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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이름쓰지마! …범죄도시 이미지 낙인에 발끈

과천시가 지역명을 빼 달라고 보낸 협조 공문. [사진 과천시 공문 캡처]

과천시가 지역명을 빼 달라고 보낸 협조 공문. [사진 과천시 공문 캡처]

“제발 ‘과천’ 지역 이름을 사용하지 말아 주세요.”
 
경기도 과천시가 지난 23일 출입기자단에 보낸 협조 공문 내용 중 일부다. 협조를 요청한 이유는 최근 서울대공원 인근에서 발견된 ‘토막시신’ 때문이다.
 
지역 명칭을 빼 달라는 이유는  
 
‘토막시신’ 사건은 지난 10일 발생했다. 경찰은 도우미 문제로 시비가 되자 50대 남성을 살해 후 시신을 훼손, 유기한 혐의로 변모(34)씨를 구속했다. 경찰은 2009년 강호순 연쇄살인 사건 이후 법령을 정비해 잔인한 범행을 저지른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하고 있다.  
 
변씨가 시신을 유기한 곳은 서울대공원 인근이다. 주소는 경기도 과천시 막계동이다. 하지만 살해 및 시신을 훼손한 장소는 변씨의 노래방이 있는 경기도 안양시다. 과천시가 억울함을 호소하며 발끈한 이유다. “단순히 시신이 발견된 곳이 아닌 사건이 발생한 지역의 명칭을 사용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는 것이 과천시 입장이다.  
19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서울대공원 장미의언덕 주차장 인근 도로 수풀에 폴리스라인이 설치되어 있다. [뉴스1]

19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서울대공원 장미의언덕 주차장 인근 도로 수풀에 폴리스라인이 설치되어 있다. [뉴스1]

 
과천시처럼 억울함을 호소한 지역은 또 있다. 경기도 안산시다. 2016년 1월 안산시 단원구 대부도 내 불도방조제 인근 배수로와 방아머리 선착장 인근 시화호(始華湖)에서 토막 시신이 발견됐다. 이른바 ‘안산 토막살인 사건’이다. 피해자는 최모(당시 40세)씨다. 범인은 무기징역이 선고된 조성호(당시 30세)다. 조성호가 범행을 저지른 곳은 인천시 연수구 자신의 원룸이다.  
 
범행 장소와 유기장소가 다를 때, 사건은 누가
 
변씨와 조씨 모두 범행 장소와 유기 장소가 달랐다. 그런데도 범행 장소가 아닌 시신 발견된 장소인 ‘과천 토막살인 사건’, ‘안산 토막살인 사건’이 됐을까.
 
이는 ‘변사체(變死體)가 발견된 장소를 관할하는 경찰서에서 사건을 처리한다’는 경찰 자체 규정 때문이다. 통상 사건을 인지해 범인을 체포하거나 범행 장소가 특정됐을 때에는 그 지역 경찰서가 수사한다. 반면 두 사건처럼 변사체가 먼저 발견되면 발견된 곳을 관할하는 경찰서가 맡는다. 수사 과정에서 범인의 집 또는 범행 장소가 다른 곳으로 확인되더라도 수사의 일관성 등을 위해 기존에 맡았던 경찰서가 계속 수사한다. 두 사건에 과천과 안산 지역이 들어간 이유다.     
 
지자체들의 지역 명칭을 빼달라는 이유는 또 있다. 지역 이미지 때문이다. 지역명이 나갈 경우 도시 전체가 ‘범죄 도시’, ‘흉악범이 많은 도시’로 전락할 수 있어서다. 선출직 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과천시도 협조공문에 “우리 시 이미지를 심각하게 훼손시키고 시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고 적었다.
안산시가 도시이미지 제고를 위해 제작한 카드뉴스. [사진 안산시]

안산시가 도시이미지 제고를 위해 제작한 카드뉴스. [사진 안산시]

 
안산시 관계자는 “과거 시화호와 방조제는 시신 유기하기 좋은 장소로 소문날 정도로 악명이 높았던 적이 있었다”며 “그렇지 않아도 공단·중국인 범죄 등으로 도시 이미지가 실추된 와중에 이런 식으로 지역명이 쓰이면 시민들은 불안과 공포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산시는 매년 ‘살기 좋은 안산’ 내용을 담은 카드뉴스를 제작,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에 올리고 있다.
 
인천경찰청이 체감안전도가 낮은 이유
 
인천공항경찰단을 포함해 모두 11개 경찰서를 관할하는 인천지방경찰청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해 3월 29일 인천시 연수구 동춘동에서 발생한 여초등생 살인사건 때문이다. 당시 범인이 10대 여중생이라는 점에서 충격을 준 사건이다. 문제는 이 사건이 ‘인천 초등생 살인 사건’으로 표기됐다는 점이다. ‘연수구’, ‘동춘동’이 아닌 광역 명칭인 ‘인천’이냐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의 주범·공범으로 구속기소된 주범 김양(사진 뒷쪽)과 공범 박양(사진 앞쪽)이 22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첫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의 주범·공범으로 구속기소된 주범 김양(사진 뒷쪽)과 공범 박양(사진 앞쪽)이 22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첫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때문에 인천경찰청은 2017년 상반기 전 국민을 대상으로 시행한 체감안전도 조사에서 16개 전국 지방경찰청 중 14위를 기록했다. 2016년 하반기에 8등이었다. 인천경찰청 관계자는 “특정 지역을 운운하는 것은 아니지만, 인천은 늘 ‘인천 OO 사건’ 등으로 표기돼 인천지역 전체가 흉악범죄 도시처럼 비치는 경우가 많다”며 “반면 서울은 각 지역으로 표기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사건 발생 시 지역을 세분화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발생한 사건은 ‘서울’이라는 이름이 대신 동(洞)이나 특정 단어로 쓰이는 경우가 많았다. ‘어금니 아빠’, ‘중곡동 주부 살해’(2012년) 사건 등이다. 일부에서는 아직 우리 사회가 서울 중심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한다. 서울 시민들이 ‘인천’은 알아도 ‘연수구’, ‘동춘동’을 잘 모르기 때문이라는 논리다.  
인천지방경찰청 전경. [중앙포토]

인천지방경찰청 전경. [중앙포토]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단적인 예로 ‘살인범은 흑인’이라고 하면 흑인 전체가 범인인 것처럼 편견을 가질 수 있다”며 “흑인 중에는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있는 만큼 개별화된 지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市) 명칭을 사용할 경우 같은 시 다른 동(洞) 주민들까지 범죄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는 만큼 지역명을 사용한다면 구체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라고 덧붙였다.  
 
인천=임명수 기자 lim.myou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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