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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맛 아시아드] "내래 비지니스 하러 왔는데 뽀이를 하고 있으니"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북한 올림픽회관이 꽉 들어찼다. 자카르타=김지한 기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북한 올림픽회관이 꽉 들어찼다. 자카르타=김지한 기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올림픽회관을 찾으신 것을 환영합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 도심의 한 호텔 1층 로비에 걸린 배너의 안내 문구다. 1층 한쪽 작은 공간에 마련된 '올림픽회관'은 북한에서 직접 운영하는 홍보관이다. 최근 개선된 남북 관계와 국제 정세를 반영하듯, 북한은 국제 종합대회 기간에 맞춰 홍보관을 개설해 운영 중이다. 창고를 개조한 한국 코리아 하우스와는 3㎞ 가량 떨어져 있다. 평양에서 직접 공수한 육수로 만든 평양식 냉면과 대동강 맥주 등 북한 음식을 맛볼 수 있고, 각종 북한상품과 홍보물도 접할 수 있다. 아시안게임 개막 직후 입소문을 타고 한국 교민들은 물론 대회에 참가한 한국 선수단, 관계자가 줄지어 찾고 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북한 올림픽회관에서 과자를 판매하는 북한 봉사원. 자카르타=김지한 기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북한 올림픽회관에서 과자를 판매하는 북한 봉사원. 자카르타=김지한 기자

 
자카르타의 북한 올림픽회관에서 판매하는 평양 옥류관 냉면. 자카르타=김지한 기자

자카르타의 북한 올림픽회관에서 판매하는 평양 옥류관 냉면. 자카르타=김지한 기자

 
북한 올림픽회관을 지난 25일 직접 찾았다. 오전 11시 문을 여는 올림픽회관엔 이른 시간부터 사람들 발길이 이어졌다. 이날 올림픽회관을 찾은 사람 중엔 야구 경기 해설을 위해 자카르타를 찾은 이승엽, 이순철 해설위원도 있었다. 이곳에선 남과 북 민간인 사이 교류도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이곳에선 남북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이날 기자가 앉은 원탁엔 자카르타에 사는 남북한 교민이 우연치 않게 함께 앉아 냉면과 평양식 김밥을 나눠 먹었다.
 

자카르타의 북한 올림픽회관 방문 초청장. 자카르타=김지한 기자

자카르타의 북한 올림픽회관 방문 초청장. 자카르타=김지한 기자

 
동석한 북한 교민들의 자부심은 대단했다. 대학생이라는 한 북한 여성은 올림픽회관에서 제공한 냉면에 대해 "옥류관 냉면은 누름틀에 넣고 면을 뽑아야 하는데, 여기는 마른 면을 삶기 때문에 옥류관의 그 맛이 아니다. 실제 평양 옥류관 냉면은 정말 맛있다. 꼭 한번 드셔보시라"고 권했다. "냉면을 먹기 전엔 막걸리를 먼저 마시고 입을 달군 뒤에 면을 먹어야 한다"며 남한 출신 교민과 기자에게 '선주후면(先酒後麵)'을 설명하기도 했다.
 

또 다른 북한 중년 여성은 평양에 대한 남다른 자부심을 드러냈다. "평양은 직접 가서 보면 정말 아름다운 곳이다. 거리도 깨끗하고 볼거리도 많다. 꼭 가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 한국 교민은 "올림픽회관에 오는 북한 사람은 외교관이나 고위층이다. 그래서인지 북한 교민이 오자 이곳 근무자들이 직접 나서서 챙기는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자카르타의 북한 올림픽회관에서 판매하는 북한 주류. 자카르타=김지한 기자

자카르타의 북한 올림픽회관에서 판매하는 북한 주류. 자카르타=김지한 기자

 
입소문을 타고 찾아오는 이가 늘면서 북한 올림픽회관은 연일 꽉꽉 들어찬다. 이 때문에 올림픽회관에서 일하는 북한 근무자들은 눈코 뜰 새가 없을 정도다. 북한 무역대표부 정성호 부총재는 식당 지배인처럼 냉면 그릇을 옮기고 반찬 접시를 전달하다가 "내래 비즈니스 하러 왔는데 뽀이를 하고 있다"며 투덜대기도 했다. 방문자는 밀려들고 근무자 7명으로는 손이 모자라자 냉면을 먹으러 왔던 대한체육회 직원이 육수 주전자를 들고 서빙을 돕기도 했다.
 
자카르타의 북한 올림픽회관에서 판매하는 금강산 특산물 세트. 자카르타=김지한 기자

자카르타의 북한 올림픽회관에서 판매하는 금강산 특산물 세트. 자카르타=김지한 기자

 
자카르타의 북한 올림픽회관에 비치된 각종 홍보물. 자카르타=김지한 기자

자카르타의 북한 올림픽회관에 비치된 각종 홍보물. 자카르타=김지한 기자

 
예전 같으면 말을 걸기는커녕, 눈길도 줄 수 없었던 남북한 사람들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 열리고 있는 자카르타에선 과거와 완전히 달라진 분위기를 직접 느끼고 있다. 대회 경기 현장에서도 북한 선수와 코치진 등은 '원수님의 은덕'을 앞세운 소감 대신 자신의 느낌과 생각을 비교적 자세히 밝히고 있다. 외신 기자조차 "(북한에)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이냐"고 한국 기자를 붙잡고 물어볼 정도다.
 
이런 변화는 최근의 개방 분위기와 맞물려 정상 국가의 이미지를 보여주려는 북한의 의도 내리 노력으로 보인다. 스포츠 대회에 단순히 참가하는 걸 넘어, 북한 문화와 생산물을 홍보하고 체제를 선전하는 목적 등으로 올림픽회관을 활용하고 있다. 실제로 올림픽회관에 비치된 홍보자료와 책자는 김일성-김정일은 물론, 최근 북한이 대대적으로 선전하는 미래과학자거리, 평양국제비행장, 마식령스키장 등도 알리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자카르타의 북한 올림픽회관에 홍보하는 선전물. 마식령스키장이 소개돼 있다. 자카르타=김지한 기자

자카르타의 북한 올림픽회관에 홍보하는 선전물. 마식령스키장이 소개돼 있다. 자카르타=김지한 기자

 
자카르타=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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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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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