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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정호의 논설위원이 간다] 인생 리셋 노린다 … 스펙 대신 가능성 보는 일본 취업 붐

논설위원이 간다 - 남정호의 '세계화 2.0'
 
 지난 25일 부산 연산동 부산시청에서 열린 '일본취업합동박람회'에는 800여 명의 구직자들이 몰렸다. 행사에 참여한 50여 개의 일본 업체들은 현장 면접 등을 통해 한국인 인재 사냥을 벌였다. [한국청년국제교류기구 제공]

지난 25일 부산 연산동 부산시청에서 열린 '일본취업합동박람회'에는 800여 명의 구직자들이 몰렸다. 행사에 참여한 50여 개의 일본 업체들은 현장 면접 등을 통해 한국인 인재 사냥을 벌였다. [한국청년국제교류기구 제공]

국내 취업 시장이 꽁꽁 얼어붙으면서 해외 일자리 열풍이 불고 있다. 그중에서도 일본 취업이 각광받고 있다. 인구 절벽으로 사상 최고의 구인난을 겪고 있는 일본 기업들이 해외에서 일손을 찾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알선한 해외취업자 5118여명 중 일본에서 직장을 찾는 숫자가 1427명으로 가장 많아 미국(1079명)·싱가포르(505명)·호주(385명)를 앞질렀다. 일본 취업의 매력은 여럿이다. 최대 장점은 스펙이 아닌 잠재력이 중시되기에 '인생 리셋(reset)'이 가능하다는 거다. 일본 구직의 장단점 및 비결 등 알기 위해 부산에서 열린 취업박람회를 찾았다.  
 
지난 26일 부산 연산동 부산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일본취업합동박람회'에서 말쑥한 정장 차림의 청년 구직자들이 면접을 보고 있다. 800여 명이 몰린 이번 행사에는 50여개의 일본 업체가 참여했다. 남정호 기자

지난 26일 부산 연산동 부산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일본취업합동박람회'에서 말쑥한 정장 차림의 청년 구직자들이 면접을 보고 있다. 800여 명이 몰린 이번 행사에는 50여개의 일본 업체가 참여했다. 남정호 기자

 
지난 26일 부산 연산동 부산시청 1층 대회의실. 후덥지근한 늦더위에도 말쑥한 차림의 젊은이들이 긴장된 표정으로 일본회사 부스에 앉아 면접을 치르고 있었다. 이곳은 대한해협 너머에서 일을 찾는 한국의 청년 구직자들과 일본 기업들이 함께 한 ‘일본합동취업박람회’ 행사장. 
지난 26일 부산 연산동 부산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일본취업합동박람회'에서 한 구직자가 안내문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남정호 기자

지난 26일 부산 연산동 부산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일본취업합동박람회'에서 한 구직자가 안내문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남정호 기자

 옆에 붙은 대강당에서는 '면접 요령'과 '일본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 등에 대한 특강이 진행됐다. 행사장 한쪽 구석에는 일본 기업과의 현장 면접을 기다리는 구직자들이 긴장된 표정으로 대기하고 있었다. 국내 고용시장이 얼어붙을수록 뜨거워지는 일본 취업의 열기를 단박에 느낄 수 있는 현장이었다.  
지난 26일 부산 연산동 부산시청 대강당에서 열린 '일본취업합동박람회'에서 일본인 강사가 일본 기업의 취업에 대해 특별강의를 하고 있다. 남정호 기자

지난 26일 부산 연산동 부산시청 대강당에서 열린 '일본취업합동박람회'에서 일본인 강사가 일본 기업의 취업에 대해 특별강의를 하고 있다. 남정호 기자

이 행사를 주관한 부산외대의 이명영 해외취업센터장은 "지난해에는 30여 개의 일본 기업에 한국인 구직자 600여 명이 왔지만, 올해에는 50여개 업체에 800여 명이 몰렸다"며 "여러 나라 중 일본 취업이 가장 인기가 있다"고 소개했다. 이번 행사에는 이름이 낯선 중소기업뿐 아니라 야후재팬, 야마토 운송 등 일본 내에서 손꼽는 우량기업들도 한국 직원 사냥에 나섰다. 
출처: 한국청년국제교류기구

출처: 한국청년국제교류기구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일본 내 외국인 근로자 127만여 명 중 한국인은 4.4%인 5만5000여명. 중국·베트남·필리핀·브라질·네팔에 이어 6위이지만 최근 2년간 매년 16%씩 늘어 베트남(40%)에 이어 두 번째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한국인 직원의 인기가 높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다. 

