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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당신의 노후는 안녕하십니까

신예리 JTBC 보도제작국장 밤샘토론 앵커

신예리 JTBC 보도제작국장 밤샘토론 앵커

몸풀기 퀴즈부터 하나 드린다. 우리나라에서 60대 이상이 가장 선망하는 부류는? 답은 교사 부부다. 이유가 뭘까? 맞다. 은퇴 이후 누구보다 유복한 삶을 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재직 시 봉급 수준이나 퇴직금 여부 등을 고려하면 더 나을 것도 없다는 볼멘 소리들을 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노후에 부부 몫으로 매달 500만~600만원의 연금이 또박또박 나온다는 게 여간 부러운 일이 아니다. 생활비 걱정이 없는 건 물론 은퇴 생활자들의 ‘로망’인 부부 동반 골프나 해외 여행도 꿈이 아닌 현실일 수 있으니 말이다.
 
개인적으로 연금의 힘을 실감했던 건 10여년 전 부모님 댁에 갔다가 빨래 너는 아버지를 처음 뵈었을 때다. 현역 시절엔 자식들 얼굴 볼 짬도 없이 바쁘셨기에 솔직히 집안일을 하시는 모습은 상상조차 못 해봤다. 그런 분이 “빨래는 힘있게 턴 뒤에 널어야 구김이 안 생긴다”며 젖은 옷가지를 탈탈 털고 계셨던 거다. 놀라서 입이 쩍 벌어진 내게 아버지가 싱긋 웃으며 하신 말씀은 이랬다. “내 연금은 쥐꼬리만 한데 엄마 건 훨씬 많잖아. 앞으론 엄마한테 잘 보여야 돼.” 그렇다. 우리 엄마 역시 ‘연금 부자’인 퇴직 교사다.
 
혹시 중앙일보의 장수 연재물인 ‘재산 리모델링’ 코너를 아시는지? 독자들이 수입과 지출, 저축과 부채 등 재무 현황을 보내주면 고칠 점을 콕콕 짚어주는 맞춤형 상담 기사다. 필자가 경제부 기자로 일하던 2000년대 초 처음 선보였는데 값비싼 재테크 컨설팅을 공짜로 해주는 셈이라 호응이 컸다. 당시 자문을 맡은 전문가들에게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었던 단어가 바로 ‘플로우(flow)’다. 100세 시대엔 부동산이나 목돈보다 현금 흐름(cash flow)을 챙기는 게 훨씬 더 중하다고 했다. 일단 노후에 필요한 생활비부터 계산해본 뒤 그 돈이 죽을 때까지 꾸준히 나올 방법을 찾는 게 재테크의 최우선 목표가 돼야 한다는 거였다.
 
요즘 동네북 신세가 돼버린 국민연금을 보면서 그 때 그 얘기가 새삼 떠올랐다. 비록 공무원이나 군인, 사학 연금에 비해 용돈 수준에 불과할지라도 매달 규칙적으로 손에 쥘 수 있는 국민연금은 평범한 서민들이 절대 포기해선 안 될 ‘노후 현금 흐름’이기 때문이다. 내친김에 계산 하나 해볼까 한다. 은퇴 이후 월 200만원씩 생활비가 드는 40세 직장인이라 치자. 60세 정년을 채우고 85세까지 산다면 대략 6억원의 노후자금이 필요하다(200만원X12달X25년). 퇴직까지 20년간 월 214만원씩 꼬박 저축해야 모을 수 있는 돈이다(연 2% 금리 가정). 엄두 내기 힘들겠지만 국민연금을 더한다면 그래도 해볼 만하다. 매달 100만원씩 20년간 받을 경우 연금 수령액은 줄잡아 2억4천만원(65세 지급 개시 기준). 6억원에서 이를 뺀 3억6천만원만 모은다면 매달 128만원씩 저축하면 된다.
 
지나치게 단순화한 산식이긴 하지만 각자의 구체적 상황을 집어넣어도 결론은 매한가지다. 아무리 못 미더워도 국민연금만큼 든든한 ‘믿을 구석’이 없단 소리다. 최근 5년 만에 나온 재정 계산 결과가 불신과 불안을 눈덩이처럼 키운 걸 안다. “폐지하자”부터 “탈퇴하겠다”까지 별별 소리가 다 나돌지만 결코 정답이 아니다. 어떻게든 이 참에 제대로 손봐서 많은 사람들이 오래오래 혜택을 볼 수 있게 해야 한다. 단 “적게 내고 더 많이 받게 해주겠다”는 사탕발림은 절대로 믿지 말자. 불가능할뿐더러 가뜩이나 힘겨운 자녀 세대를 위해 꿈도 꿔선 안 될 일이다.
 
"고객님이 향후 받게 될 예상 연금은 매월 000원입니다.” 국민연금공단이 1년 전 보내준 안내서를 꺼내 오랜만에 찬찬히 들여다봤다. 어떤 개혁안이 되든 어차피 받는 돈이 줄게 될 테니 계산을 다시 해봐야지 싶다. 무더위 끝자락에 모두를 열 받게 만든 이번 사태가 과연 우리 노후는 안녕할지 짚어보는 계기라도 된다면 다행이겠다. 금쪽같은 우리네 은퇴 자금을 잘 굴리는지 매의 눈으로 지켜보겠다는 다짐도 해보고.
 
신예리 JTBC 보도제작국장·밤샘토론 앵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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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