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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유의 시시각각] 정부와 사교육 연애하나요?

양영유 논설위원

양영유 논설위원

‘대입 정책의 완패’. 일요일인 26일 오후, 대형 학원이 마련한 2022학년도 대입 설명회장을 가보고 내린 결론이다. ‘정시 30% 룰’을 앞세운 정부의 대입 개편이 발표(17일)된 이후 사교육이 처음 연 설명회엔 구름 인파가 몰렸다. 대부분 중 3년생과 학부모들이었다. 학원 마케팅용 책자가 불티났다. 정부가 입시를 건드리면 사교육만 커진다는 불멸의 법칙이 작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입시는 공정하고 단순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 사교육도 잡고 학생 부담도 줄어들 거라 믿었을 터다. 그래서 김상곤 교육부 장관에게 개편 전권을 맡겼다. 그러나 공론화까지 거치며 1년간 난리 친 결과는 불안감과 불신감 팽창이었다. 대입 설명회장이 미어터진 이유다. 오죽하면 진보단체와 전교조까지 김 장관에게 등을 돌렸겠나.
 
김 장관은 사면초가다. 경질이 유력하다고 한다. 그가 경질된다고 ‘정시 30% 룰’이 함께 경질되는 건 아니다. 교육부의 입시 갑질은 계속될 것이다. 이미 장관은 대학 총장에게, 관료들은 입학처장에게 정시 확대를 압박하는 시그널을 보냈다. 2007년 노무현 정부 때 ‘내신 30%’ 강요의 데자뷔다. 당시엔 노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전국 대학 총장 152명을 청와대로 부른 그해 6월 26일이 절정이었다. “내신 확대는 사회적 합의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상응 조치하겠다”고 몰아세웠다.
 
김신일 전 교육부 장관의 회고. “대통령이 입시를 직접 챙겼다. 내신 얘기는 장관이 해야지 직접 하시면 어떻게 하느냐고 했더니, 그래야 대학이 무서워한다고 하더라.”
 
문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을 따라 하지 않는 건 다행이다. 하지만 어정쩡한 대입으로 사교육이 들썩이는데 한마디도 논평하지 않는 건 이상한 일이다. 소득주도 성장과 국민연금, 탈원전, 쓰레기 대란 등 여러 경제·사회 이슈를 직접 챙겨온 대통령인데 말이다. 전국 47만 중 3년생과 학부모는 그걸 더 의아해한다.
 
결론적으로 정시 30% 룰은 허구다. 입시 설명회장에서도 그 근거가 제시됐다. 적용 대상이 서울대(현재 20.4%)와 고려대(15.9%), 이화여대(16%) 등 몇 곳에 불과하다. 다른 상위권 대학의 정시 비율은 대부분 25% 전후다. 수시 이월 비율을 합치면 30%를 넘는다. 사실상 확대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교육부도 그런 맹점을 잘 안다. 그런데도 정시가 30%를 넘으면 입시가 공정해질 것처럼 호도한다. 한편으론 두려워도 한다. 신입생 320명 전원을 수시로 뽑는 포스텍 김도연 총장처럼 30% 룰을 거부하는 대학이 많아질까 봐서다. 그럴지도 모른다. 서울대는 “교육부 권고대로 할 수는 없다. 총장이 선임되면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 고려대도 무작정 따르기는 곤란하다는 분위기다. 대학의 용기가 필요하다.
 
우리 교육이 헛바퀴 도는 사이 선진국은 교육혁명의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영국은 인공지능을 비롯한 에듀테크(edu-tech)로 교실에 신바람을 불어넣고, 일본은 교육 유신을 표방하며 교육과정을 뜯어고치고 있다. 프랑스는 나폴레옹 시대부터 유지해 온 대입 자격시험 ‘바칼로레아’를 리모델링해 학생의 창의력과 판단능력 키우기에 승부를 건다. 한데 우리는 선다형 수능과 수시·정시 비율 타령만 한다. 정시 30%가 허망한 까닭이다.
 
대입은 여전히 복잡하다. 대학 자율은 쪼그라들고, 수시 공정성은 계속 논란이며, 사교육은 다시 팽창한다. 왜 퇴행하는가. 전면 점검이 시급하다. 김 장관뿐 아니라 김수현 사회수석, 김홍수 교육비서관 등 청와대 교육라인 쇄신도 필요하다. 설명회장에서 만난 학부모의 말이 비수 같다. “보세요. 학원만 대박이죠. 정부와 사교육이 연애하나요?”    
 
양영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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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