일본 내 한국인 취업자의 특징이라면 단순 노무직이 아닌 IT, 관광·서비스, 사무 직종에서 대부분 일한다는 점이다. 최근 일본에서는 IT와 관련된 대형 투자가 속속 이뤄지면서 전문인력난이 심각하다. 일본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2030년까지 78만여명의 IT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IT 자격증만 있으면 일본에서 쉽게 일을 찾을 수 있다. 
 또 해외 관광객이 빠르게 늘고 있는 데다 2020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있어 관광서비스 업계의 인력난도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일본어와 영어 등 외국어에 능통한 한국인에 대한 수요가 갈수록 많아질 거라는 얘기다.    
한편 일본 회사의 장점은 여럿이다. 취업자 대부분이 "외국인에 대한 차별을 느끼지 못했다"고 대답할 정도로 현지인과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고 한다. 특히 대학을 갓 나온 한국인 신입사원에 대해서도 평생직장이란 믿음을 갖도록 배려한다는 것이다. 또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도 보수가 괜찮은 편이다. 지난해 일본 취업자 평균 연봉은 2786만원. 국내 정규직 대졸 초임 (3325만원)보다는 적지만 중소기업(2523만원)보다는 많았다.  
일본기업 내 한국 출신 직원에 대한 평가도 좋은 편이다. 이 센터장은 "한국인 직원이 다른 나라 출신보다 일본 말과 비즈니스 매너를 빨리 배워 가장 신뢰받는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한국 직원은 일본인보다 진취적인 성격에다 외국어 능력과 해외 경험자가 많아 해외 영업 등에서 뛰어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일본 취업에 가장 필요한 조건은 무엇일까. 남영경 한국산업인력공단 서울 해외취업센터장은 "일반 사무직이나 관광·서비스 분야는 완벽한 의사소통이 가능한 수준의 일본어 능력이 필수이고 IT 분야는 이보다 좀 못해도 괜찮다"고 설명한다. 구체적으로 "인문 계통은 일본어 능력시험 N1급, 기술직 쪽은 N2급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다만 인문계통도 영어나 스페인어 등 다른 외국어에 능통하면 N2급도 괜찮을 수 있다고 한다.
이연복 한국산업인력공단 국제인력본부장은 "인문계 출신 중 정보처리 교육과정을 끝내고 일본 회사에 취직한 사례가 꽤 있다"고 소개했다. 남정호 기자

이연복 한국산업인력공단 국제인력본부장은 "인문계 출신 중 정보처리 교육과정을 끝내고 일본 회사에 취직한 사례가 꽤 있다"고 소개했다. 남정호 기자

주목할 점은 인문계 출신이라도 IT 교육을 받고 자격증을 따면 기술자로 일본에서 일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연복 한국산업인력공단 국제인력본부장은 "인문계 출신 중 무역협회 등에서 마련한 정보처리 교육과정을 끝내고 자격증을 따서 일본 회사에 취직한 사례가 꽤 있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전문대에서 피부미용을 전공한 정 모 씨는 10개월짜리 무역협회 과정을 끝낸 뒤 올해 3월 일본 IT업체인 '루가르송'에 취직하는 데 성공했다. 비슷한 케이스도 여럿이다. 또 일단 일본 중소기업에 취업한 뒤 다른 대기업에 파견사원으로 보내졌다 이 회사 정식직원으로 채용되는 경우도 적잖다고 한다.  
일자리를 찾을 때 취업 시기가 한국과 다르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일본 대학은 3월이 졸업이어서 회사 입사일도 대부분 4월 초다. 일본 기업의 사원모집은 1년 동안 이뤄지는 게 보통이어서 대학 졸업 예정자는 입사 전해 3월 초부터 준비에 들어간다. 이에 따라 3월부터 5월 말까지는 기업 설명회를 하고 이후 6월부터 9월 말까지, 필기시험과 면접 등 본격적인 채용절차가 진행된다. 일찍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얘기다. 이때 일본어 능력시험 성적을 요구하는 회사들이 많아 미리 시험을 쳐야 함은 물론이다. 또 많은 회사가 선발 과정에서 SPI(종합능력시험)를 치르게 해 이에 대한 대비도 미리 해야 한다. SPI는 한국 대기업체의 적성시험과 비슷해 비언어·언어·성격 등 세 분야로 나누어져 있으며 기하, 추리, 심지어 사자성어 등 다양한 문제가 나온다. 크게 까다롭진 않지만, 미리 문제 유형을 익혀놓는 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구보타 마나부(久保田學) 일본 유학생지원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지난 26일 ’한국에서 명문대 진학에 실패했더라도 일본에서 얼마든지 좋은 직장을 구할 수 있어 인생을 리셋(Reset)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남정호 기자

