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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비야의 이발사’의 경고 “연애결혼은 미친 짓”

18세기 작가 보마르셰 3부작 중 첫번째인 ‘세비야의 이발사’의 한 장면. [사진 대구오페라하우스]

18세기 작가 보마르셰 3부작 중 첫번째인 ‘세비야의 이발사’의 한 장면. [사진 대구오페라하우스]

로시니의 1813년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에는 귀족 신분을 속이고 아름다운 여성 로지나와 결혼하려는 알마비바 백작이 나온다. 그가 백작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로지나의 반응은 “좋아서 기절하겠다”다. 공연예술학 박사이자 오페라 평론가인 이용숙은 “새로운 시대의 낭만적 사랑과 결혼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라고 이 작품을 해석했다. 24일 오후 서울 마포의 세아타워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학술 포럼 ‘오페라, 낯선 사랑을 통역하다’에서다.
 
음악미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의 모임인 음악미학연구회 회원 중 5명이 이날 발표를 맡았다. 음악학·미학·철학·독문학을 전공한 이들은 음악미학을 대중에게 소개하는 포럼을 올해로 2년째 열고 있다. 올해의 주제는 ‘사랑’이었다. 음악미학연구회 대표인 오희숙 서울대 작곡과 교수는 “음악미학은 어렵게 느껴지는 학문이 맞지만 음악 작품으로 접근할 경우 공감대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오페라 작품으로 사랑이라는 주제를 잡은 배경이다.
 
예를 들어 ‘세비야의 이발사’는 당대의 결혼에 대한 관념과 변화하던 시대상을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다. 이용숙은 “정략결혼이 당연했고 변화의 조짐이 보이던 시대에 이 오페라는 연애결혼이 미친짓이고 비이성적인 행동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로지나를 유혹하는 백작의 노래는 오만과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고, 로지나는 상대의 정체도 모르면서 결혼을 수락한 후 후속편인 ‘피가로의 결혼’에서 남편의 진짜 모습에 실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대중과 접점을 찾은 오페라는 현대 청중에게도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졌다. 독일 뮌스터대학 박사인 우혜언은 쇼스타코비치의 1932년작 ‘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을 주제로 발표했다. “쇼스타코비치는 결혼관과 여성관은 본인의 시대에 비해 앞서 나갔다”며 연애와 결혼에서 여성의 결정을 존중하는 작곡가의 신념이 담긴 글을 소개했다. 쇼스타코비치의 두 번째 오페라 ‘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은 남성들에게 억압받는 여성의 사회 규범을 벗어난 사랑이 살인과 자살로 이어지게 되는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우혜언은 쇼스타코비치가 오페라 속 여성 주인공의 비중을 높이고 그에게 독백부터 화려한 아리아까지 다양한 역할을 맡긴 점에 주목했다.
 
사랑이라는 주제는 친근하지만 이날 포럼에서 연구 대상으로 고른 오페라 작품들은 만만치 않았다. 2005년 독일에서 초연된 후 지금껏 한 번도 재연되지 않은 난해한 작품 ‘조셉 추장’, 1733년 프랑스 파리에서 초연됐던 낯선 작품 ‘이폴리트와 아리시’ 등이었다. 베를린 예술대에서 음악학을 전공한 강지영 박사는 한스 첸더의 오페라 ‘조셉 추장’을 주제로 남녀의 애정뿐 아니라 인종 사이의 포용 또한 더 큰 의미의 사랑에 포함된다는 점을 확인했다. 독일 연출가인 아힘 프라이어가 2011년 연출해 한국에서 공연한 판소리 오페라 ‘수궁가’를 연구한 배묘정 박사는 멀리 떨어진 두 문화의 접점을 주제로 삼았다.
 
이날 포럼을 연 음악미학연구회는 2010년 음악미학 학자들의 공부 모임으로 시작했다가 최근 대중을 상대로 한 활동을 강화했다. 오페라를 오랫동안 후원했던 고(故) 이운형 세아그룹 회장을 기린 세아이운형문화재단의 후원으로 연구 서적을 내고 있으며, 포럼은 주로 오페라를 소재로 열린다. 다음 포럼에선 국가 권력과 정치. 헨델 ‘리날도’ 베르디 ‘돈카를로’ 등의 오페라를 다룰 예정이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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