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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한국 전통 발효식품과 베트남 음식 만남, 맛·영양 더한다

“신짜오~.”(베트남어로 ‘안녕하세요’) 23일 베트남에서 온 ‘특별한 손님’ 22명이 반갑게 손을 흔들며 들어오는 이곳은 충북 청주시 오송읍에 위치한 ‘샘표 우리발효 연구중심’이다. 식품기업 샘표가 발효식품을 집중 연구하기 위해 설립한 이곳은 국내 발효식품 연구의 메카로 통한다. 이날 이곳에선 베트남무역진흥청(VIETRADE)이 주최하고 중앙일보플러스·한국식품산업협회가 주관한 ‘한국-베트남 식품 분야 수출입 활성화 간담회’가 열렸다. 한국 식품에 베트남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부바푸 베트남무역진흥청장(왼쪽)이 최용호 샘표 연구원(오른쪽)의 설명에 따라 발효물 6종을 비교 시식하고 있다.

부바푸 베트남무역진흥청장(왼쪽)이 최용호 샘표 연구원(오른쪽)의 설명에 따라 발효물 6종을 비교 시식하고 있다.

 
이번 간담회는 한국과 베트남의 식품산업이 함께 성장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취지로 마련됐다. 베트남은 열대과일을 비롯한 농산물이 다양하게 재배된다. 가공식품에 쓰일 원재료도 풍부하다. 하지만 연구개발 투자 규모가 크지 않다는 한계에 부딪힌다. 부바푸 베트남무역진흥청장은 간담회에서 “해외 식품기업이 연간 매출의 20%를 연구개발에 투자한다면 베트남의 경우는 2~5% 수준으로 미미하다”며 “이 같은 베트남 식품산업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고 말했다. 이어 부바푸 청장은 “베트남 인구는 1억 명에 가까운데 그만큼 잠재된 소비자가 많다”며 “샘표를 비롯해 한국의 선진화된 식품 가공기술을 배우고 싶고 한국 식품기업이 베트남에 많이 진출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국, 하노이에 아세안지역본부 신설
간담회에 참석한 베트남 참관단과 한국측 주요 인사들.

간담회에 참석한 베트남 참관단과 한국측 주요 인사들.

베트남 정부는 투자 유치 활성화를 위해 자국의 식품산업에 투자하는 해외 기업에 대해 다양한 혜택을 지원하고 있다. 이날 판쯔엉토 베트남 쿠낭성 부성장은 “축산물 가공, 약초 재배 등 베트남 현지 식품산업에 투자할 경우 인프라 비용을 베트남 정부가 대폭 지원한다”며 “한국 식품산업을 둘러보고 베트남의 지방 5개 성에 대한 투자 유치를 위해 방한했다”고 밝혔다.

 
한국-베트남 식품산업 교류는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신(新)남방 정책’과도 맥락을 같이한다. 이 정책은 기존주요국(미·중·일·러) 외에 아세안(베트남·인도네시아·필리핀 등)과도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아세안지역본부’를 지난 7월 초 베트남 하노이에 신설했다. 이날 ‘한국 식품산업 현황과 정책’을 발표한 김민욱 농식품부 수출진흥과장은 “아세안지역본부를 하노이에 신설했다는 건 그만큼 아세안에서도 가장 주목하는 국가가 베트남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간담회 직후 샘표 측이 마련한 발효물 시식회는 베트남 참관단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미생물 종류에 따라 발효의 결과물이 달라진다는 최용호 샘표 연구원의 설명과 함께 발효물 6종을 비교 시식했다. 짭조름한 맛의 ‘콩 발효물 분말’, 간장처럼 검은색이 나는 ‘콩 발효농축액’, 매우면서 감미로운 ‘고추 발효물’, 무의 알싸한 맛이 살아 있는 ‘무 발효물’, 쌀의 풍미가 담긴 ‘쌀 발효물’과 샘표의 요리에센스 ‘연두’가 그것이다. 김정수 샘표 홍보본부 상무는 “샘표의 요리에센스 ‘연두’는 콩을 발효한 순식물성으로 장 특유의 쿰쿰한 냄새를 없애고 짙은 색과 나트륨을 줄여 전 세계 어떤 식문화에도 자연스럽게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연두’는 전 세계인이 부담 없이 음식에 깊은 맛을 더할 수 있도록 샘표가 개발한 제품이다. 샘표는 1946년 고 박규회 전 회장이 설립했다. 박용학 샘표 연구원은 이날 “집에서 직접 간장을 담가 먹던 시절 전쟁으로 먹기 힘들어지자 창업주는 ‘간장을 대량 생산해 많은 사람이 밥을 맛있게 먹도록 도와줘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당시엔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했지만 점점 사먹기 시작해 현재 한국인 대다수는 간장을 사먹는다”고 말했다.
 

베트남, 샘표의 장 발효 기술에 주목
실제로 샘표의 간장 제품은 간장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박 연구원은 “서양에선 채소가 맛이 써서 기피하는데 어떻게 하면 채소를 많이 먹게 할 것이냐를 연구하고 있다”며 “한국인의 밥상에 답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인의 전통 밥상에선 반찬의 70% 이상이 채소로 이뤄진다. 맛이 쓴 채소를 반찬으로 했을 때 ‘맛있게’ 먹는다. 박 연구원은 “채소 반찬의 공통점이 ‘발효’라는 점”이라며 “발효식품인 김치, 콩을 발효한 장 발효식품(된장·간장 등)을 직접 먹거나 요리할 때 사용한다”고 언급했다.

 
발효식품인 장은 콩·물·소금으로 만든다. 발효한 액체가 간장, 고체가 된장이다. 고춧가루를 발효하면 고추장이 된다. 이처럼 발효 과정을 거친 장은 채소의 쓴맛, 비린 맛을 없애준다. 음식의 깊은 맛을 더해주면서 영양학적 가치도 높여준다. 문제는 이 장류를 해외에 판매하려고 보니 서양인이 장 특유의 냄새와 시커먼 색을 부담스러워한다는 점이다. 박 연구원은 “어떻게 하면 색이 밝으면서 콩 냄새가 나지 않는 ‘글로벌 장’을 만들어낼까 10년 넘게 연구한 끝에 개발한 제품이 ‘연두’”라며 “‘덜 강한 맛’을 선호하는 트렌드에 따라 ‘연두’가 한국에서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베트남 참관단 관계자는 “베트남의 피시소스처럼 한식엔 장류가 빠져선 안 된다”며 “‘연두’ 맛에 거부감이 들지 않아 인상적”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글=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사진=전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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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