구보타 마나부(久保田學) 일본 유학생지원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지난 26일 ’한국에서 명문대 진학에 실패했더라도 일본에서 얼마든지 좋은 직장을 구할 수 있어 인생을 리셋(Reset)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남정호 기자

일본 취업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절차는 면접이다. 대부분의 일본 기업이 중시하는 자질은 '활력'과 '열의'라고 한다. 활기찬 모습과 함께 일본 기업에 꼭 취직하고 싶다는 바람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는 뜻이다. 실제로 일본 현지 조사 결과, 대학 성적이나 출신 대학을 중시한다고 응답한 업체는 각각 1.9%와 4.2%에 불과했다. 반면 소통 능력과 역동성이 중요하다는 비율은 60.4%와 37.7%에 달했다. 한국에서 중시되는 학벌과 자격증 등 소위 스펙이 일본 기업에서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 구보타 마나부(久保田學) 일본 유학생지원네트워크 사무국장은 "한국인의 경우 자신이 '밝은 성격에 책임감과 도전 정신도 있다'는 식으로 여러 장점을 자랑하려 하지만 이렇게 말하면 일본인 면접관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어 좋은 인상을 얻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니 "정확히 어떤 성격인지 한가지로 설명하고 이에 맞는 구체적 에피소드를 소개하는 게 낫다"는 것이다. "한국 내 일자리가 없어 지망했다"는 식의 답변은 절대 금물이다. 하지만 솔직한 모습과 함께 일본인 특유의 유화적이며 전체를 중시하는 태도도 요구해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구보타 국장은 "일본 기업에서 중시하는 건 학벌이 아닌 장기적인 잠재력"이라며 "한국에서 명문대 진학에 실패했더라도 일본에서 얼마든지 좋은 직장을 구할 수 있어 인생을 리셋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인에 대한 나쁜 이미지도 없는 건 아니다. 대표적인 게 한국인 직원은 한 직장에 충성하기보다 쉽게 옮긴다는 인식이다. 아직도 평생직장이란 생각이 뿌리 깊게 박혀 있는 일본에서는 일단 입사하면 수십 년씩 계속 근무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한다. 하지만 한국인 직원들은 더 좋은 조건이 나타나면 바로 옮기는 경향이 많다는 것이다. 수십 년을 함께 한다는 생각에 2~3년씩 교육해놓은 직원이 옮기게 되면 일본 회사로서는 이만저만한 손해가 아니다. 이 때문에 면접 때 "몇 년이나 이 회사에서 일할 생각이 있느냐"고 묻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따라서 "이직을 자주 한 한국인 구직자에 대해서는 좋지 않은 인상을 받을 수밖에 없으니 가급적 자주 옮기는 것은 삼가는 게 좋다"는 게 구보타 국장의 충고다. 
 한편 일본 취업 시 주의할 점은 향수병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한국과 비슷한 사회라고 해도 여전히 외국이라 인간관계를 쉽게 맺지 못할 수 있다. 게다가 일본인은 한국인보다 덜 개방적인 성향이라 가깝게 사귀기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어렸을 적 해외에서 살았거나 교환학생 등의 경험이 있는 경우가 훨씬 적응하기 수월하다고 한다.       
    
서울 테헤란로에 있는 K-move센터에 가면 일본을 비롯한 해외 취업과 관련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남정호 기자

서울 테헤란로에 있는 K-move센터에 가면 일본을 비롯한 해외 취업과 관련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남정호 기자

한편 일본 취직과 관련된 정보는 서울 대치동과 부산 양정동에 있는 K-move 센터나 무역협회 일자리지원센터를 방문하면 얻을 수 있다. 이곳에서는 한국인 직원을 찾고 있는 일본 기업체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면접 시 주의할 점과 일본 기업의 구체적 처우 등에 대한 자료도 있다. 또 믿을만한 민간알선업체에서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2016년 7월 서울 테헤란로의 해외취업아카데미에서 일본 내 취업 희망자들을 상대로 면접 요령에 관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 제공]

2016년 7월 서울 테헤란로의 해외취업아카데미에서 일본 내 취업 희망자들을 상대로 면접 요령에 관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 제공]

 놓치지 말아야 할 사실은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지정한 해외취업 알선기관을 이용하면 수수료 200만 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다만 수수료는 본인이 아닌 알선기관에 직접 전달하게 돼 있다. 이와 함께 부유층 자녀가 아닐 경우 해외 취업에 성공하면 400만~800만원의 정착지원금도 받게 된다. 신청 자격은 본인, 부모 및 배우자 합산소득이 8분위 이하일 경우다.   
제공: 한국산업인력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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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