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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 급여 올렸더니 … 고임금 아빠 휴직 늘고 엄마는 줄어

부산시 기장군에 사는 이모(37)씨 부부는 지난 2월 딸을 출산했다. 이씨의 아내(36)는 직원수가 30명이 채 안 되는 소규모 제조업체에 다닌다. 90일의 출산휴가를 마친 뒤 바로 복직했다. 육아휴직 제도를 이용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이씨도 마찬가지 상황이었다. 아이는 오전에는 어린이집, 오후에는 근처 사는 이씨 누나에게 맡겼다. 매달 부부의 월급 400만원 중 30만원은 이씨 누나에게 수고비로 지출한다. 이씨는 “늦게 가진 첫 아이라 나와 아내 둘 중 한 사람이 육아휴직을 내고 아이를 돌보고 싶었다. 한데 그랬다가는 직장에서 잘릴 처지라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털어놨다.
 
정부가 저출산 대책의 하나로 육아휴직 이용을 장려하는 정책을 펴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임금이 높은 대기업·공공기관 근로자에게만 혜택이 집중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육아휴직에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2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신보라(자유한국당) 의원이 고용노동부에서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남성 육아휴직자 1만4736명 중 70.6%(1만414명)는 대기업 근로자·공무원이다. 2016년(66%)에 비해 4%포인트 늘었다. 신 의원은 “국내 근로자 10명 중 8~9명은 중소기업에 종사하고 나머지가 대기업 종사자인데 육아휴직 비율은 거꾸로 대기업 종사자에 집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용부는 육아휴직 이용자를 늘리기 위해 지난해 7월부터 육아휴직 첫 3개월 급여를 기존 통상임금의 40%에서 80%(상한 150만원, 하한 70만원)로 올렸다. 둘째 아이 육아휴직의 경우 최초 3개월간 상한액을 200만원으로 올렸다. 지난달부터는 모든 자녀에 대해 200만원으로 올렸다. 휴직 급여가 적어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못하는 이가 많다는 지적을 반영했다.
 
육아휴직 급여 인상은 특히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을 높이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육아휴직을 당연한 문화로 만들어야 한다. 부처별로 아빠들의 육아휴직 사용률을 받아보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그 결과 고임금 아빠 육아휴직자는 늘었지만 이씨 아내와 같은 저임금 엄마 육아휴직자는 오히려 줄었다. 지난해 남성 육아휴직은 전년 대비 1.5배 이상 늘었다. 대기업 근로자·공무원이 많이 늘었다. 소득별로 보면 고임금 남성의 육아휴직 증가폭이 두드러졌다. 전체 남성 육아휴직자 가운데 월 소득이 350만원(통상임금 기준) 이상인 계층이 23.3%를 차지했다.
 
반면 여성 육아휴직자는 10만4293명으로 전년 대비 4092명 줄었다. 모든 계층에서 줄어든 건 아니다. 소득별로 보면 월 250만원을 기점으로 그 이상인 여성 근로자의 육아휴직은 늘고 그 이하는 줄었다. 가장 감소폭이 큰 계층은 월 150만원 이하 구간이다. 2016년(1만5643명)에 비해 23%(3727명) 줄었다. 육아휴직 급여 인상 이후 양극화가 더 심해진 셈이다.
 
권미경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소규모·저임금 직장에 다니는 부모들은 육아휴직 이후에 겪는 불이익이 커 제도가 있어도 못 쓰는 경우가 많다”며 “육아휴직 급여만 늘리면 공공기관·대기업 근로자 위주로 혜택이 돌아가 양극화가 심화된다”고 지적했다. 권 박사는 “중소기업 육아휴직자를 위한 대체인력 지원을 활성화해 쓰고 싶지만 못 쓰는 사람을 끌어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신 의원은 “육아휴직 제도는 매달 역대 최저 출생아 수를 갱신하는 상황에서 육아 지원 제도의 중요한 축이다. 저소득·중소기업 근로자일수록 육아휴직 내기 어려운 현실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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