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트럼프 '방북 취소 전략'에 北 사흘 넘게 침묵, 왜?

북한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24일(현지시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을 전격 취소시킨데 대해서다. 북한 외무성은 물론 관영 매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시간으로 24일 밤 11시36분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취소를 지시했다고 트위터를 통해 밝힌 뒤 나흘이 지난 28일 오후까지 관련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가운데)이 시진핑 중국 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이에서 어떤 전략적 선택을 할 지 주목된다.                                     [중앙포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가운데)이 시진핑 중국 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이에서 어떤 전략적 선택을 할 지 주목된다. [중앙포토]

 
트럼프 대통령의 ‘전격 취소’ 전술은 새롭지 않다. 그가 사업가 시절부터 즐겨써온 방법이다. 저서 『거래의 기술』에서 ‘테이블에서 기꺼이 퇴장하기’를 주요 협상 전술로 소개했을 정도다. 북한에 대해서도 지난 5월 이 전략을 썼다. 북ㆍ미 정상회담 일자와 장소를 두고 줄다리기를 한창 하던 시점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19일 베이징에 도착,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는 장면. [중앙포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19일 베이징에 도착,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는 장면. [중앙포토]

 
취소의 배경으로 중국이 거론됐다는 점도 닮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5월에 회담 취소의 직접적 배경으로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앞서 발표한 담화 내용에 “엄청난 분노와 공공연한 적대감”이 담겼다는 점을 들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그 전부터 심기가 불편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5월 7~8일 중국 다롄(大連)에서 시진핑(習近平) 주석과 깜짝 정상회담을 한 뒤부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을 5월17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이 중국과 만난 뒤 상황이 좀 바뀌었다고 생각한다”고 불편함을 드러냈다.  
 
이번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취소 이유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노골적으로 중국을 겨냥했다. 트위터에 “중국이 예전 만큼 (북한의) 비핵화 과정을 돕고 있다고 믿지 않는다”고 쓰면서다. 중국이 공통분모인 셈이다.  
 
북미정상회담이 취소 등 우여곡절 끝에 6월12일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서 열리고 있다. [싱가포르 통신정보부 제공]

북미정상회담이 취소 등 우여곡절 끝에 6월12일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서 열리고 있다. [싱가포르 통신정보부 제공]

 
달라진 건 북한의 반응 속도다. 북한은 5월 당시엔 즉각 반응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로 이 소식을 전한 때는 한국 시간으로 5월24일 밤 11시가 가까웠는데, 북한은 바로 다음날인 25일 오전 7시30분에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반응을 내놨다.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개인 명의의 담화 형식을 통해서다. 트럼프가 취소를 일방 통보한 뒤 8시간 30분만이었다. 외교관 출신인 고위 탈북자는 당시 “외무성 관리들이 밤새 결재를 받으러 다니느라 한숨도 못 잤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엔 다르다. 북한 당국이 침묵하고 있는 가운데, 매체들도 잠잠하다. 노동당 기관지로 북한 당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노동신문은 27일 ‘더욱 심각하게 번져지는 중·미 관계’라는 정세해설 기사를 실었지만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취소와는 무관했다. 노동신문은 이 기사에서 지난 1일 미 의회를 통과한 국방수권법을 다루며 미국에 대해 중국 루캉(陸慷) 외교부 대변인이 “냉전적 사고와 제로섬 게임을 포기하라”고 발언한 것을 소개했다.  
 
이어 “외신들은 미국이 주장하는 ‘중국위협론’은 과장된 것으로, (미국이) 그를 통해 이득을 보려한다”는 내용을 실었다. 중국의 편은 들되, ‘외신’에 기대어 간접적 지지를 하는 대목이다. 노동신문이 굳이 통과한지 3주가 지난 국방수권법 문제를 언급한 것은 미ㆍ중 관계에 대해 북한도 주시하고 있음을 양측을 자극하지 않고 표현하기 위한 장치로 해석된다. 노동신문 28일자는 아예 미·중 관련 내용을 일체 다루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결단의 책상'에서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취소를 관련 참모들과 논의하는 모습. 댄 스캐비노 백악관 소셜미디어 국장이 24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공개한 사진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결단의 책상'에서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취소를 관련 참모들과 논의하는 모습. 댄 스캐비노 백악관 소셜미디어 국장이 24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공개한 사진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장고에 들어간 건 약 2주 앞으로 다가온 9월9일 정권수립일과도 무관하지 않다. 올해 70주년을 맞아 북한 당국이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일명 ‘9ㆍ9절’에 시진핑 주석의 참석이 예상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시 주석이 참석하면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하게 될 것이고, 불참하면 행사의 의미가 퇴색되리라는 점에서 김 위원장의 계산도 복잡해지고 있는 셈이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