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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적 눈요기 내세워 자가당착에 빠진 청불영화 '상류사회'

영화 '상류사회'에서 박해일은 국회의원 후보로 나선 대학교수 태준을 연기한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상류사회'에서 박해일은 국회의원 후보로 나선 대학교수 태준을 연기한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29일 개봉하는 '상류사회'는 스스로 모순에 빠진 듯한 영화다. 줄거리로 보면 부패한 정치권력·경제권력의 추악한 본성을 고발하는 것 같지만, 실상은 사치와 섹스로 점철된 상류층의 삶을 자극적인 눈요깃거리로 내세운다. 이야기 전개의 개연성과 무관하게 여성의 벗은 몸을 전시하듯 보여주는 특징도 두드러진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라고 해도, 총제작비 80억원이 투입된 대중영화로서는 지금 시대 관객의 감수성에 대한 고민이 부족해 보인다. 
 
 ‘상류사회’는 우연한 기회로 국회의원 후보에 오른 대학교수 태준(박해일 분)과 재벌 소유 미술관 부관장 수연(수애 분), 부부관계인 두 사람이 동경하던 상류사회의 민낯을 파헤치게 되는 이야기다. 부부가 상류사회에 입성하기까지, 위트 있는 대사와 함께 제법 날 선 긴장감을 유지하던 영화는 중반부에 접어들면서 어디선가 본 듯한 고위층의 위악적인 이중성을 자극적으로만 나열하며 설득력을 잃어간다. 
 
 뒤엉킨 불륜관계 등 적나라한 성(性)묘사에 많은 비중을 할애한 탓에 정작 극을 떠받쳐야 할 스토리엔 구멍이 뚫렸다. 대기업 회장(윤제문 분)의 악취미적인 정사 장면은 극 중 일본인인 상대역에 실제 일본에서 성인물(AV) 배우로 유명한 하마사키 마오를 기용하고 화려한 미술 세트와 장엄한 클래식 음악까지 동원하며 장시간 보여준다. 반면 태준이 모든 사건의 판도를 뒤집을 만한 실마리를 쥐는 과정은 허술해 보일 정도로 간결하게 그려진다. 곤경을 헤쳐 나가는 주인공의 심리에 충분히 이입할 수 없다보니 그가 해내는 성취 역시 그리 통쾌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중견 배우들의 안정감 있는 연기조차 후반부 갈수록 힘을 잃고 공허해진다. 
 
영화 '상류사회' 촬영 현장 모습.왼쪽부터 변혁 감독과 주연배우 박해일, 수애.[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상류사회' 촬영 현장 모습.왼쪽부터 변혁 감독과 주연배우 박해일, 수애.[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이 영화의 또 다른 문제는 여성에 대한 파편화되고 왜곡된 묘사다. 특히 극 중 주요 인물인 여성이 자신도 모르게 찍힌 섹스 비디오로 인한 협박에서 벗어나고자 스스로 택하는 행동은 상식적으로 설득력이 크게 떨어진다. 영화는 그 선택으로 인해 해당 인물이 감내해야 할 현실적인 고통은 교묘하게 감춘 채, 이를 용감한 결단이자 ‘해피엔딩’인 것처럼 보여준다. 동의 없이 찍힌 불법 동영상 때문에 많은 여성이 삶을 송두리째 짓밟히고 있는 실제 현실을 조금도 고려하지 않은 듯한 설정이다. 
 
 시사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부분에 대한 지적이 나오자 변혁 감독은 “저로선 해당 여성 캐릭터의 극 중 대사처럼 ‘아무도 박수치지 않아도 나 자신만큼은 솔직하고 싶다’ ‘나의 뻔뻔함이 자랑스럽다’는 얘기를 꼭 하고 싶었다”면서 “제가 어떤 선택으로 상황을 정리해도 (모든 관객이) 백프로 동의하긴 힘들 것이다. 이 사회가 가진 다양성 때문”이라고 했다. '상류사회'는 변혁 감독이 데뷔작 ‘인터뷰’(2000) ‘주홍글씨’(2004) 이후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한 세 번째 장편영화다. 
 
 이 영화가 기형적으로 느껴지는 큰 이유는 어쩌면 바로 그 다양성의 결여 때문으로 보이기도 한다. 저마다 입장이 다른 여러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지만 이들이 욕망을 추동하는 방식은 하나같이 권력 우위에 있는 남성과의 유착이나 섹스로 귀결된다. 영화가 그리는 상류사회 풍경 역시 기존 사회파 스릴러 영화의 공식을 성글게 답습한 듯 획일화된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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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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