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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진보 기재위원장 “최저임금, 과속도 일률적용도 안 된다”

정성호 기재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소득주도 성장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대형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확대하고, 혁신성장을 통해 기업들의 사기를 올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임현동 기자]

정성호 기재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소득주도 성장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대형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확대하고, 혁신성장을 통해 기업들의 사기를 올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임현동 기자]

“4대강 트라우마에 사로잡혀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죄악시하고 있다. 초대형 프로젝트가 필요하다”
 
20대 국회 후반기 기획재정위원회를 이끄는 정성호 기재위원장(더불어민주당 3선·양주)은 24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민간 투자 사업을 늘리는 것은 ‘악’이고, 수도권 등을 규제하는 것은 ‘선’이라는 식의 흑백 논리적 접근부터 탈피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최저임금·일자리 정책에 대해서도 “지역별 생계비 수준, 업종별 근로 강도, 기업의 지급능력 등이 다른데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결국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은 기업인 만큼 규제를 풀어 기업의 사기를 올려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정 위원장은 1949년 민주국민당 홍성하 의원 이후 나온 첫 진보 정당 출신 국회 기재위원장이다. 약 70년간 기재위원장 자리는 보수진영 정당이 독점해왔다. 기재위는 경제정책·세제·예산 등 대한민국 경제의 뼈대를 챙기는 상임위인 만큼 그의 결정 역시 경기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하지만 그가 맞닥뜨린 현실은 간단치 않다. 그는 “지난달 취업자 증가 폭이 5000 명에 그친 고용 악화에 이어, 소득 분배 지표도 양극화가 더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며 “특히 한국 경제의 허리 격인 30~40대, 중위 계층의 상황이 나빠진 것에 대해 참담하고 엄중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위원장은 정부의 정책에 대해 “기본적인 방향은 맞지만 과속하면 안 된다”며 쓴소리를 던졌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의 경우 중소기업·자영업자에 어떤 부정적 영향을 끼칠지 파악하는 사전 준비가 부족했다”며 “지역별·업종별 최저임금 인상 차등화를 검토하는 등 정책의 집행 속도와 범위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할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대해서도 “부동산 가격 급등 및 양극화를 그대로 놓아둔다면 정부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면서 “보유세를 강화해 세수가 느는 만큼, 거래세는 인하해 상대적으로 부동산을 사고파는 부담이 적은 조세 환경을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런 정 위원장의 발언은 소득주도 성장을 더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청와대의 기조와는 다소 결이 다르다. 이에 대해 그는 “제가 최근 (청와대와는) 다른 목소리를 내니 여기저기서 이상한 말이 나오는데, 기본적인 목표와 방향에 대해서는 청와대와 입장이 같다”고 했다.
 
다만 그는 “경제 정책의 또 다른 축인 혁신성장과 보폭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라며 “혁신성장을 통해 기업이 역동성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일자리도 생기고, 경제 성장도 이루면서 국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 위원장은 정부 정책의 보완책으로 규제 완화를 주문했다. 중국이 고부가가치 기술 분야에서 빠르게 성장하면서 반도체·휴대전화 등을 제외한 주요 산업에서 한국을 추월했다. 경쟁력을 확보할 새로운 사업모델을 찾아야 하는데, 각종 규제가 걸림돌이다. 세계 스타트업 가운데 이들의 사업모델로 한국에서 사업할 수 있는 스타트업은 43곳에 불과하다는 게 그가 진단한 한국 산업 생태계의 현실이다.
 
정 위원장은 “신규 첨단 사업에는 규제를 가하지 않다가 시장이 커진 뒤 꼭 필요한 부분에 대해 사후 규제하는 식으로 규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여야가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할 법안으로 서비스산업발전법을 꼽았다. 그는 “정보·의료·교육 등 서비스 산업 중심의 4차산업으로 경제 구조가 변하는데 신속히 대응해야 한다”며 “물론 의료민영화 등에 대한 우려가 큰 것은 잘 알고 있고, 대안을 만들어 문제를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선진국은 국가경쟁력확보를 위해 수도권 관련 규제 폐기하는 추세”라면서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직접 나서 입지 규제 등을 완화한 덕에 만들어진 파주 LG디스플레이 단지는 한국  디스플레이산업의 요람으로 자리매김했다”며 수도권 규제 완화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역설했다.  
 
이와 함께 정 위원장은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을 지원 사격할 핵심 대책으로 SOC를 크게 늘릴 것을 주문했다. 그는 “현 정부 들어서 SOC 규모가 계속 감소하고 있고, 눈에 띄는 신규 민자 사업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며 “정부에서 지역밀착형 생활 SOC를 늘리겠다고 하지만, 지금의 경제 현실을 감안할 때 문화·체육시설 등 편의시설을 더 짓는다고 일자리나 투자에 큰 효과를 볼 수 있겠나?”고 반문했다.
 
그는 “건설·토목·철도·도로 같은 인프라 투자는 일자리 창출 효과가 높고, 경기 회복의 마중물 역할을 한다”며 “전 정권이 추진한 4대강 사업에 대한 트라우마, 건설 대기업에 대한 반감 때문에 부정적인 견해가 많은데 국민적인 합의만 끌어낸다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컨대 고속도로 건설을 민간 기업에 맡기고, 갓길에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해 나오는 수익으로 통행료를 낮추게 하면 공공성도 강화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투자 및 고용 확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정치권에도 협조를 당부했다. 정 위원장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민간인 기업이고, 소비를 통해 내수를 활성화 시키는 이도 민간인 가계”라며 “정치권에서는 민간의 경제활동이 예측 가능토록 법과 제도·예산에 대한 정책 불확실성을 줄여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모든 사람 만족을 못 시키는 정책은 없다는 점에서 민주주의는 최선을 찾는 과정이 아니라 차선을 찾는 과정”이라며 “자유한국당도 과거 여당 시절 야당과의 협치에 실패했다는 점을 되새기며 국정에 협조해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정성호 의원
정성호 의원은 사법연수원 18기로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 대한변호사협회 윤리위원 등을 거치며 변호사로 활동한 뒤 지난 2004년 17대 국회에 처음 입성했다. 이후 19대와 20대 국회의원에 당선됐으며 19대 국회에서는 국토교통위원회 야당 간사와 위원장을 지냈다. 1949년 이후 첫 진보 정당 출신 국회 기재위원장으로 20대 국회 후반기 기재위를 이끌게 됐다.

 
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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