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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베니스에 맨몸으로 부딪힌 예술가들, 그리고 3년 뒤

다큐멘터리 '슬리퍼스 인 베니스'. 사진=이스카이아트

다큐멘터리 '슬리퍼스 인 베니스'. 사진=이스카이아트

 스포츠에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픽이 있듯, 미술계에는 각지에서 2년마다 열리는 비엔날레가 있다. 그 중에도 베니스 비엔날레는 전 세계 미술계에서 첫손 꼽히는 화려한 잔치다. 이름난 애호가·평론가를 비롯한 미술계 인사들이 이탈리아의 이 고풍스런 도시에 고루 모여들고, 주최 측이 마련한 공식 전시만 아니라 비공식 전시가 다양하게 열려 화제가 되곤 한다. 

다큐멘터리 '슬리퍼스 인 베니스'. 사진=이스카이아트

다큐멘터리 '슬리퍼스 인 베니스'. 사진=이스카이아트

 영국에서 활동하는 큐레이터 김승민(38)씨는 2015년 이곳에서 맨몸으로 부딪히며 한국작가들과 함께 '슬리퍼스 인 베니스'라는 전시를 열었다. 참여 작가는 강임윤·구혜영·김덕영·우디킴·이현준·장지아, 그리고 2인조 그룹 MR36의 모즈·료니 등 7팀 8명. 회화·설치·영상 등 각자 다양한 방식으로 작업하는 20대 후반~40대 초반의 젊은 작가들이었다. 한 달 가량 이어진 전시는 끝났지만, 당시 전시의 과정을 담은 같은 제목의 다큐멘터리 '슬리퍼스 인 베니스'는 이제 막 완성되어 23일 서울 상암동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첫 상영회를 열었다.    
'슬리퍼스 인 베니스'를 전시에 이어 다큐로 만든 큐레이터 김승민씨. 사진=이후남 기자

'슬리퍼스 인 베니스'를 전시에 이어 다큐로 만든 큐레이터 김승민씨. 사진=이후남 기자

 "전시를 기획하며 작가들을 옆에서 지켜볼 때마다 그 수많은 과정을 대중이, 관객이 가까이에서 보면 미술에 더 가까워지고 싶지 않을까 싶었어요." 상영회에 앞서 서울에서 만난 김씨의 말이다. 
 다큐에는 전시에 후원을 받는 일이 생각대로 되지 않아 낙심하는 그 자신의 모습은 물론 작가마다 다양하게 분투하는 모습이 담겼다. 큼직한 캔버스에 비해 전시 공간이 예상보다 작아 작품을 다 걸지 못하는 작가도, 현장에서 완성한 영상이 개막 전날 제대로 구동되지 않아 진땀을 흘리는 작가도 있다. 작가들이 직접 전시장 주변에서 발품을 팔며 초청장을 돌리기도 한다. 
다큐멘터리 '슬리퍼스 인 베니스'. 사진=이스카이아트

다큐멘터리 '슬리퍼스 인 베니스'. 사진=이스카이아트

다큐멘터리 '슬리퍼스 인 베니스'. 사진=이스카이아트

다큐멘터리 '슬리퍼스 인 베니스'. 사진=이스카이아트

다큐멘터리 '슬리퍼스 인 베니스'. 사진=이스카이아트

다큐멘터리 '슬리퍼스 인 베니스'. 사진=이스카이아트

 그렇게 개막한 전시는 제법 북적이며 호평을 받았다. 김씨는 "오프닝에만 1000명 넘게 다녀갔다"고 전했다. 젊은 예술가들의 용감한 도전은 국내외 여러 매체에도 소개됐다.  
다큐멘터리 '슬리퍼스 인 베니스'. 사진=이스카이아트

다큐멘터리 '슬리퍼스 인 베니스'. 사진=이스카이아트

 하지만 다큐를 완성하는 건 다른 문제였다. "촬영팀도 감독도 다 직업이 있는데 제대로 돈을 받지 않고 의리로 갔던 거니, 오자마다 각자 본래의 일들이 밀려 있었던 거죠." 김씨는 현지에서 찍은 방대한 분량의 영상을 편집하는 작업이 미뤄질 수 밖에 없던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연출을 맡은 최민영 감독은 '설국열차'로 대종상 편집상을 받은 충무로 영화인이다. 
 미뤄진 숙제를 일깨운 건 김씨가 2017년 베니스 비엔날레를 다시 찾았을 때였다. "너무 많은 분들이 전시를 기억해 주고, 다큐 안 나오냐고 묻더라고요." 이후 크라우드 펀딩으로 후반작업 비용을 모으고, 국내 음악인들 솜씨로 음악까지 입혔다.  
다큐멘터리 '슬리퍼스 인 베니스'. 사진=이스카이아트

다큐멘터리 '슬리퍼스 인 베니스'. 사진=이스카이아트

 결과적으로 3년의 세월은 예상 못한 감동을 더했다. 제작진이 다시 만나 다큐에 담은 작가들의 최근 모습이 그것이다. 엄청난 명성을 얻거나, 작품 가격이 치솟는 대신 저마다 조금씩 다른 방식으로 인생의 새로운 전기를 맞이한 작가들의 모습이 마치 성장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뭉클함을 안겨준다. 
다큐멘터리 '슬리퍼스 인 베니스'. 사진=이스카이아트

다큐멘터리 '슬리퍼스 인 베니스'. 사진=이스카이아트

 '슬리퍼스 인 베니스(Sleepers in Venice)'라는 제목은 루치오 비스콘티 감독이 1971년 영화로 만들었던 토마스 만의 소설 '베니스에서의 죽음', 그리고 영국 현대 미술가 마크 왈린저의 2004년 작품 '슬리퍼'에서 고루 영감을 얻었다. '베니스에서의 죽음'은 휴양차 베니스를 찾은 병든 음악가가 미소년에 반하는 이야기를 통해 예술과 미의 의미를 묻는 작품. '슬리퍼'는 마크 왈린저가 직접 곰으로 분장하고 독일의 미술관에서 열흘 밤을 보내며 이를 구경하는 관객들의 모습까지 담아낸 퍼포먼스 영상이다. 이를 김씨는 "작가들이 '미술관'으로 대변되는 제도권 예술에 속박돼 있음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동시에 "예술적 관음을 즐기를 경험을 선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큐멘터리 '슬리퍼스 인 베니스'. 사진=이스카이아트

다큐멘터리 '슬리퍼스 인 베니스'. 사진=이스카이아트

 완성된 다큐 '슬리퍼스 인 베니스'는 크라우드 펀딩 참여자를 비롯한 후원자들에게 온라인으로 공개하는 한편 영화제 출품 등을 통해 더 많은 관객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영국 최고의 미술상으로 꼽히는 터너상을 2007년 수상한 작가 마크 왈린저는 다큐에도 직접 등장한다.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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