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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도 기후변화 몸살 “원전 지어주면 CO₂ 40% 감축”

지난해 6월 29일 북한 노동신문은 가뭄이 극심했던 황해남도에서 군인·민간인·학생이 총동원돼 농업용수 확보 작전을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

지난해 6월 29일 북한 노동신문은 가뭄이 극심했던 황해남도에서 군인·민간인·학생이 총동원돼 농업용수 확보 작전을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

올여름 북반구 여러 지역을 뒤덮은 역대 최악의 폭염. 지구온난화 때문에 일상화되는 폭염에 한반도도 예외는 아니었다. 북한 역시도 기후변화를 피할 수 없고, 폭염 외에도 다양한 기상 재해로 큰 피해를 보고 있다. 북한은 지난 2016년 8월 파리 기후협정에 가입하면서 비록 조건부이지만 2030년 기준 온실가스 배출량을 40%까지 감축할 수도 있다는 감축 방안을 제시했다. 한국의 37% 감축 목표보다 과감한 수치다. 북한이 어떤 속내를 갖고 있기에 기후변화 대응에 이처럼 적극적일까.
 
북한의 기후변화는 남한보다 훨씬 뚜렷하다. 2012년 유엔 환경계획(UNEP)의 ‘북한의 환경과 기후변화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1918~2000년 사이 북한의 평균기온이 1.9도 상승했다. 기상청의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르면, 온실가스 감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21세기 말 북한의 평균기온은 현재(1981~2010년)보다 6도나 상승, 남한의 5.3도보다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기상 재해 피해도 심각하다. 북한 매체들은 2016년 8월 말과 9월 초 함경북도 지역에서 발생한 홍수로 6만8900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4배인 30만 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홍수는 사망자가 138명, 실종자가 400여 명에 이르는 등 50~60년 만의 최악의 홍수로 파악됐다. 2013년 독일 환경단체인 저먼워치(Germanwatch)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세계 기후 위험지수’가 세계 7위로 나타났다.
 
그만큼 기후변화로 인한 재해를 많이 겪고 있다는 의미다. 2016년 11월 벨기에 루벵대학 재난역학연구소가 펴낸 ‘2015년 재난 통계 분석 보고서’ 등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2007년 이후 7건의 홍수를 비롯해 총 10건의 대규모 자연재해가 발생 1533명이 사망했다. 홍수 피해가 큰 것은 농지 확장을 위해 산림을 훼손한 탓으로 분석됐다.
 
과거 북한의 산림면적은 전 국토의 73%에 해당하는 899만㏊였다. 하지만 2015년에는 숲이 남아 있는 면적이 503만1000㏊로 줄었다는 게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추산이다. 과거보다 44%, 400만㏊ 가까이 사라진 셈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런 북한이 기후변화 대응에는 적극적이다. 1994년 12월 유엔 기후변화협약을, 2005년 4월에는 기후변화협약 교토의정서를 비준했다. 2016년 8월에는 파리기후협정에도 비준했다. 북한은 파리기후협정에 가입하면서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 Business as usual) 대비 8%를 감축하겠다는 자발적 국가 감축 목표도 제시했다. 감축 정책을 시행하지 않았을 때 북한의 이산화탄소(CO₂) 배출전망치는 2030년 기준 1억8773만t인데, 이를 1억7273만t으로 줄이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특히, 북한은 국제적인 지원이 있으면 배출량을 32.25%를 더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자발적인 감축을 더하면 배출전망치 대비 40.25%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한국은 2030년 배출 전망치 8억5080만t에서 37%를 줄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2015년 북한의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세계 평균치인 4.4t에 크게 못 미치고, 아프리카 평균 0.96t보다 적다. 한국의 1인당 배출량은 11.58t이다.
 
문제는 북한이 내건 추가 감축 조건이다. 국제사회가 2000㎿ 원전, 1000㎿의 태양광 시설, 500㎿ 규모의 해상 풍력, 500㎿ 규모의 해안 풍력, 에너지 효율 개선 사업 등을 지원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2000㎿라면 발전용량이 1000㎿인 신고리 원전 1호기 2개 규모에 해당한다.
 
2016년 통계청의 ‘북한의 주요 통계지표’에 따르면 북한의 총 발전설비용량은 7661㎿로 남한 10만5866㎿의 14분의 1, 실제 연간 발전량은 2390 GWh(기가와트시)로 남한 5만4040GWh의 23분의 1 수준이다. 북한 전체 발전설비의 61.4%는 수력, 나머지 38.6%는 석탄·석유 등 화력발전이 차지한다. 북한의 화력발전소 총 9기 중 8기는 30년 이상 됐고, 설비 이용률은 2013년 기준 31.6%로 저조하다.
 
북한으로서는 국제사회가 지원해서 부족한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다. 또, 지원을 받지 못해도 온실가스 감축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지구 환경문제에 협력하는 ‘정상 국가’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면 나쁠 게 없다. 북한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는 그런 ‘허세’가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한편, 한국은 당초 37% 감축 목표 중에서 25.7%(2억1880만t)는 국내에서, 11.3%(9600만t)는 해외에서 줄이기로 했다. 하지만 해외감축이 어려워지자 지난 6월 정부는 국내 감축분을 32.5%(2억7650만t)로 늘렸다. 나머지 4.5%(3830만t)는 해외에서 줄이거나 산림흡수를 통해 줄이기로 했다. 이런 상황에서 만일 북한과 화해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이 3830만t의 감축사업을 다른 나라가 아닌 북한에서 진행할 수도 있다.
 
중앙대 경제학부 김정인 교수는 “북한에 원전을 지어주기는 쉽지 않지만, 에너지 효율 제고나 풍력발전 시설 설치 등은 충분히 검토해 볼 수 있다”며 “한국에도, 북한에도, 그리고 지구환경에도 도움이 되는 ‘윈(Win)-윈-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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