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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란했던 옥천 일가족, 비극의 시작은 ‘빚’이었다

충북 옥천에서 발생한 '네 모녀' 살해 사건의 용의자인 40대 가장 A씨가 27일 옥천경찰서로 이송되고 있다. 빚 독촉에 시달리던 A씨는 세 딸과 아내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뉴스1]

충북 옥천에서 발생한 '네 모녀' 살해 사건의 용의자인 40대 가장 A씨가 27일 옥천경찰서로 이송되고 있다. 빚 독촉에 시달리던 A씨는 세 딸과 아내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뉴스1]

지난 25일 충북 옥천에서 발생한 네 모녀 사망 사건은 빚에 허덕이던 40대 가장이 저지른 범죄로 드러났다. 겁 없이 진 빚이 그와 가족에게 돌이킬 수 없는 파멸로 돌아온 셈이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옥천경찰서는 살인 혐의로 체포한 A(42)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씨는 지난 24일 오후 자신의 부인 B(39)씨와 세 딸(10·9·7)에게 수면제 성분의 약을 먹여 잠들게 한 뒤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빚 문제로 신변을 비관하던 A씨가 가족에게 수면제를 먹여 목 졸라 살해한 뒤 자신도 복부와 손목 등을 흉기로 찔러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 했다고 밝혔다.  
 
A씨는 경찰에서 “수년 전 진 빚이 수억 원이 되자 심적 부담을 느꼈다”며 “불어난 빚을 감당할 수 없어 혼자 죽으려고 했지만, 남겨진 가족들이 손가락질받을 것 같아서 두려웠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운영하던 검도관, [사진 연합뉴스TV]

A씨가 운영하던 검도관, [사진 연합뉴스TV]

검도 공인 6단인 그는 10여년 전 옥천에 들어와 검도관을 운영했다. 한때 관원이 80명을 웃돌기도 했지만 지금은 절반 정도만 남아 있다. 21일부터는 검도관 문을 열지 않았다고 한다.  
 
술·담배를 전혀 입에 대지 않았던 그는 오로지 가족과 운동에만 열정을 쏟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웃들도 그가 세 딸을 유달리 아꼈다고 전했다.  
 
그런 그는 끔찍한 가족 살해범이 됐다.  
 
경찰에 따르면 그는 7억원이 넘는 빚을 졌다. 대부분 제2금융권 대출이거나 사채여서 검도관 운영 수입보다 많은 이자를 매달 부담해야 했다. “매달 이자로만 400만~500만원을 지출했다”는 주변인 말도 있었다. 그가 사는 39평형 아파트에는 제2금융권 등으로부터 매매가를 웃도는 2억5000만원의 근저당이 설정돼 있다.  
 
그가 왜 거액의 빚을 졌는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경찰은 “처음 도장을 차리고 아파트를 살 당시 대출금 비중이 높았고, 대전의 한 원룸주택에 투자하면서 이자가 쌓인 것으로 보인다”며 “허투루 돈을 쓴 흔적은 없다”고 말했다.
 
A씨는 최근 검도관에서 운동하는 대학생 명의로 대출을 받았다가 이를 알아챈 학부모와 갈등을 빚었다고 한다.
 
경찰은 이 일이 터진 뒤 A씨가 자살을 결심할 정도로 극도의 좌절감에 빠져든 것으로 보고 있다. 평소 자신을 믿고 따른 관원한테마저 빚쟁이로 몰리면서 더는 버틸 방법이 없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그는 피의자 조사에서 “죽고 싶다” “후회된다” 등의 말을 하며 흐느꼈다고 경찰은 전했다. 범행 직후 병원 이송 당시에는 “가족들을 부탁한다. 사람들이 잘 안 보이는 곳에 묻어 달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오랜 기간 빚에 쪼들려 막다른 길목에 몰리다 보니 어리석은 결정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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