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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장관 통화 뒤 한국 발표엔 ‘압박’ 없고 美는 ‘평화체제’ 빼

이달 초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를 계기로 싱가포르에서 만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 [뉴스1]

이달 초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를 계기로 싱가포르에서 만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 [뉴스1]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4차 방북 무산으로 북핵 협상 교착 국면의 장기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한·미 간 입장 차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방북 취소 직후인 25일 이뤄진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폼페이오 장관 간 통화와 관련, 양국의 발표 내용과 표현도 묘하게 달랐다.
 
미 국무부는 27일(현지시간) 헤더 나워트 대변인 명의로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폼페이오 장관과 강 장관은 최종적으로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 달성을 위해 헌신할 것임을 재확인했다”며 “양 측은 북한이 비핵화할 때까지 압박(pressure)은 계속 이어져야만 한다는 점에 의견을 같이 하고 긴밀히 공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비핵화 전 제재 해제는 없다는 기존의 입장을 다시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한국 외교부가 25일 낸 보도자료에는 압박이라는 단어 자체가 없었다. 통상 외교장관 간 회담이나 통화 뒤 양국이 해당 내용을 발표할 때는 상대방이 양해하는 선에서 각기 자국이 부각하고 싶은 내용 위주로 담는 게 관례다. 발표 내용의 차이가 인식의 차이를 드러내는 셈이다.
 
외교부는 “강 장관은 국제사회가 많은 기대감을 갖고 있었던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이 연기돼 아쉽게 생각한다고 했다”고 밝혔다. 또 강 장관이 “대화의 모멘텀을 유지하면서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계속 노력해 나가자”고 했다고 전했다.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노력에는 종전선언이 포함된다. 강 장관은 “평화체제를 만들어가는 과정의 초입에 종전선언이 있다”며 연내 종전선언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국무부 발표에는 평화체제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는 내용은 빠졌다. 이를 두고 종전선언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부정적 시각을 반영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워싱턴 포스트(WP)는 27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먼저 내놔야 한다고 주장하고,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종전선언이 군사동맹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국무부 발표와 달리 외교부 보도자료에는 ‘양 장관’이 주어로 된 문장은 없었고, 강 장관과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을 각기 소개했다. 강 장관은 최근 남북관계 진전 동향을 설명했고, 폼페이오 장관은 “굳건한 한·미 공조를 계속 확고히 한다”는 미 측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돼 있다. 폼페이오 장관이 남북관계 진전을 지지하거나 동의했다는 표현은 쓰지 않았다. 국무부 발표에는 남북관계에 대한 언급이 아예 없었다.
 
국무부는 27일 폼페이오 장관과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상의 통화 내용도 함께 발표했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한·미 장관 통화 내용과 비슷했다. 다만 미·일 동맹의 중요성이 강조된 것이 달랐다. 국무부는 “양 측은 미·일 동맹의 위력을 재확인했다. 양 측은 인도 태평양 지역에서 공동의 위협에 대응하며, 공유하는 기회를 포착하고, 양국의 이해를 증진시키자고 다짐했다”고 소개했다.  
 
‘인도 태평양’은 아시아·태평양을 대체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아시아 정책 기조의 핵심 개념이다. 미국과 일본, 호주, 인도 간 협력을 중심으로 하는데, 여기에는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깔렸다.  
 
한·일 장관이 이처럼 여러 분야에서 동맹의 역할을 강조한 것과 달리 한·미 장관의 통화를 소개한 양국의 보도자료에는 동맹이나 동맹국이라는 표현은 등장하지 않았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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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