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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이전프로젝트]국회 가는 '캐리어족', 정체 알고 보니...

사람들이 방문증을 발급 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사람들이 방문증을 발급 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공무원들이 방문증 발급을 기다리고 있다.

공무원들이 방문증 발급을 기다리고 있다.

 
캐리어 끌고 일하는 세종시 공무원
 
 
8월 22일 오전 8시 30분 9호선. 더위가 완전히 걷히지 않았음에도 검은 양복을 입은 직장인들로 열차는 가득 차 있었다. 인파 속 기자의 시선을 잡아끈 건 검은 양복과 어울리지 않게 캐리어를 들고 있는 사람이었다. ‘어디 멀리 출장이라도 가나’라는 생각이 잠시 스쳐 갈 때쯤 국회의사당역에 도착했다. 인파에 떠밀려 정신없이 하차하고 에스컬레이터에 몸을 맡기고 나니, 아까 그 ‘캐리어를 든 사람’이 바로 앞에 서 있었다. 국회의사당과 ‘캐리어’라는 새로운 조합에 신선함을 느낀 것도 잠시, 주위를 둘러보니 ‘캐리어족’들이 상당했다.  
 
빠른 걸음으로 캐리어를 끌고 가는 그들은 국회로 들어가는 지하철 출구(6번 출구)로 향했다. 국회와 캐리어라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에 궁금증은 커졌지만 무거운 짐을 들고 바삐 움직이는 그들의 발걸음을 붙잡을 수 없었다. "그 많은 짐을 들고 어디로 가는 것일까?"
 
 출입증을 받는 본청 후문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었다. 굳이 캐리어가 아니더라도 무거운 가방을 들고 있는 사람들의 목에는 하나같이 ‘공무원증’이 걸려있었다. 총 12개의 상임위가 열린 지난 22일 회계 결산과 업무 보고를 위해 국회를 방문한 공무원들이 데스크 앞에 몰려있었다. 국회 본청 방호실 담당자는 “요즘같이 국회 상임위가 있을 때는 공무원들이 많이 방문해 꽤 혼잡하다”며 “일반 방문객이 몰리는 시기에는 정신이 없다”고 상황을 전했다.  
 
상임위 회의실 옆에 공무원들의 짐가방이 놓여있다.

상임위 회의실 옆에 공무원들의 짐가방이 놓여있다.

 
이날 회의는 오전 10시에 예정돼 있었다. 오전 9시 출근을 끝낸 공무원들은 회의장 옆 테이블과 의자가 놓인 공간에 모여 있었다. 가져온 노트북과 프린터를 설치하느라 분주한 그들 옆엔 아까 본 캐리어와 가방이 놓여있었다. 
 
상임위가 시작된 후 얼마나 흘렀을까. 회의실 옆에 있는 테이블에는 A4 용지가 겹겹이 쌓여있고, 정신없이 오가던 사람들은 하나둘 자리에 앉기 시작했다. 순서를 기다리는 공무원들은 여전히 정신 없었지만, 소관 부처 질의 응답을 마친 공무원들은 상임위 회의가 끝나기를 기다리듯 구석진 자리에 앉아 잠깐의 휴식을 취했다.
 
놓여진 의자가 넉넉하지 않아 자리를 잡지 못하고 서성이는 공무원들도 있었고, 자리를 잡았지만 손에서 핸드폰을 놓지 못하는 공무원도 많았다. 중간중간 자료 요청이 있을 때마다 스캔과 복사를 해오는 사람을 제외하고 상관으로부터 복귀 허락을 받은 공무원들은 짐을 챙겨 빠르게 국회를 빠져나왔다. 점심을 간단히 해결하고 "세종정부청사로 돌아갑시다"라고 말하는 그들의 목소리에는 고단함이 묻어있었다. 
 
