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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여의도·용산 개발’ 회군 … 차기주자 이미지에 상처

여권의 차기주자인 박원순 서울시장이 정치권 안팎에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지난달 10일 “여의도를 통으로 개발한다. 서울역과 용산역 사이의 철로를 덮겠다”는 내용의 ‘싱가포르 발언’을 7주만에 뒤짚으면서다. 그는 자신이 서울 집값 폭등을 부추겼다는 불만 여론이 나오자 지난 26일 회견을 열어 여의도·용산 개발을 전면 보류한다고 발표했다. 회견 직후 온라인에선 “한 달 동안 옥탑방에 살면서 궁리한게 이거냐”는 등의 비판 댓글이 쇄도했다.
 
박 시장에 대한 여권의 심사도 불편하다.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의원은 28일 라디오에서 “최근 용산과 여의도 개발이 발표된 데다, 강북 개발까지 더해지면서 투기 수요 심리와 함께 부동산값이 오른 것”이라고 말했다. 고강도 대출 규제를 포함한 ‘8·2 대책’으로 눌러놨던 부동산 가격이 박 시장의 잇따른 개발 언급으로 튀어 올랐다는 불만이다.
 
7주 만에 주워 담을 메가톤급 개발 소재를 박 시장은 왜 섣불리 공론화했을까.
 
발단은 지난달 10일 리콴유 세계도시상 수상차 방문한 싱가포르에서였다. 박 시장은 동행한 기자들과의 저녁 자리에서 여의도·용산 개발을 언급해 곧바로 대서특필됐다. 당시 상황에 대해 한 측근은 “귀국 전날 기자들이 모여있는 곳에 잠시 들러 ‘고생했다’고 덕담하는 중에 나온 얘기였다”고 말했다. 원래 올 가을에 관련 내용을 종합 정리해 발표할 계획이었는데, 기자들이 우연히 나온 발언을 크게 보도했다는 것이다. 용산·여의도 개발 계획의 큰 방향은 서울시가 이미 2014년 펴 낸 ‘2030 서울 도시 기본계획’에 포함돼있다는 게 박 시장 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싱가포르 발언이 화제가 된 뒤에도 박 시장은 라디오 인터뷰 등에서 “도시계획은 전적으로 서울시장 권한이다. 이미 노후화된 여의도에선 아파트 단지마다 재개발 계획이 세워져 서울시의 결정을 요구하고 있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싱가포르 발언이 ‘미필적 고의’였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익명을 원한 또 다른 측근은 “서울시장이 벌써 세 번째라 ‘나만큼 잘 아는 사람이 없다’는 자신감이 과도했던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결국 서울 집값의 가파른 상승세가 지역을 따지지 않고 걷잡을 수 없이 번지자 박 시장은 회군을 결정했다. 진희선 행정2부시장 등 정책 참모들과 논의한 뒤 25일 ‘여의도·용산 개발 전면 보류’ 입장을 최종적으로 결정했다고 한다. 그날 저녁 오성규 비서실장이 가까운 국회의원들에게 관련 사실을 통보했다. 여의도가 지역구인 민주당 신경민 의원에겐 박 시장이 직접 전화해 양해를 구했다고 한다.
 
박 시장 주변에선 “대승적 관점에서 물러선 것”이라고 말한다. 진성준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부동산 가격을 잡을 정책 수단은 서울시에 없다. 가격 정책은 다 중앙정부가 갖고 있으면서 ‘왜 개발계획을 발표했냐’고 하면 억울한 일”이라고 말했다. 진 부시장은 “보유세 강화 방안을 내놨을 때 ‘충분치 않다’는 평가가 많았는데, 이 부분에 대해선 정부도 성찰해야 한다”라고 했다.
 
그럼에도 이번 여의도·용산 계획 철회는 박 시장에게 상처를 입혔다는 평가가 국회 주변에서 나온다. 한 정치평론가는 “박 시장이 부동산 폭등에 대한 책임을 자인한 셈이 됐을 뿐 아니라, 외부의 압박에 주저앉는 모양새가 되면서 차기주자로서의 결단력에 물음표가 달렸다”고 평가했다.
 
“대형 개발 계획은 중앙정부와 긴밀히 협의해야 한다”며 박 시장과 대척점에 섰던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기세가 올랐다. 이날 국회 예결특위에 나온 김 장관은 비(非)강남권 경전철 4개 노선을 조기에 착공하겠다는 ‘박원순 강북 플랜’에 대해서도 “서울시가 아니라 국토부가 승인해야 하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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