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29일 북한 노동신문은 가뭄이 극심했던 황해남도에서 군인·민간인·학생이 총동원돼 농업용수 확보 작전을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808/29/1a4c0ca9-fa8c-4d35-ad28-6b0c0b5d3ec2.jpg)
지난해 6월 29일 북한 노동신문은 가뭄이 극심했던 황해남도에서 군인·민간인·학생이 총동원돼 농업용수 확보 작전을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
산림훼손으로 홍수·가뭄 피해
21세기말 기온 6도 상승 전망
기후변화 대응엔 적극적인 편
2030년에 8% 감축 목표 제시
"지원해주면 32% 추가 감축”
에너지 부족 해결하려는 속내
당장 기상 재해 피해도 심각하다. 북한 매체들은 2016년 8월 말과 9월 초 함경북도 지역에서 발생한 홍수로 6만8900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4배인 30만 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홍수는 사망자가 138명, 실종자가 400여 명에 이르는 등 50~60년 만의 최악의 홍수로 파악됐다. 2013년 독일 환경단체인 저먼워치(Germanwatch)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세계 기후 위험지수’가 세계 7위로 나타났다.
그만큼 기후변화로 인한 재해를 많이 겪고 있다는 의미다. 2016년 11월 벨기에 루벵대학 재난역학연구소가 펴낸 ‘2015년 재난 통계 분석 보고서’ 등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2007년 이후 7건의 홍수를 비롯해 총 10건의 대규모 자연재해가 발생 1533명이 사망했다. 홍수 피해가 큰 것은 농지 확장을 위해 산림을 훼손한 탓으로 분석됐다.
과거 북한의 산림면적은 전 국토의 73%에 해당하는 899만㏊였다. 하지만 2015년에는 숲이 남아 있는 면적이 503만1000㏊로 줄었다는 게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추산이다. 과거보다 44%, 400만㏊ 가까이 사라진 셈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808/29/6746dc8c-9f74-4507-a43d-38b5aa9b316b.jpg)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특히, 북한은 국제적인 지원이 있으면 배출량을 32.25%를 더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자발적인 감축을 더하면 배출전망치 대비 40.25%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한국은 2030년 배출 전망치 8억5080만t에서 37%를 줄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2015년 북한의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세계 평균치인 4.4t에 크게 못 미치고, 아프리카 평균 0.96t보다 적다. 한국의 1인당 배출량은 11.58t이다.
문제는 북한이 내건 추가 감축 조건이다. 국제사회가 2000㎿ 원전, 1000㎿의 태양광 시설, 500㎿ 규모의 해상 풍력, 500㎿ 규모의 해안 풍력, 에너지 효율 개선 사업 등을 지원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2000㎿라면 발전용량이 1000㎿인 신고리 원전 1호기 2개 규모에 해당한다.
2016년 통계청의 ‘북한의 주요 통계지표’에 따르면 북한의 총 발전설비용량은 7661㎿로 남한 10만5866㎿의 14분의 1, 실제 연간 발전량은 2390 GWh(기가와트시)로 남한 5만4040GWh의 23분의 1 수준이다. 북한 전체 발전설비의 61.4%는 수력, 나머지 38.6%는 석탄·석유 등 화력발전이 차지한다. 북한의 화력발전소 총 9기 중 8기는 30년 이상 됐고, 설비 이용률은 2013년 기준 31.6%로 저조하다.
북한으로서는 국제사회가 지원해서 부족한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다. 또, 지원을 받지 못해도 온실가스 감축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지구 환경문제에 협력하는 ‘정상 국가’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면 나쁠 게 없다. 북한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는 그런 ‘허세’가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한편, 한국은 당초 37% 감축 목표 중에서 25.7%(2억1880만t)는 국내에서, 11.3%(9600만t)는 해외에서 줄이기로 했다. 하지만 해외감축이 어려워지자 지난 6월 정부는 국내 감축분을 32.5%(2억7650만t)로 늘렸다. 나머지 4.5%(3830만t)는 해외에서 줄이거나 산림흡수를 통해 줄이기로 했다. 이런 상황에서 만일 북한과 화해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이 3830만t의 감축사업을 다른 나라가 아닌 북한에서 진행할 수도 있다.
중앙대 경제학부 김정인 교수는 “북한에 원전을 지어주기는 쉽지 않지만, 에너지 효율 제고나 풍력발전 시설 설치 등은 충분히 검토해 볼 수 있다”며 “한국에도, 북한에도, 그리고 지구환경에도 도움이 되는 ‘윈(Win)-윈-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