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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때마다 만나요"...추석 열차표 예매 현장엔 긴 줄

28일 오전 9시 사람들이 추석 연휴 기차표를 예매하기 위해 서울역에 줄을 서 있다. 정진호 기자

28일 오전 9시 사람들이 추석 연휴 기차표를 예매하기 위해 서울역에 줄을 서 있다. 정진호 기자

 “견우와 직녀도 1년에 1번 만나는데 우리는 2번씩 만나.“
 
28일 서울역에서 추석 연휴 기차표 예매를 위해 줄을 선 정동규(66)씨와 공한석(62)씨는 서로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이들은 서로의 전화번호조차 모르지만 4년 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고 1년에 2번씩 만나 이야기를 나눠왔다.
 
서울에 사는 60대 남성 둘이 이렇게 만날 수 있던 건 고향이 서울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정씨의 고향은 대구, 공씨의 고향은 부산이다. 명절이면 부모님을 보기 위해 KTX를 예매하러 서울역에 나온다. 각각 대기열 8번과 9번을 차지한 이들은 전날 오후 2시부터 19시간을 기다렸다.
 
하루 전부터 현장 발권이 시작하기만을 기다리는 사람들끼리 보온병에 담아온 차를 나눠 마시기도 했다. 차를 나눠 마시는 장한철(50)씨와 박모(24)씨에게 “가족이 같이 와서 기다리는 거냐”고 물어봤지만 “어제 처음 본 사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어 여씨는 “10시간 넘게 스마트폰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너무 심심해서 주변 사람들이랑 이야기하게 된다”고 말했다.
 
코레일은 이번 추석부터 스마트폰으로도 명절 기차표 예매가 가능하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현장예매 열기는 그대로다. 코레일 관계자는 “현장예매 수요가 점차 줄어드는 추세이긴 하지만 지난 설예매에 비해 사람이 줄었다고 보기는 힘들 것 같다”고 밝혔다.
 
서울역에만 정씨와 공씨를 비롯해 200명이 넘는 사람들이 기차표를 직접 발권하기 위해 전날 또는 이른 아침부터 줄을 섰다. 이날 가장 오래 기다린 사람은 23시간을 기다렸다. 성공 가능성이 불확실한 온라인예매보다 현장예매가 낫다는 이유다.
 
부산행 KTX를 예매하러 온 김모(68)씨는 “나 같이 손이 느린 늙은이들이 젊은 사람들보다 휴대전화 예매를 빨리할 수 있겠냐”며 “현장예매는 남보다 부지런하게 움직이기만 하면 되니까 역으로 직접 오는 게 편하다”라고 말했다.
 
서울역에 나온 대부분은 머리가 희끗했지만 젊은 사람들도 군데군데 눈에 띄었다. 명절마다 할머니를 보러 부산에 간다는 여수정(20·여)씨는 “부모님까지 3자리를 예매해야 하는데 온라인은 접속자가 너무 많아서 어렵다”며 “전날 오후 3시부터 아버지랑 교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코레일 온라인 예매 페이지 접속 대기화면.[사진 코레일 홈페이지 캡처]

코레일 온라인 예매 페이지 접속 대기화면.[사진 코레일 홈페이지 캡처]

실제 오전 7시부터 시작한 온라인 예매 페이지는 접속자가 몰려 대기 순번이 1만번대를 넘어섰다. 7시 2분에 접속했다는 박모(51·여)씨는 “예약접속까지 최장 98분이 소요될 수도 있습니다”라는 알림이 뜨자 예매를 포기했다.
 
온라인 예매 비중이 늘어나고 스마트폰 예매를 시작했지만 코레일은 온라인 판매 비중을 70%, 오프라인을 30%로 변동 없이 고수하고 있다. 실제로 2011년 16%에 불과하던 모바일 예매 비중은 지난해 67%까지 치솟았다.
 
경부·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추석 기차표 예매는 온라인으로 28일 오후 3시까지 가능하다. 29일은 오전 7시부터 호남·전라·영동선 기차표를 예매할 수 있다. 29일 오후 4시부터는 잔여석에 대한 승차권 판매가 진행된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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