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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국민연금 지급보장 추진 … 연금 개혁 걸림돌 되나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국민연금 기금 고갈이라는 말 때문에 근거 없는 불안감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국가의 지급 보장을 분명하게 해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상선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국민연금 기금 고갈이라는 말 때문에 근거 없는 불안감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국가의 지급 보장을 분명하게 해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상선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국민연금 개혁의 세 가지 원칙을 공개했다. ▶국가 지급 보장 분명히 할 것 ▶다층 노후소득 보장 강화 ▶국민 동의와 사회적 합의 등이다. 문 대통령은 “국민연금은 국가가 책임지는 제도이기 때문에 국민이 연금을 받지 못하는 것은 국가가 존재하는 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그런데도 기금 고갈이라는 말 때문에 근거 없는 불안감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국가의 지급 보장을 분명하게 해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노후소득 보장, 사회적 합의 등
문 대통령, 3대 개혁 원칙 제시

“현 세대 불안감 해소 도움 되지만
미래 세대 부담 전가할 수도” 지적

이에 따라 국민연금의 국가 지급 보장 조항이 국민연금법에 들어갈 전망이다. 현행 법률 제3조에 ‘국가는 연금 급여가 안정적·지속적으로 지급되도록 필요한 시책을 수립·시행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지만 공무원연금 등과 비교했을 때 너무 추상적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공무원연금법은 적자보전 조항 덕분에 매년 2조~3조원의 예산을 지원해 적자를 메운다.
 
이런 국민의 반발을 반영해 19대 국회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국민연금법에 국가지급 보장을 담는 방안을 추진했고 20대 국회 들어서도 민주당 정춘숙 의원 등이 법률 개정안을 제출한 상태다. 법률에 담으면 연금지급액이 국가 부채로 잡힌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장호연 보건복지부 국민연금정책과장은 “전문가 자문 결과 국가 부채로 잡히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았다. 국가 부채로 잡는 나라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국가 지급 보장 조항이 들어가면 연금 개혁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재정이 고갈돼도 국가가 지급을 보장하니 굳이 보험료를 올릴 필요가 없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도 있어서다.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도 보고서에서 “국가 지급 보장이 현 세대의 불안감 해소에는 도움이 되나 세금으로 국가재정이 충당되는 점을 고려할 때 미래 세대에 부담을 전가할 수 있다”면서 명문화를 권고하지 않았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운영위원장은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이 크기 때문에 연금 개혁에 진도를 내기 위해서라도 국가 지급 보장 조항을 분명하게 넣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수완 강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금 조항이 충분히 그 의미(국가 지급보장)를 담고 있기 때문에 지금은 생색내기 위한 지급 보장 명문화가 아니라 실제 재정안정화 조치를 심각하게 고민해 보험료를 조정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퇴직연금을 종합해 노후소득을 강화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논의에 임해 달라”고 주문했다. 하나에만 의지할 경우 소득 보장이 안 되니 2개 또는 3개로 조합하자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부실하다. 평균 연금이 38만원에 불과하다. 연금지급률(소득대체율)이 올해 45%(2028년 40%)다. 100만원 소득인 사람이 40년 가입해야 월 45만원(2028년 40만원) 받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40년 가입하는 사람이 없다. 올해 연금수령을 시작한 사람의 평균 가입기간은 17년밖에 안 된다. 소득대체율이 17%에 불과하다. 2088년이 돼도 24%밖에 안 된다.
 
기초연금도 마찬가지다. 다음달 25만원으로 오르고 내년 소득하위 20% 계층은 30만원(소득대체율 13.2%)을 받는다. 퇴직연금은 어떤가. 전체 사업체 중 17%가량이 가입했다. 이들마저 연금 대신 일시금으로 받는 사람이 98%에 달한다. 연금으로 받으면 소득대체율이 18~20%다. 기초·국민·퇴직연금을 더해야 겨우 50%에 달한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의 관계를 정립하고 퇴직연금의 일시금 수령비율을 낮춰 연금 기능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고 일시금 수령을 법으로 금지하기는 쉽지 않다. 김상균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장은 “범정부 국민노후소득보장위원회를 꾸려 기획재정부·복지부·고용노동부 등 관련 부처가 참여해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올려 해결하기보다는 기초연금·퇴직연금과 함께 다층 보장으로 가는 게 맞다”며 “미래 노인과 근로 세대 간 부담의 형평성을 어떻게 맞출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27일 “기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정부와 국회가 충분한 논의 과정을 거쳐 국민의 동의와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추진한다는 긴 관점을 가져 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10년 이상 걸린 사례(스웨덴을 지칭하는 듯), 2003~2007년 한국 개혁을 예로 들었다. 서두르지 않는 것은 좋지만 개혁을 늦출수록 후세대 부담은 늘어난다.
 
김수완 교수는 “대통령 공약사항인 급여 강화도, 후세대 부담을 줄이기 위한 재정안정화(보험료율 인상)도 이 정부에서는 안 하겠다는 것처럼 비친다”며 “사회적 합의, 국민 동의는 정치적으로 옳은(politically correct) 수사지만 긴 관점으로 접근하겠다는 말은 이번 정부에서 다루기 어려우니 미루겠다는 것으로 비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논의가 지연되면서 2020년 총선, 2022년 대선 정국에서 좌초할 수도 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연금 개혁은 현 세대 고통 분담이 필수다. 국민이 쉽게 동의하지 않는다”며 “2007년 국회에서 사탕(기초노령연금)만 삼키고 약사발(보험료 인상 등 연금 개혁)은 버렸듯이 이번에도 지급률은 올리고(40%→45%), 보험료 인상은 안 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공무원연금도 개혁=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2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공무원연금 같은 경우 이미 개혁했지만 중기적으로 봐서는 다시 제도 개선 방안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며 “군인연금·사학연금도 개선 필요성을 같이 보고 있기 때문에 당장은 아니어도 길게 보면서 사회적 합의를 봐야 될 것 같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이승호·위문희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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