공무원들이 국회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공무원들이 국회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오후 2시가 지나자 상당수 상임위가 끝이 났고 남은 공무원들이 기자재를 정리하고 있었다. 일을 마치고 복귀하려는 공무원 B 씨에게 국회 업무에 대한 소감을 물었다. 국회에 방문한 일이 별로 없다고 밝힌 B 씨는 “오게 된다면 주로 버스를 이용해서 올라오고 짐이 많거나 여러 명이 같이 와야 할 경우엔 승용차를 타고 온다”며 “대체로 과장, 국장급 공무원들이 국회에 방문하는 것 같다. 그분들이 단독으로 올라와 업무를 처리하고 복귀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밝혔다. 
 
왕복 4시간이나 걸리는 출장이 힘들겠다는 기자의 말에 “(저는) 이따금 오기 때문에 크게 힘들지는 않다”며 “세종시 청사가 지어진 지 꽤 됐고, 처음보다는 상당히 적응된 것 같다. 나름의 방식으로 적응하는 것 같다”고 답했다. 
 
또 다른 세종시 공무원 C 씨에게 “청사와의 거리가 멀어 국회를 오가는 데 힘들지 않냐”는 질문을 던졌다. 그는 굉장히 난처해 하며 “그 부분에 대해서는 말씀드리기 어려울 것 같다. 죄송하다”며 답하기 꺼렸다.   
 
 
 
국회스마트워크 센터

국회스마트워크 센터

국회와 세종시의 거리 문제로 인한 업무 비효율성은 세종시 출범 때부터 지적되던 문제이다. 청사가 이전하고 정부부처가 여러 지역으로 흩어지면서 공무원들의 여의도 국회 출장길은 만만치 않은 업무가 됐다. 
 
업무 비효율성 증대, 공무원 체력 저하, 비용 증대 등 여러 비판에 직면했던 행정부는 조금이라도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제도적 장치를 개발했다. 정부는 서울역과 국회를 비롯해 7곳에 ‘스마트워크센터’를 세워 효율성 재고를 꾀하고 있다. '스마트워크센터'에 대해 C 씨는 “내부 전산망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열차를 기다리면서, 국회에서 대기하면서 밀린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고 했다. 
 
B씨도 “국회에 와서 기다리고 업무를 처리하는 데 힘들진 않나?”는 질문에 “스마트워크센터가 국회에도 있고 서울역에도 있어 이를 자주 이용하고 있다”며 “도입 이후 효율성이 조금은 올라간 것 같다”고 비슷한 의견을 전했다. 실제 관찰 결과 국회에 방문한 공무원들을 스마트워크센터를 적극 활용 있는 것처럼 보였다. 대기 시간이 지나치게 길어질 때 스마트워크센터를 찾는 공무원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국회가 열리면 많은 공무원이 국회를 방문한다. 조금이나마 대기 시간과 불필요한 절차를 줄이기 위해 국회에서는 공무원을 대상으로 '상시 출입증 발급'이 이뤄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방호실 주무관 D 씨는 “국회 출입을 위해 방문증을 발급 받아야 하는데 등록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대기 시간을 줄이기 위해 출입증을 상시 발급해주는 제도가 만들어졌다”며 설립 배경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방문증을 발급 받아 들어오는 공무원도 여전히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세종시 공무원에게 국회 출장은 여전히 힘든 일이다. 지난 22일 열린 국회 법사위만 보더라도 그러하다. 당시 회의에서 드루킹 특검 기간 연장을 두고 여야 공방이 벌어졌다. 이 때문에 진행에 차질이 생기자 법사위는 점심 정회 후 오후 2시에 속개해 예정보다 회의시간이 길어졌다. 다른 상임위가 점심을 전후로 마무리된 것에 비해 법사위의 회의가 길어지게 되면서 세종시에서 올라온 법제처 직원들 역시 긴 시간 대기할 수밖에 없었다. 
 
공무원 B 씨는 "회의가 늦어져 6시 이후 끝나면 바로 퇴근한다"며 "평소 퇴근 시간보다 늦게 집에 온 적도 있다"고 했다.    
 

우아정·김지수 국회이전프로젝트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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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