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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非)강남권 경전철 서울시·국토부 싸움에 "서민의 발, 정치인 입이 좌우하나"

서울 도봉구 방학동 주민 박모(45)씨는 경기도 의정부시에 있는 직장에 가기 위해 대중교통을 세 번 갈아탄다. 우선 마을버스를 타고 지하철 4호선 쌍문역에 도착해 창동역까지 간다. 창동역에선 1호선(소요산행)으로 갈아타고 의정부역에 내린다. 그가 마을버스를 타고 지하철역에 가는 이유는 방학동에는 지하철이 지나가지 않기 때문이다. 박씨는 “폭설이나 폭우 탓에 버스가 늦게 오면 쌍문역까지 20분 정도 걸어서 갈 때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 도봉구 일대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지난 19일 발표 이후 경전철 착공 추진을 알리는 플래카드 22개가 내걸려 있다.[사진 도봉구청]

서울 도봉구 일대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지난 19일 발표 이후 경전철 착공 추진을 알리는 플래카드 22개가 내걸려 있다.[사진 도봉구청]

서울시는 비(非)강남권에 경전철 4개 건설을 추진 중이다. 박씨가 사는 방학동과 강북구 우이동을 지나는 우이신설연장선도 그중 하나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19일 강북 중심의 ‘지역균형발전 정책구상’을 내놓으면서 ‘경전철 착공’을 핵심 정책으로 발표했다. 민자사업이 아닌 시의 재정사업으로 추진한다는 것이다.   
서울시가 재정을 투입해 착공을 추진하는 비강남권의 4개 경전철 노선. [사진 서울시]

서울시가 재정을 투입해 착공을 추진하는 비강남권의 4개 경전철 노선. [사진 서울시]

우이신설연장선은 지하철 1호선 방학역과 연결된다. 방학동에 경전철이 들어서면 박씨는 경전철을 타고 방학역에 도착한 후 한 번에 1호선 의정부역까지 갈 수 있다. 박 시장의 발표로 박씨는 한 때 기대에 부풀었다가 낙담했다. 시가 계획을 밝힌 지 9일 만에 국토교통부가 제동을 걸면서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7일 “서울시 경전철 건설을 재정사업으로 전환하려면 도시철도망구축계획으로 확정고시가 내려져야 하는데 이는 서울시가 아닌, 국토부가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상당히 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도 했다.
 
박 시장과 김현미 장관은 여의도·용산 개발 문제에 이어 또 한 번 신경전을 벌이는 모양새다. 경전철 착공 예정지 주민들은 “‘서민의 발’이 ‘정치인들의 입’에서 좌지우지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19일 강북 중심의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서울시]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19일 강북 중심의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서울시]

시는 김 장관의 발언에도 “경전철 4개 착공을 계속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27일 “올 연말쯤 도시철도망구축계획을 국토부에 제출할 계획이다. 승인을 얻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고 말했다. 시가 2022년 안에 착공을 추진하는 경전철은 면목선(청량리~신내동), 목동선(신월동~당산동), 난곡선(보라매공원~난향동), 우이신설연장선 4개 노선이다. 면목선·목동선·우이신설연장선 착공 계획은 시가 2008년 세운 ‘도시철도기본계획’에도 들어가 있었다. 난곡선은 2013년 추가됐다. 애초에 민자사업으로 추진됐지만,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사업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시 관계자는 “10년간 3번의 타당성 조사에서 경전철 건설이 타당하다고 나온 지역들이다. 사업자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언제까지 미룰 순 없다”고 재정사업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27일 서울 여의도 한국수출입은행 회의실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27일 서울 여의도 한국수출입은행 회의실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하지만 경전철을 짓는 데는 막대한 예산이 든다. 4개 경전철 공사비는 모두 2조8000억원이다. 이중 시비로 60%(1조6800억원)를 부담한다. 국비 40%(1조1200억원)은 국토부가 계획을 승인해야 지원받을 수 있다. 하지만 경전철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우이신설선의 경우 지난해에만 144억원의 적자를 냈다. 하루 이용객이 13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지만, 실제 이용객 수는 7만 명 수준이다. 강상욱 한국교통연구원 대중교통연구센터장은 “경전철은 성공 사례를 찾기 힘들다. 예측과 달리 수요가 적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타당성 조사가 잘못됐거나, 착공을 선심성으로 조급하게 추진한 결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강북구 솔샘역에 멈춰선 우이신설선에 시민들이 탑승하고 있다.[연합뉴스]

서울 강북구 솔샘역에 멈춰선 우이신설선에 시민들이 탑승하고 있다.[연합뉴스]

주민들은 “경전철이 꼭 필요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경전철 착공 예정지인 일부 자치구의 구청들은 ‘경전철 착공 확정’을 알리는 플래카드들도 내걸었다. 목동선 예정지인 서울 양천구 신월동 주민 황모(50)씨는 “목동에 있는 직장에 버스를 한 번 갈아타고 간다.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신정역)도 어차피 마을버스를 타고 가야 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전철 착공을 10년간 기다려왔는데 며칠 간격을 두고 정치인들이 “해 준다” “어렵다” 하는 건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토부는 경전철 착공 등 강북 개발 계획 역시 집값 상승 요인이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실제로 신월동의 아파트 매매가는 박 시장의 경전철 계획 발표 후 불과 일주일 만에 2000만~3000만원이 올랐다. 59㎡(18평) 기준 2억3000만원이던 아파트가 2억5000만~2억6000만원선에 거래되고 있다. 신월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급매물로 나온 아파트들은 금방 팔리고, 매도자들은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방학동의 아파트 역시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경전철 도입이 집값을 올리는 건 필연적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에 비해 경전철이 가져오는 효과는 미지수다. 막대한 운영 적자를 감당하기 어렵다면,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경전철 난곡선 예정지인 서울 관악구의 청사에 경전철 착공을 알리는 플래카드가 붙어있다. [사진 관악구청]

경전철 난곡선 예정지인 서울 관악구의 청사에 경전철 착공을 알리는 플래카드가 붙어있다. [사진 관악구청]

전문가들은 “시민 편의를 우선에 두고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강상욱 센터장은 “실제로 열악한 교통 상황을 개선하는 데 효과가 있다면 교통 복지 차원에서 재정사업으로 추진하는 방향은 맞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여러 노선을 한꺼번에 추진하기보다는 경전철별로 다양한 교통 모델을 적용해보면서 순차적이고 체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도년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는 “경전철과 같은 대중교통 인프라는 소외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경전철이 도입되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집값 상승과 이로 인한 소시민의 피해를 예방하는 것도 지자체와 정부의 임무다. 서로 머리를 맞대 대비책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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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