안보 현안을 오래 다뤘다. 편집국 외교안보부장ㆍ국제부장과 논설위원ㆍ도쿄총국장을 거쳤고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WCFIA) 펠로우를 지냈다. 부소장 겸 논설위원으로 외교안보 이슈를 추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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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