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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점검을 민간업체가?...남동공단 화재, 소방점검 들여다보니

21일 오후 3시43분께 인천 남동구 남동공단 세일전자 공장 4층에서 불이 났다. 이 불로 공장 근로자 9명이 숨지고 6명이 부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중이다. [사진 인천소방본부]

21일 오후 3시43분께 인천 남동구 남동공단 세일전자 공장 4층에서 불이 났다. 이 불로 공장 근로자 9명이 숨지고 6명이 부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중이다. [사진 인천소방본부]

#1층 분석실에 화재경보기가 없으니 설치해야 한다. 1층 재단실 경보기는 교체해야 한다. 1층 분석실 안쪽과 복도, 3층 사무실 입구 피난 유도등 전원도 불량이다. 1층 재단실 옆, 2층 사무실 입구, 3층 제판실 옆에 설치된 휴대용비상조명등은 교체 및 새로 비치해야 한다. 1층 화물 엘리베이터 옆 출입구 방화 셔터가 고장 났다.
 
올 6월 말 실시된 인천 남동구 남동공단 세일전자 소방 정기점검 결과다. 소방서는 지난달 18일 세일전자에 ‘7월 31~8월 29일까지 시정 조치하라’며 조치명령서를 발부했다.
 
이런 점검에도 불구하고 지난 21일 오후 3시 43분 세일전자 4층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불로 근로자 9명이 사망하고 6명이 부상했다. 6월 소방점검에서 4층은 아무런 지적사항이 나오지 않았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4층의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했다. 경찰 조사결과 스프링클러가 화재 초기가 아닌 화재 발생 50분 후에 작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스프링클러에 대해 점검이 이뤄졌는지는 경찰이 조사 중이다.
경찰 등 합동감식반이 세일전자에 대한 2차 감식을 벌이고 있다. [뉴스1]

경찰 등 합동감식반이 세일전자에 대한 2차 감식을 벌이고 있다. [뉴스1]

 
소방 점검, 소방 아닌 민간이 왜
 
세일전자의 정기 점검은 소방이 아닌 민간업체가 했다. 소방 점검을 소방당국이 아닌 민간업체에서 하는 이유는 뭘까. 현행법 때문이다. 1992년 소방법이 개정되면서 관련 내용이 포함됐다. 개정 이유는 ‘소방업무를 광역자치단체로 일원화하고, 시행과정에서 나타난 과도한 규제 및 불합리한 사항을 개선하기 위함’이라고 적혀 있다. 세부내용 중 ‘다수인이 출입 또는 근무하는 특수 장소의 소유자 등은 당해 장소에 설치된 소방시설에 대해 정기적으로 자체검사를 하거나 신설된 소방시설점검업자로부터 정기적으로 점검을 받도록 함’이라는 내용이 추가됐다.
 
예방에 대한 인식과 인력 부족도 이유가 됐다. 소방 인력 상당수가 화재진압과 구급 및 구조 활동에 주로 투입된다. 현재도 일선 소방서의 예방 인력은 5~6명이 전부인 상태다. 적은 인원 대비 책임은 과하다 보니 보직을 꺼리는 직원들이 많다. 일부에서 점검을 대가로 돈을 받는가 하면 봐주기 점검 등을 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소방법은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가 일어난 후 소방기본법과 소방시설법 등 4가지로 세분됐다.  
화재가 발생해 9명이 숨진 세일전자 4층 사망자 발생 장소 [연합뉴스]

화재가 발생해 9명이 숨진 세일전자 4층 사망자 발생 장소 [연합뉴스]

 
세일전자도 스프링클러 등이 설치된 연면적 5000㎡ 이어서 특별소방대상물, 자체점검 대상에 해당됐다. 특별소방대상물은 11~30층 이상의 건물이거나 면적, 위험물 취급 업체 등에 따라 1급과 2급으로 나뉜다.

 
전 경기도재난안전본부 한 과장은 “인력은 적고, 책임은 크다 보니 예방부서에 오려는 직원들이 거의 없다”며 “소방안전점검 관리사 제도를 둬 보다 체계적으로 예방하고자 도입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부 직원들의 일탈, 비리 등의 근절 차원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민간 점검은 문제는 없나
 
민간업체의 점검이라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갑·을 관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안전관리인은 점검을 받는 업체 직원이다. 관리인은 일정 금액을 주고 전문 점검업체에 의뢰한다. 계약이 이뤄지는 관계에서 제대로 된 점검이 있을 수 없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이창우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돈을 주고받는 관계, 갑과 을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점검표를 작성할 수 있겠는가”라며 “허위 점검표 작성 시 처벌을 강화하거나 점검받는 업체와 하는 업체의 중간에 별도의 기구를 둬 이들이 직접 거래하지 않도록 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22일 오전 인천시 남동공단에 위치한 전제제품 제조공장 세일전자 화재현장에서 경찰·소방·가스 등 합동감식단이 감식을 하고 있다. 이번 화재사고로 9명이 사망하고 4명이 중경상을 입는 등 큰 피해가 났다. 소방은 불이 지난 21일 오후 3시43분께 공장의 맨 꼭대기 층인 4층 조리실 입구 천장 부분에서 발화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018.8.22/뉴스1

22일 오전 인천시 남동공단에 위치한 전제제품 제조공장 세일전자 화재현장에서 경찰·소방·가스 등 합동감식단이 감식을 하고 있다. 이번 화재사고로 9명이 사망하고 4명이 중경상을 입는 등 큰 피해가 났다. 소방은 불이 지난 21일 오후 3시43분께 공장의 맨 꼭대기 층인 4층 조리실 입구 천장 부분에서 발화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018.8.22/뉴스1

 
더불어민주당 김영진(수원병) 의원도 올 3월 소방시설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29명의 사상자를 낸 충북 제천 목욕탕 화재사건에서 자체점검이 부실하게 이뤄졌기 때문이다. 개정안은 ‘소방 정기점검 시 소방공무원 1명이 참여해 관리·감독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소방계약으로 인해 시설물 관계인과 이해관계가 성립된 소방안전관리자에게 모든 권한이 위임돼 있는데 이에 대한 객관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아 발의했다”며 “소방인력 부족이라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지만 이번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현행 점검제도의 미비점을 보완, 점검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인천=임명수 기자 lim.myou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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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