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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술한 분석과 자만, 그리고 저주까지...예견된 '자카르타 참사'

26일 오후 (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야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B조 조별리그 1차전 한국과 대만의 경기. 1-2로 패한 대표선수들이 경기장을 나서고 있다. 2018.8.6    [자카르타=연합뉴스]

26일 오후 (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야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B조 조별리그 1차전 한국과 대만의 경기. 1-2로 패한 대표선수들이 경기장을 나서고 있다. 2018.8.6 [자카르타=연합뉴스]

 
훗날 '자카르타 참사'로 기억될 경기였다.  
  
한국 야구대표팀이 26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겔로라 붕 카르노(GBK) 경기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대만과 조별리그 B조 1차전에서 1-2로 졌다. 한국은 1회 초 선발 투수 양현종이 대만 4번 타자 린지아요우에게 투런포를 맞고 끌려갔다. 4회 말 김재환의 솔로포로 추격했지만 거기까지 였다. 
 
"자만은 금물"이라더니…
 
예상하지 못했던, 그래서 더 뼈아픈 패배였다. 한국은 이번 아시안게임 참가를 위해 KBO리그 최정예 선수 24명을 선발했다. 2주간 시즌을 중단하며 금메달에 올인했다. 대만은 리그 중단없이 프로야구 선수 7명에 실업야구 선수 17명으로 24명 선수단을 꾸렸다. 이번 대회에 힘을 빼고 나선 것이다. 객관적인 전력상 한국이 가장 앞선 게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은 준비 과정부터 느슨했다. 지난 18일 소집해 서울 잠실구장에서 훈련하다 경기 이틀 전인 24일 자카르타에 도착했다. 반면 대만은 준비 기간이 길었다. 아시안게임 출전 멤버가 지난달 네덜란드 열린 할렘 베이스볼 대회에 참가해 준우승했다. 자카르타에는 한국보다 하루 먼저 입국해 현지 적응에 들어갔다. 
 
선동열 감독은 GBK 야구장의 낮은 조명탑 높이가 변수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지만 별도의 야간 훈련 없이 대만전을 맞이했다. 선 감독은 "주최측이 정해준 시간 이외에는 훈련할 수 없어 걱정스럽다"고만 했다. 1회 초 좌익수 김현수는 실점의 빌미가 된 실책을 저질렀다. 타구의 낙하 지점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해 공을 뒤로 흘렸다. 
 
고개숙인 날   (자카르타=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26일 오후 (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야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B조 조별리그 1차전 한국과 대만의 경기. 1-2로 패한 대표선수들이 팬들에 인사하고 있다. 2018.8.6    [자카르타=연합뉴스]

고개숙인 날 (자카르타=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26일 오후 (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야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B조 조별리그 1차전 한국과 대만의 경기. 1-2로 패한 대표선수들이 팬들에 인사하고 있다. 2018.8.6 [자카르타=연합뉴스]

 
철저하게 분석한 대만, 허술한 한국 
 
선동열 감독은 경기 후 "오늘 대만 선발(우셩펑)이 예측하지 못한 투수였다. 초반에 잘맞은 타구가 정면으로 가면서 타자들이 말린 것 같다"며 "상대 선발의 제구, 완급 조절에 타이밍이 계속 늦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전력 분석에 실수는 없었다"고 밝혔다.   
 
대만은 당초 프로리그(CPBL)에서 뛰는 4명의 투수 중 한 명이 한국전 선발로 나설 것으로 보였다. 그 중에서도 오른손 투수 린화칭이 유력했다. 대만 언론에서도 줄곧 린화칭이 한국전 선발로 적합하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대만 쉬슌이 감독은 실업리그에서 뛰는 사이드암스로 투수 우셩펑(합작금고은행)을 선택했다. 한국의 허를 찌른 것이다. 합작금고은행 감독을 맡고 있는 쉬슌이 감독은 가장 잘 아는 선수를 가장 중요한 경기에 내세웠다. 한국은 여러 가능성을 염두했어야 했다. 
 
쉬슌이 감독은 우셩펑(5이닝 1실점)에 이어 실업야구 출신인 좌완 왕종하오(대만전력)와 우완 왕정하오(합작금고은행)를 투입했다. 낯선 투수들이 잇달아 나오 자한국 타자들은 당황했고, 쉽사리 공략법을 찾지 못했다.
 
대만은 한국을 철저히 분석했다. 대만 투수들은 한국 타자들의 약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집요하게 공략했다. 쉬슌이 감독은 "전력분석팀으로부터 한국 팀에 대한 정보를 많이 받았다. 우리 선수들이 아마추어답지 않게 경기에 임했다. 선발 우셩펑이 복병이 될 것이라고 했는데, 실제로 그렇게 됐다"며 "해외 전지훈련 기간이 길어서 선수들의 컨디션이 어떤지 확실히 파악했다. 훈련도 잘 소화했다"고 밝혔다. 
 
"은메달 기원" 선수들은 부담 속에서 싸웠다 
 
26일 오후 (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야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B조 조별리그 1차전 한국과 대만의 경기. 8회말 1사 김현수 타석때 1루주자 안치홍이 포스아웃되고 있다. 2018.8.26 [자카르타=연합뉴스]

26일 오후 (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야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B조 조별리그 1차전 한국과 대만의 경기. 8회말 1사 김현수 타석때 1루주자 안치홍이 포스아웃되고 있다. 2018.8.26 [자카르타=연합뉴스]

 
심리적인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이번 대표팀은 팬들의 환영과 지지를 받지 못한 채 대회에 참가했다. 박해민, 오지환 등 군 미필 선수들이 대표팀 최종 엔트리에 포함되면서 논란이 커졌다. 선발한 선수들이 부상과 부진에 빠지면서 비난의 강도가 거셌다. "은메달을 기원한다"는 일부 팬들의 저주도 잇달았다. 이달 초 일부 선수들을 교체했지만 논란은 가라 앉지 않았다. 고스란히 선수들의 부담으로 전달됐다. 
 
그동안 국제대회를 앞두고 대표팀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일기도 했지만 이번처럼 파장이 큰 적은 없었다. 선수단은 실력으로 논란을 잠재우겠다고 다짐했지만 대만전 패배로 논란을 더 키운 꼴이 됐다. 
 
대만전 패배가 곧 예선 탈락을 의미하진 않는다. 수퍼라운드(4강 토너먼트) 진출은 가능성은 여전히 매우 높다. 경기를 치를수록 선수들은 이곳 환경에 적응할 수 있다. 4강, 결승전에서 이런 졸전을 재현할 가능성은 낮다. 
 
다만 KBO리그 최정예 멤버라고 자부하던 선수들이 대만 프로도 아닌 실업야구 선수에게 쩔쩔매는 모습에 국민들의 실망감이 컸다. 대만 선수단 전체 연봉을 합한해도 약 10억원에 불과하다. 프로 선수 7명 연봉이 4억원, 실업야구 소속 17명 연봉이 6억원 정도 된다. 한국 선수단 가운데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양현종(23억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자존심 문제도 있다. 2010년, 2014년 우승팀 한국은 그동안 아시안게임 13경기 무패 행진을 이어오고 있었다. 이번에 대만에 진 건 14경기, 무려 4285일 만이다. 
  
자카르타=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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